지큐는 아디다스 콘셉트 총괄 매니저와 함께, 마라톤화의 다음 방향을 물었다. 그는 자신있게 이 방향을 꼽았다.

지난 주말 런던 마라톤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드코어 러너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대회에서 서브2가 나왔다. 수년 동안 이 장벽은 불가능처럼 여겨졌다. 2015년 유럽 스포츠 과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이번 세기 말까지도 달성되지 못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2026년이 되었고, 사바스티안 사웨가 해냈다. 2위를 한 요미프 케젤차도 해냈다. 같은 대회, 같은 날, 같은 신발을 신고.
그 신발은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였다.
먼저 분명히 하자. 이건 “신발이 다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웨는 그냥 신발 끈 묶고 우연히 1시간 59분 30초를 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무시할 수도 없다. 현대 마라톤은 더 이상 체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두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느냐의 싸움이다.
아디다스 콘셉트 시니어 매니저이자 에보 라인을 담당하는 발랑탱 페랭에 따르면, 에보 3의 목표는 단순했다. 물론 구현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지만.
페랭은 이 장면을 연구실에서 지켜본 것도 아니었다. 그는 20km와 30km 지점 근처에 서서, 마라톤 데뷔전을 치르는 케젤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는 그 역시 서브2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휴대폰으로 결승 장면을 보다가 깨달았다. 예상 기록이 떴다. 1시간 59분대. “와, 이거 가능하겠는데.”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

이번 신발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게였다. “에보 2에서 배운 걸 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목표는 이거였죠. ‘성능은 더 높이면서, 저울에 올리면 두 자리 숫자만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두 자리 숫자. 핵심은 그거다. 이전 모델은 약 140그램이었다. 에보 3는 약 40그램을 줄인 97그램이다. 일반 러닝 양말 한 켤레, 작은 사과 하나, 혹은 비누 한 개 정도의 무게다. 거의 없는 수준이다.
무게를 줄인다는 건 단순히 덜어내는 게 아니다. 이 세대의 슈퍼 슈즈가 강력한 이유는 모든 요소가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폼, 구조, 카본, 어퍼, 어느 하나만으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조합이 핵심이다. 페랭의 말처럼 “요리와 같다. 하나의 재료가 요리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쉽게 놓치기 쉽다. 사람들은 폼이나 플레이트 같은 한 가지 요소에 집착하지만, 실제는 훨씬 복잡하다. 예를 들어 에보 3의 카본 시스템은 에보 2의 로드 구조에서 더 통합된 형태로 재설계됐다. 덜 눈에 띄지만 더 자연스럽다. 어퍼 역시 거의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최소화됐고, 아웃솔도 꼭 필요한 부분에만 적용됐다.
그 결과, 아디다스 자체 테스트 기준으로 이전 모델 대비 약 1.6% 러닝 효율이 개선됐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마라톤이 ‘미세한 차이의 게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의미가 크다. 이런 차이가 쌓이면, 지난 일요일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다음은 뭘까?
자연스럽게 에보 4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페랭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해주고 싶지만요.” 다만 지난 2년 반이 단순히 이 신발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일부 요소는 에보 3에 반영됐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배움은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질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이다.
이번 순간이 보여주는 건 하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서브2는 최종 보스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하나의 체크포인트일 뿐이다. 실제 한계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답하기 매우 어렵다”고 페랭도 인정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이다.
다음 세대의 슈퍼 슈즈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미묘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 정교한 수정, 더 나은 조합. 하나의 강력한 기능보다, 모든 요소를 더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 방향이다.
그게 기록 단축으로 이어질까? 아마도 그렇다. 그렇다고 당신을 사웨로 만들어줄까? 그건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거리 훈련과 이른 아침,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거리 러닝이 필요하다. 참고로 사웨는 경기 당일 아침 “꿀 바른 빵 두 조각과 차”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도 런던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나면, 개인 최고 기록을 노리든, 그냥 완주를 목표로 하든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뭔가, 분명히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