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휴가 없는 도시인들에게 바치는 책 5

2022.08.26이진수

여름의 풍경과 공기를 닮은 책 다섯 권.


머뭇거렸거나, 내키지 않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리라. 나와 비슷한 기분으로 떠나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이번 주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 다섯 권. 사진집부터 에세이까지. 로스앤젤레스의 따가운 햇빛이나, 오르세 미술관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작품의 아우라까지. 원한다면 어디로든, 무엇이든 전달해줄지도 모른다.

01 <TAPAS> 나카가와 히데코 포스트페이퍼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 중 하나를 꼽으라면, 차가운 면발도 좋지만 길거리의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차가운 맥주와 나눠먹는 타파스도 빠질 수 없다. 미니멀하고 반듯한 디자인부터 갖고싶게 만드는 이 책은 연희동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의 요리 선생님 나카가와 히데코가 공개하는 타파스 에세이이자, 레시피 북이다. 젊은 시절 실제로 스페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그녀가 공개하는 타파스 레시피는 집에서도 따라해보고 싶은 어렵지 않은 레시피로 가득하다.

02 <미공개 실내악> 김목인 ㅣ픽션들
김목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잘 쓰여진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그가 쓴 글을 읽을 때 역시 내 머릿 속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랫소리가 흐르는 듯 했다. 몇 가지의 악보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 ‘여름’을 상정하고 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평화로운 여름, 주말 오후가 떠오른 이유는 왜일까? 그의 노래와 글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음악가의 삶이 담긴 무언가를 통해 나까지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03 <Post Truth> 조지 번 George Byrne ㅣHatje Cantz
로스앤젤레스를 다룬 사진집은 많지만 조지 번의 사진집은 조금 다르다. 작렬하는 태양의 빛 앞에서 그림처럼 변화하는 로스 앤젤레스의 면면들을 치밀하게 포착하고, 그림처럼 작업한 것이 특징. 단순히 대상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보다는 작가 나름의 편집 과정을 거쳐 회화화 시킨 것이 특징.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로스앤젤레스를 상상하게끔 만드는 오묘한 매력이 돋보인다.

04 <여름의 피부> 이현아 푸른숲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 일은 아마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들의 역사와 면면에 대해, 그리고 나의 사적인 역사와의 교집합을 찾아 씨실과 날실을 꿰어보는 것은 엄청난 지구력이 필요한, 세심하고도 지난한 작업이지 않을까. 수많은 미술관의 복도를 산책했을 이현아 작가가 쓴 이 책은 ‘여름’과 관련된 작품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다양한 작품과 그 이야기가 단편 영화 혹은 소설처럼 몰입도 있게 전개되는 에세이. 작가가 애정으로, 그리고 겹겹의 이유로 골라 낸 작품을 곱씹기에는 기나긴 여름의 오후가 어울리기에 추천.


05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책읽는수요일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수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휴가를 가고 싶은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생각했을 때. ‘도피’라기보다 ‘탐구’나 ‘여정’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정멜멜 작가의 책에 많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디자이너로 시작해 포토그래퍼가 된,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시작했고 그래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는듯 했지만,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그의 사진 이면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기에, 그의 고민 역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에디터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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