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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하나도 도움 안되는 술자리 꼰대 유형 5

2022.10.14정은아

재미도 없는 술자리에서 예의상 자리만 지키다가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혹은 어제 괜히 술을 마셨다며 후회한 적이 있지는 않나? 당신을 그렇게 만든 그 상대가 여기서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이제 그만 술잔은 내려놓고 몰래 택시를 불러도 좋다. 내 시간을 낭비하게만 만드는 꼰대의 유형을 공개한다.

건배를 하면 무조건 술잔을 비워야 한다며 술을 강요하는 유형
대한민국에서는 건배를 하면 무조건 술을 마셔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둔 건가? 이들과의 술자리에서는 그게 법이다. 건배를 했는데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가 소위갑분싸가 된다. 술이 약한 나는 기분만 내기 위해 건배를 하고 잔을 내려뒀는데 금새 분위기가 싹 조용해졌다. “안 마셔?” 옆 사람과의 대화도 카톡으로 해야 될 수준으로 시끄러웠던 술자리가 나 때문에 적막해진 게 눈치 보여서 꾸역꾸역 원샷을 했다. 다음 잔도, 그 다음 잔도 열심히 비워냈지만 결국 다음 날 내게 남은 건 변기를 붙들고 그렇게 비워냈던 술들을 또 비워내는 일 뿐이었다. 

먹을 때마다 본인만의 먹는 방식을 가르치려 하는 유형
이 유형의 사람과 한 번은 삼겹살에 소맥을 마신 적이 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소맥을 만들어 마셨는데 바로 핀잔이 들어왔다. “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만들면 맛이 없어맛있는 황금 비율 소맥 제조법이 있다며 본인이 직접 소맥을 만들어 건넸다. 물론 맛은 그냥 똑같은 소맥 맛이었다. 소맥 뿐인가? 안주도 마찬가지다. 왜 이 집의 삼겹살은 소금에도, 쌈장에도 찍어먹지 말고 꼭 콩가루에 찍어 먹어야만 맛있다는 건지. 소맥은 어떻게 만들어 마셔도 소맥이고 삼겹살은 어디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가게 사장님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유독 왜 이들만 먹을 때마다 까다롭고 피곤하게 구는걸까? 이들이 맛있다는 방식대로 아무리 먹어봤자 그냥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 먹으면 뭘 먹어도 다 맛이 없다.

모든 대화의 주제에서 주인공이 되려는 유형
어떤 이야기를 꺼내든 “나도 그런 적 있어서 아는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람과 술자리에 있다면 오늘은 리액션만 하다 집에 가겠구나 생각하자.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줄 알았겠지만 절대 아니다. 이들은 저 문장을 필두로 당신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척하며 순식간에 본인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본인 이야기만 하고 싶을 뿐이다. 술자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지 웅변 대회가 아니다. 그렇게 계속 혼자서만 떠들 거면 차라리 유튜브 방송을 해라.

과거에 안 해본 일이 없는 유형
대체 이 사람은 어떤 과거를 보낸 건가? 안 해본 일이 없다. 과거에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40시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 세상에 있는 직업은 모조리 경험해봤고 죄다 본인이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술을 마시면 맨날 똑같은 과거 얘기만 하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과거 경험을 들먹이며 내 인생에 조언까지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조언은 당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해본 것만 많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정도로 진득하게 해낸 거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그냥 짧게 일한 경험도 본인의 경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모든 걸 다 경험해본 이 사람이 지금은 뭐 하냐고? 아무것도 안 한다. 

집에 가고 싶은데 딱 한 잔만 더 마시자고 하는 유형
딱 한 잔만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1차만 마시고 헤어질 거니까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가면 안 될까?” 이 말을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 없이 가버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그래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갈게. 그러다 1차가 마무리 될 때가 되면 이들의 본심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아쉬우니까 2차에서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가자고. 그렇게 3차도 딱 한 잔만, 4차도 딱 한 잔만, 나중에는 첫 차 뜰 때까지 딱 한 잔만. 지금 소주 딱 한 짝을 마신 것 같은데 뭘 자꾸 딱 한 잔만이라는 거야. 

에디터
글 / 정은아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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