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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노숙인으로 파격 변신

2022.10.27박한빛누리

정일우가 <고속도로 가족>에서 노숙인 가족의 가장을 맡았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게 배우에게 득일까 실일까. 매번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어떤 연기를 해도 대중들은 그 캐릭터를 떠올릴 테니까. 2011년 정일우를 스타덤에 올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 이때의 정일우는 만인의 이상형으로 떠오르며 다양한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이후 꽃미남 이미지를 뛰어넘는 연기 변신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덥수룩한 머리, 홍조를 띤 얼굴, 새 영화 <고속도로 가족>에서 휴게소를 전전하며 노숙하는 ‘기우’를 연기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전국 휴게소를 유랑하며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휴게소 내 한적한 곳에 텐트를 치고 캠핑하듯 살고,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휴게소 방문객을 상대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며 빌린 돈으로 끼니를 때운다. 일전에 큰돈을 내어준 ‘영선'(라미란)을 다른 휴게소에서 만나며 위기를 맞는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가족 영화도 오랜만이다. 데뷔 17년 차, 정일우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는 <고속도로 가족> 언론 시사회에서 “연기한 ‘기우’가 가진 캐릭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픔이 있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라고 설명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변화를 주고 싶은 시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정말 정일우 씨 맞아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말이 정말 듣고 싶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얼마나 다르길래 이런 반응일지는 영화관에서 확인해보자. 정일우와 라미란, 김슬기 등이 출연하는 ‘혈연관계가 아닌 정서적 유대가 깊은 가족 이야기’. <고속도로 가족>은 11월 2일 개봉한다.

에디터
글 / 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CJ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