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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채영 "첫 앨범은 제가 참여한 곡으로만 채울 거예요"

2022.12.22전희란

뭐 어때. 채영이 채영에게 하는 말.

블랙 롱 코트, 블랙 터틀넥, 모두 더로우. 블랙 글러브, 에잇 바이 육스. 크로커다일 소재의 ‘마담’ 플랫폼 펌프스, 보테가 베네타. 네크리스, 크롬하츠. 핑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요즘 <웬즈데이>에 푹 빠져 있다고요?
CY 맞아요. <웬즈데이>는 정말 말도 안 돼요!
GQ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어요?
CY 귀여운데 무섭고 기괴한 걸 좋아해요. 혼자 다른 교복을 입는 웬즈데이도 귀엽고, 웬즈데이의 아빠가 매일 다른 말로 웬즈데이를 불러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것도 “예쁜 나의 먹구름” 같은 기괴한 표현으로. 한쪽에선 심각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태연하게 “좋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GQ 제가 채영을 보며 종종 생각한 이미지와도 닮은 구석이 있어요. 하나로 규정 할 수 없는 상충되는 이미지들요. 아, 기괴한 건 빼고.
CY 기괴한 것도 좋아요.(빙긋)

에폴렛 톱, 로에베. 실버 글리터 터틀넥, 이자벨 마랑. 하트 파이에트 메탈릭 홀터넥 톱, 파코라반 at 무이. 카키 카고 팬츠, 준웨이 린. 퍼플 글러브, 쉐르. 핑크 바이커 부츠, 펜디. 팬츠 체인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퍼 사이드 테이블, 세이투셰.

GQ 웬즈데이가 “감정은 곧 약점이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죠. 감정이라는 게 채영에게는 어떤 거예요?
CY 제가 INFP라서 완전히 감정파거든요. 그런데 남한테는 잘 드러내지 않고 혼자 있을 때만 표출해요. 남에게 굳이 표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 있을 때 드러내는 게 제일 재밌거든요. 그래서 웬즈데이의 말에 공감이 돼요.
GQ 혼자 있을 때 채영은 어떤데요?
CY 갑자기 몹시 우울해졌다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하나 보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또 기분이 엄청 좋아져서 청소를 해요. 불현듯 떠오르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러다 영화도 보고···.
GQ 그 많은 감정을 감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텐데.
CY 저는 제가 뭘 하면 기분이 풀어지고, 어떻게 하면 우울해지는지도 알아요. 저 혼자 다 감당할 수 있어서 굳이 남에게 비추지는 않아요.

타탄 크롭트 재킷, 타탄 플리츠 미디 스커트, 모두 바퀘라 at 무이. 네크리스, 크롬하츠.

GQ 훈련이 필요했나요?
CY 생각해보니 훈련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데뷔해서 거의 잠 잘 시간도 없이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때 숙소에 2층 침대가 있었는데 제 자리인 2층에 오르면 시야에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그곳이 제 유일한,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죠. 저녁마다 조그마한 조명을 켜놓고, 매일 공책에 무언가를 썼어요. 해소하려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그림을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엉엉 울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중2병’ 같은 시간이었죠. 그렇게 스스로 감정을 해소하면서 자연스럽게 훈련이 된 것 같아요.
GQ 스스로에게 연고 발라주듯 하는 말이 있어요?
CY 뭐 어때.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이런 생각은 항상 해요.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돼, 모두에게 예쁨받을 필요는 없어.
GQ 누구의 영향이에요?
CY 엄마요. 엄마가 굉장히 긍정적이세요. 제가 뭘 망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늘 “괜찮아, 잘될 거야,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라고 말씀하세요.

트위드 재킷, R13 at 분더샵. 네크리스, 파나쉬 차선영.

GQ 채영에게 무언가를 적는다는 건 배설의 행위라고 말했죠. 최근엔 글로 무엇을 배설했어요?
CY (스마트폰 메모장을 뒤적인다.) “손톱 네일 이번에는 얼마나 갈까 / 네일 내일 투모로우 / 내가 떼어내게 될까 알아서 떨어져 나갈까 / 오래가지 않는 게 꼭 내 문제는 아닐텐데”. 제가 네일을 한 번 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 하는데 이걸 연애나 사랑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써봤어요.
GQ 철학적인데요? 흔히 채영에 대해 말할 때 “하고싶은 것을 하는 아이”라고 하잖아요. 하고싶은 걸 곧장 한다는 건, 후회가 두렵지 않다는 걸까요?
CY 물론 후회할 때도 있지만 일단 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져버리면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그냥 해야 돼요. 해버려야 직성이 풀려요.
GQ 그런 선택들이 지금의 채영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CY 네. 물론 말도 잘 듣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해왔고, 다르게 표현해왔어요. 그런 선택들이 저를 조금 더 저답게 만들고, 제가 저를 살아볼 수 있게한 것 같아요. 아니면 답답해서 못 살았을 거예요.(웃음)
GQ 그럼에도 채영의 자유는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CY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저도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것들을 잘해내면서 내가 하고싶은 것을 했을 때의 무게감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그린 스팽글 재킷, 더 아티코 at 무이. 데님 미니스커트, 준웨이린. 블랙 벨트, 블랙 레더 글러브, 모두 돌체&가바나. 골드 마감 처리한 스털링 실버 네크리스, 보테가 베네타. 빈티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3년 전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자유”라고 말했어요. 그사이에 생각의 변화도 있었어요?
CY 지금 제게 자유는 마음의 여유인 것 같아요. 물론 하고싶은 걸 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와이 가서 살면 진짜 행복하겠다, 자유롭겠다”라는 말들 하잖아요. 그런데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곳이 한국이든, 하와이든 똑같을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여유롭고 안정되어 진정 자유롭다고 느껴야 어떤 행동을 하든, 선택을 하든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자주 생각해요.
GQ 결국 상황보다는 자신이 중요하다는 말이네요.
CY 네, 네. 좋은 데 가서 맛있는 걸 먹어도 내 마음이 불편하고 상태가 안 좋으면 그것을 느낄 여유조차 없을 테니까요.
GQ 마음의 여유를 지니기 위해 자신을 다스리는 법도 알고 있어요?
CY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내가 여유롭고 자유롭고 진짜 행복해지려면 제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저는 계속 음악을 하면서 살아갈 거고, 트와이스로서도, 저 개인으로서도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트와이스 안의 채영과 그게 아닌 채영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트와이스가 아닌 채영으로 나올 때 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요즘 자주 생각해요.

블랙 수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레오퍼드 원피스, 2000아카이브스. 블랙 롱 부츠, 사카이. 네크리스, 코스. 링,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테디 베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트위드 재킷, R13 at 분더샵. 레이어드 팬츠, 준웨이 린. 네크리스, 파나쉬 차선영. 뱅글 브레이슬릿, 링,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그런데 최근에 미래를 보게 되는 초능력을 가진다면 무서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CY 미래를 먼저 봐 버리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만약 제가 미래에 성공한 걸 눈으로 봤어요. 그러면 오히려 지금의 선택들이 더 헷갈리게 될 것 같거든요. 미래에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 결과를 미리 보면 의욕이 생기지않을 것 같아요. 이것이 어떻게 보여질까?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어떤 느낌을 받을까? 이런 기대와 예측 불허함이 저에겐 동력이 돼요.
GQ 솔로 앨범을 준비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CY 첫 앨범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단 서너 개의 트랙이라해도 제가 참여한 곡들로만 채우고 싶고요. 그래서 올해 초에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조금 게을러져서 내년부터는 열심히 해보려고요.
GQ 왠지 일렉 기타를 쳐도 멋질 것 같아요. 아까 화보 보면서 에이브릴 라빈 같다는 이야기도 했잖아요.
CY 맞아요! 에이브릴 라빈 같은 아티스트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렉 기타가 손이 덜 아프다고 해서 그 쪽에 도전할 지도···.

트위드 재킷, R13 at 분더샵. 레이어드 팬츠, 준웨이 린. 네크리스, 파나쉬 차선영. 뱅글 브레이슬릿, 링,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아까 스파이스걸스, TLC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했죠. 도대체 연세가···.
CY 으흐흐. 옛날 노래 찾아듣는 걸 좋아해요. 가끔 요즘 음악이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옛날 노래를 들어요. 박진영 PD님 노래도 듣고요.
GQ <식스틴>에서 ‘Honey’를 부르고 박진영 PD의 극찬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좀 더 예전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해요?
CY 해본 적 있어요. 음악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유명하고 대단한 분들이 이미 해놓은 게 정말 많잖아요. 옛날에는 좀 더 개척해나갈 것이 있었으니까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GQ 내가 먼저 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거라면?
CY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요. 진짜 좋아하거든요. 얼마 전에 다시 영상을 봤는데, 아니, 어떻게 저 시대에 저런 걸 할 수가 있지, 싶더라고요.
GQ <식스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채영은 실패할 거라는 전제는 아예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실제로 그런 말을 하기도 했고요.
CY 나쁜 상황을 미리 생각하지는 않아요.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이렇게 될 거고, 이렇게 할 거야, 이것이 생각의 끝이에요.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아요.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좋게 생각할 것 같아요. 실패한 이유가 있겠지, 공부해보자, 연구해보자. 그러면 다시 되새길 수 있으니까요. (잠시 공백) 그런데 그 전에 실패하지 않게 잘할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흐흐.

블랙 홀터넥 원피스, 알라이아 at 10 꼬르소 꼬모. 레오퍼드 타이츠, 2000 아카이브스. 네크리스, 드와떼. 이퀘스트리언 라지 골드 링, 버버리. 말라카이트와 옐로 골드로 마감 처리한 스털링 실버 링, 보테가 베네타.

GQ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뭔지 모르겠고 헷갈려도 돼”라는 영화 한 장면의 대사를 올려둔 게 기억나요. 그 말이 왜 훅 다가왔던 거예요?
CY 기내에서 본 영화 <C’mon C’mon>의 한 장면이었는데, 화장실 갈 때 그 장면에서 딱 멈췄어요. 운명이다 싶었죠. “헷갈려도 돼”는 늘 하고 있는 생각이었어요. 오늘 하루 괜찮다가 내일은 또 다를 수도 있잖아요. 내가 뭘 하는 거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매일매일 하고 살아가는데 그걸 콕 집어서 이야기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아,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 싶으면서.
GQ 올해 트와이스 멤버들에게 1백 살 돼도 귀여워해 달라는 편지를 썼는데, 1백 살의 채영이라는 미래를 지금 한번 들여다볼까요?
CY 쿨하고 요리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제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젊었을 때부터 신었던 신발, 코트, 진주 귀고리를 하고 혼자 여행도 잘 다니는 멋쟁이 할머니. 머리는 새하얘졌으면 좋겠어요. 완전히 백발. 안 되면 탈색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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