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 앰배서더 두아 리파의 무드 보드 속, 의외의 영화와 책 추천

2026.05.22.조서형, Frazier Tharpe

팝 디바이자 책벌레, 네스프레소 앰배서더인 두아 리파와 함께 칸 영화제 현장을 누볐다. 연인인 칼럼 터너와의 대화부터 뮤직비디오의 무드보드까지 허심탄회하게 공개했다.

Illustration by Chris Panicker; Photo courtesy of Nespresso

“저는 시차 적응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할 수 없어요. 시차를 별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요.”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 시차 적응에 대한 농담을 하며 눈을 반짝인다. 그는 늘 이동 중인 슈퍼 스타다. 가장 멋진 해변에 반짝이는 옷을 입고 나타나고, 가장 활기찬 도시의 공연장에도 빠지지 않고 나타난다. 두아 리파는 직접 그 활기를 만들어내는 존재에 가깝다.

지난주 그가 프랑스 남부의 호화로운 도시 칸에 있었던 것도 당연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가 열리는 그곳은 턱시도를 입은 남자들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크루아제트 대로를 오가고, 검은 SUV 차량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 있으며, 호텔 입구마다 사인이나 사진 한 장을 기대하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 시간 폭풍의 중심, 호텔 마르티네즈에 머물렀다. 엘리베이터는 항상 사람이 많아 기다릴 수 없었고,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대한 계단마다 유명인이든 아니든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명까지 완벽하게 갖춘 채 말이다. 시간대는 상관없다. 아침에는 줄리앤 무어가 일반 손님들 사이에서 조식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끝내 그 장면을 놓쳤다. 이곳은 그야말로 ‘칸의 호텔’이다. 심지어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 시즌 4도 여기서 촬영 중이라고 한다.

나 역시 하비에르 바르뎀의 신작 ‘더 빌러브드’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턱시도를 입었다. 이는 로드리고 소로고옌 감독의 친밀한 드라마로, 스페인판 ‘센티멘털 밸류’ 같은 작품이다. 붉은 계단을 오르는 기분은 마치 성지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빈센트 체이스와 친구들이 퀸스에서 올라와 ‘메데인’을 공개했던 바로 그 계단 아닌가. 극장 좌석은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로 편안했고, 수준 높은 영화를 보기엔 최적의 환경이었다. 다만 세계 최고 영화제에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15분짜리 기립박수까지 포함하면 영화 상영 시간이 너무 긴데 간식 하나 안 준다는 거다. 최소한 종이 팩에 담긴 형편없는 물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두아 리파와의 인터뷰였다. 네스프레소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해변 공간에서 그녀를 만났다. 네스프레소는 오랫동안 칸 영화제를 후원해온 브랜드다. 그녀가 그날 밤 참석할 파티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음악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감독들, 올해 연인인 칼럼 터너와 함께한 최고의 영화 관람 경험, 연기에 대한 생각, 그리고 본인은 부정하지만 사실상 그녀의 레터박스드 ‘탑4’를 드러내는 순간까지 즐겨보시길.

지금 우리는 칸 영화제에 와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계 최고의 시즌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평소에 영화를 즐겨 보나요?
네, 영화 정말 좋아해요. 저는 책도 엄청 좋아하거든요. 책을 읽으면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실제로 겪지 않은 경험을 통해서도 감정적인 지능 같은 걸 얻게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도 똑같다고 느껴요. 새로운 관점을 얻고, 감정과 감성을 배우게 되죠.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북클럽도 운영하시고 독서광으로 유명하잖아요. 책과 영화에서 얻는 게 서로 다른가요?
읽을 때는 세상이 완전히 제 것이 되죠. 모든 게 제 상상 속에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그 이야기의 감독인 셈이네요.
배우 캐스팅도 상상하고, 등장인물 옷차림도 상상하고, 모든 게 머릿속에 있어요. 그런데 영화로 보면 이미 누군가가 하나의 비전을 만들어놓은 걸 보게 되죠. 양 쪽 모두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에요. 책이 영화화될 때 항상 따라오는 논쟁이 있잖아요. 원작을 제대로 살렸는지, 충분히 좋은지 같은 거요. 사람들은 책에 굉장히 애착을 가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읽을 때 그 세계가 너무 개인적이고 친밀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로 바뀌면 종종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죠. 하지만 어떤 작품은 정말 잘 해내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정말 만족했던 작품이 있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이에요.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정말 비슷했고, 완벽한 각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의미 있는 영화가 있다면요?
좋아하는 영화는 정말 많아요. 엄청 감동적이었다기보다 자꾸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매즈 미켈슨이 나온 ‘어나더 라운드’예요. 정말 영리한 영화예요.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독특하고요. 저는 “와, 이런 발상을 하다니 정말 흥미롭다” 싶은 작품들을 좋아해요.

미국 리메이크판도 볼 건가요?
미국 리메이크가 나오나요? 세상에. 몰랐어요. 저는 매즈 미켈슨 버전을 너무 좋아해서 사실 리메이크는 안 보고 싶어요. 하하. 물론 훌륭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도 정말 좋아해요. 그건 제 인생 영화 탑10 안에 들고,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일지도 몰라요.

굉장히 친밀한 드라마나 캐릭터 중심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폭발 장면 많은 영화는 선호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런 액션 영화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뭐든 다 봐요. 다만 지금 떠오르는 작품들이 그런 스타일일 뿐이에요. 얼마 전에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예언자’라고 답했어요. 정말 훌륭한 영화예요.

최근에 본 영화 중 좋았던 건요?
‘더 드라마’ 정말 좋았어요.

그 감독의 전작 ‘드림 시나리오는 보셨나요?
아니요, 아직 못 봤어요. 그것도 봐야겠네요.

어떤 점이 좋았나요?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본 경험 자체가 너무 재밌었어요. 다들 몰입해 있는 그 분위기요.

관객들이랑요?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네, 당연하죠. 저 원래 극장 자주 가요. 특히 투어 중에요. 여러 도시에서 영화관 정말 많이 가는데, 그 영화는 런던에서 봤어요. 사람들이 숨죽이고 놀라고 흥분하는 반응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긴장감도 있었고 웃기기도 했고 강렬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영화 보고 나면 “잠깐, 내 파트너한테 인생 최악의 행동이 뭐였는지 물어봐야겠다” 싶어져요. 저랑 칼럼이 같이 보러 갔는데, 이미 서로 얘기했던 이야기였더라고요. 하하. 그런 식으로 영화 밖에서도 대화를 이어가게 만드는 작품들이 좋아요.

서로 상처받진 않았나 보네요.
아뇨, 괜찮았어요. 우린 서로 꽤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굉장히 영화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특히 ‘뉴 룰스’ 때부터 이미 시네마틱한 시각이 뚜렷했는데요. 특정 감독이나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은 건가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마다 무드보드에는 항상 영화 레퍼런스가 들어가요. 저는 특히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 보셨어요? 로라 던이 차에서 내려 사막에서 춤추고 발을 차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야생적이고 자유로운 에너지가 있어요. 저는 그 에너지를 제 퍼포먼스에 조금씩 담으려고 해요. 그 순간 그녀에게는 엄청난 자유로움과 광기가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그 영화 언제 처음 봤어요?
세상에, 몇 년 전이죠.

저는 데이비드 린치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처음 봤어요. LA 극장에서 상영하는 걸로요.
필름 상영이었어요?

네. LA의 좋은 점이 바로 그런 거죠. 놓쳤던 명작들을 최고의 방식으로 채워볼 수 있다는 거요.
저도 LA에서 IMAX로 ‘오펜하이머’ 봤던 것 같아요. 와… 진짜 대단했죠. 또 제가 굉장히 영감을 받는 영화가 ‘파리 텍사스’예요.

저 아직 그 영화 안 봤어요. 집에서는 안 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건 정말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해요. 색감이 너무 압도적이거든요. 불공평할 정도로 아름다워요. 그런 작품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줘요. 그리고 또 이상한 영화들도 좋아해요. 호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 알아요?

그 영화가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어스 투어’에 큰 영감을 줬다고 들었어요.
진짜요? 몰랐어요. 색감도 그렇고… 전부 연금술 같은 이야기잖아요. 저는 판타지적인 요소도 좋아하고, 강렬한 색감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제 음악 커리어에도 그런 요소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고요.

음악 작업할 때 책이나 영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나요?
사실 곡 작업할 때는 다른 걸 거의 안 해요. 물론 책은 계속 읽지만, 꼭 영감을 얻으려고 읽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떤 문장이 지금 제 인생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면 영향을 받기도 하죠. 그런데 작업할 때는 다른 음악도 거의 안 듣고 영화도 잘 안 봐요.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거든요. 아침에 들어가서 밤 8시 30분쯤 나와요. 그리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저녁 먹고요. 사회생활은 거의 그걸로 끝이에요. 대부분 혼자 스튜디오에 오래 있으니까 그 시기엔 다른 취미 생활을 거의 못 해요.
취미 생활에서 영감을 받는 일은 보통 투어나 여행 중에 많이 일어나죠. 아, 그리고 또 영감을 많이 받는 감독이 있는데요. 얘기하다 보니 생각났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 ‘욕망의 법칙’, ‘키카’. 색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정말 영감을 줘요.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 안 본 장르나 감독 필모그래피를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아직 깊게 파보지 못했지만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당연히 아직 못 본 게 정말 많죠. 늘 새로운 걸 발견하고 있어요. 어젯밤엔 ‘시바 베이비’ 봤어요. 레이첼 세넛 연기가 정말 좋고 몰리 고든도 너무 좋더라고요.

다시 연기할 생각도 있나요?
그럼요. 방금 몰리의 새 영화 ‘피크드’ 촬영을 끝냈어요. 뉴욕에서 찍었는데 자세한 건 말 못 하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낮밤 없이 긴 촬영이었고 엄청난 스케줄에 끌려다니는 느낌이었죠. 몰리는 정말 훌륭한 감독이에요. 디렉션을 너무 잘해줘요. 제 장면 대부분이 그녀랑 함께였어서 금방 친해졌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꼭 더 해보고 싶어요. 다만 저는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음악이 제 본업이니까요.

사람들이 본업 밖으로 나오면 더 비판적이 되긴 하죠.
맞아요. 전 어떤 일이든 제대로 잘하고 싶어서 항상 110%를 쏟아붓거든요. 그래서 긴장되기도 해요. 아마 통제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영화는 제 평소 일과 다르게 많은 통제권을 내려놔야 하거든요. 그게 저한테는 엄청난 배움이었어요. 감독을 정말 많이 믿어야 하니까요.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건 완전한 ‘내려놓음’이었어요. 몰리를 전적으로 신뢰했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줬어요. 정말 재밌고 복합적인 경험이었죠.

맡은 캐릭터는 실제 본인과 좀 다른 편인가요?
저랑 비슷한 점도 확실히 있어요. 공통점이 많죠. 하지만 제가 평소 쉽게 꺼내지 않는 감정적인 면들도 있어요. 캐릭터에는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는데, 그게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뮤직비디오 작업한 걸 보면 감독도 잘할 것 같아요.
언젠가는요… 해보고 싶어요.

남자 주인공은 이미 확보하셨고요.
제 인생의 남자 주인공이긴 하죠. 하하. 그런데 뭐, 두고 봐야죠.

항상 여기저기 다니시고 바쁘잖아요. 인생에서 재미를 최대한 누리는 ‘펀맥싱(funmaxxing)’ 얘기도 하셨는데, 요즘은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어제는 여동생 생일이어서 배 타고 라 게리트라는 레스토랑에 갔어요. 라이브 음악도 하고요. 그런데 갑자기 클럽처럼 변하더라고요. 오늘은 좋은 미술관도 가고, 맛있는 저녁도 먹을 거예요. 최대한 많은 문화를 흡수하려고 해요.

커피도 많이 마시나요? 거의 안 자는 것 같던데요.
저요? 커피는 계속 마셔요. 그래서 이번 네스프레소 파트너십이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저는 정말 커피를 신봉하거든요.

이번이 제 첫 칸 방문인데요. 밖순이 대표으로서…
하하. ‘밖순이’이라는 표현 너무 좋아요. 진짜 웃기다. 맞아요, 저는 집보다 외출을 좋아하는 밖순이 대표에요.

…칸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음… 생각해보자면, 마그 재단이 있어요. 여기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정말 갈 만해요. 물가 쪽에 좋은 레스토랑들도 많고요. 해변 가서 칵테일도 마시고, 마그 재단도 가고, 그리고 당연히 영화도 꼭 보세요.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a href="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68041" target="_blank">'여름이 너무해'</a>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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