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스티브, 이제 무얼 찾을 건가요?
GQ 어쩜 그리 잘해요? 모두의 퇴근이 빨라졌습니다.
SH 목나정 실장이랑 좀 더 찍고 싶었는데, 전 아쉬워요.
GQ 꼭 2년 만이에요.
SH 정말요? 마음은 자주 나오고 싶은데···. 아, 제가 <지큐>로 데뷔했거든요. 그래서 자주 나오고 싶다는 이 말은 진심이에요.
GQ 고향 같나요?(웃음)
SH 맞아요. 옛날 생각도 나고, 일을 한다기보다는 편하게 즐기러 오는 느낌. 오늘도 오전에 드라마 촬영을 하고 왔거든요. 조금 전 화보 찍으면서 환기가 되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좋았어요. 그래서.
GQ <지큐> 카메라 앞에 모델로 섰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때요?
SH 어휴, 지금이 더 재밌죠. 모델로서 화보에 임하는 태도는 생각보다 어려워요. 긴장도 많이 되고 때로는 좀 비장할 때도 있고요. 지금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GQ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었죠? 상현 씨는 오글대는 이 여름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하네요.
SH 들어가는 작품에 액션 신이 좀 있어요. 그래서 운동, 운동, 운동. 사이사이에는 액션 스쿨도 다니고요. 그리고 가끔 쉴 땐 도자기 만들러 가고.
GQ 도자기요?
SH (웃음) 어머니가 공방을 다니셔서 한번 따라가 봤어요. 그런데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이렇게 빚는데 (손을 동그랗게 말아 보이면서) 셰입을 만들 땐 손에 힘도 들어가고 섬세하게 움직여야 하고 그래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고요. 집중해야 하니까 딴 생각이 안 들어서 좋더라고요. 끝나면 예쁜 결과물도 나오고요.
GQ 그렇게 만든 노상현표 자기는 몇 점 정도 돼요?
SH 꽤 많아요. 그래도 한 열 개는 돼요.
GQ 지금 잠깐 상상해봤는데, 그 큰 손, 넓은 어깨를 가진 상현 씨가 요렇게 웅크리고 앉아서 도자기를 빚고 있는 모습. 그 모습도 화보겠다, 싶네요.
SH 아녜요, 빚을 땐 그저 무념무상.(미소)
GQ 두 작품이나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파친코> 시즌 2,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여기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도 준비 중이죠? 이쯤 상현 씨의 마음은 어떤가요?
SH 기대가 크죠. 막 들썩이거나 큰 감정이 요동치는 건 또 아닌데, <파친코> 2랑 <대도시의 사랑법> 같은 경우엔 오래전에 찍은 작품이어서 기대가 더 큰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린 만큼,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더 그래요.
GQ ‘백이삭’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면, 백이삭이라는 캐릭터가 상현 씨의 해석으로 더 다듬어진 부분이 있을까요?
SH 나름 탐구하고 다듬은 부분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나리오 안에서 이루어졌어요. 관객에게 ‘백이삭’의 이야기가 잘 전달됐다면 그건 제가 주변에서 받은 도움들 덕분이에요. 감독님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당연히 민하 배우와는 현장에서 큰 에너지를 교류하고 있으니까. 굉장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스태프분들의 도움까지, 모두의 영향 덕분에 ‘백이삭’이 잘 다듬어졌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요.
GQ ‘백이삭’을 두고 쏟아진 회자 중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요?
SH “솔직했다.” 저는 이 말이 뭐랄까, 위로의 말처럼 들렸어요. 저스틴 전 감독님이 해주신 말이었는데, 여운이 길게 남았어요. 음! 그리고 프리미어 때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윤여정 선생님께서 그러셨거든요. “이삭이 어딨어 이삭이. 너 잘했어. 잘했다.” 선생님께서 그냥 해주신 인사일 수도 있는데 저는 사실 너무너무 좋았거든요. 아니, 무려 윤여정 선생님이시잖아요. 절 찾아서 “잘했다”고 전해주신 그 인사가 정말 큰 칭찬, 위로가 됐어요.
GQ 상현 씨가 <파친코>라는 커다란 작품을 지나오면서 얻은 배움이라면 그건 어떤 걸까요?
SH 음, 굉장히 많은데요. (생각을 한참 정리한 후에) 그 중에도 가장 커다란 배움이라면, 그건 작품의 메시지하고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희망, 용기. 개인의 자아 실현이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인물들의 노력들을 읽고, 보고, 느끼면서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도, 배우로서도요.
GQ 제가 어려운 질문을 드렸죠.
SH 네, 굉장히요.(미소)
GQ 어쩌죠. 아마 다음 질문도 상현 씨에게 꽤 긴 고민을 전하지 않을까 싶은데.
SH 저 서면으로 써오라고 하시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흐흐. 제가 언변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죄송해요. 생각도 정리한 후에 말로 꺼내는 타입이라서 느리거나 버벅대도 이해해주세요.
GQ 전혀요. 오래 생각하고 또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뒤에 이어지는 어려운(?) 질문은 이거였어요. 신인 배우에게 <파친코> 같은 대작이 지나가면 어떤 변화든 찾아올텐데, 상현 씨에게 온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SH 어렵네요. 아주 솔직히 이야기하면 배우로서든, 노상현으로서든 많은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긴 하거든요. 그래서 변화라면 <파친코>가 연결해준 ‘기회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요. 한편으론 동기부여도 많이 됐어요. 더 도전하고 도전하자. 이제 큰 산 하나 넘은 거다.
GQ 넘은 큰 산이 하나 더 있죠. <대도시의 사랑법>은 영화 첫 주연 작품이죠?
SH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담백하고 솔직하게 쓰여서 그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본능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알겠는 거죠. 이들의 마음을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뭔가 자신이 있었어요. 여기에 이언희 감독님, 고은 배우님과 함께하는 입장이니까. 이건 잘할 수밖에 없겠다, 싶었죠. 많이 든든했던 것 같아요.
GQ 성소수자 ‘흥수’를 연기하기 위해서 들인 노력이라면요.
SH 무엇보다 어떤 기준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했어요. 처음부터 작품 끝날 때까지 내추럴하게. 투명하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진심, 자연스러운 감정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이게 가장 컸어요.
GQ 역시 본능적으로.
SH 네. 좀 본능적으로 하려고 했어요. 연기는 그랬고, 준비에 들인 노력도 있는데 실제로 성소수자분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게 뭐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분들이 자주 찾는 공간도 가보고요. 어떻게 보면 인터뷰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어두운 부분,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도 듣고요. 성장 과정, 내면적 고립감, 수치심, 굉장히 깊은 고민들까지 전부요. 정말 고마웠어요. 덕분에 ‘흥수’를 연기하는 데 절대적인 도움이 됐어요.
GQ 저는 노상현이 일궈가는 ‘배우’라는 일이 꼭 현장이나 카메라 앞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아서 좋네요. 더.
SH 고맙습니다. 아마도 좋은 연기를 하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호의적인 전달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고, 또 드러내는 예민한 사람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땐 완성되지 않은 아무개를 해석하고 탐구해야 하는 지독한 관찰자이기도 하잖아요. 결국 배우는 이 모든 영역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감히 ‘좋은 배우’에 대해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부지런히 찾아가고 있는 건 분명해요. 이건 아마도 끝이 없지 않을까요. 계속 찾을 것 같아요.
GQ 이제 어려운 질문 안 할게요.
SH 안 믿어요.(미소)
GQ 배우의 일 말고, 상현 씨가 그저 행복해지는 순간은 언제예요?
SH 이거다, 할 정도로 분명하진 않은데, 보통 보면 자연 볼 때, 자연 안에 있을 때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맑은 공기 마시고, 자연이 내는 소리 듣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근데 이건 인간이라는 종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니까 더 놀라워요. 모두가 좋아하는 거. 생각해보면 세상에 몇 존재 없어요.
GQ 그럼 캠핑이나 액티비티도 좀 즐기겠어요.
SH 그러고 싶은데 이 미세먼지 좀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정말 나가고 싶은데 집에만 있게 돼요. 집에서 공기청정기 막 돌리고.
GQ 갑자기 궁금해진 거. 자연을 좋아하는 이가 집에만 있으면 주로 뭘 하나요?
SH 근데 저 딱히 뭐 안 해요. 음, 최근에 화초를 키우기 시작하긴 했는데, 이거봐, 또 자연하고 연결 되죠.(웃음) 집에서 이제 아라리아, 마오리 소포라, 허브도 최근에 선물 받았는데 너무 귀엽고요. 아, 페페! 페페가 제일 잘 크고 있어요.
GQ 도시남인 줄 알았는데 자연인이었네요.(웃음)
SH 정말 한번 키워보세요. 자연을 집 안에 들이는 느낌인데(갑자기 세상 진지) 분무, 분무를 또 잘해줘야 돼요. 아침저녁으로. 조금만 건조해지면 또 잎사귀 떨어뜨리고 막 투정부리는 친구들이 생기거든요. 그럼 이제 통풍이 잘되는 창가로 옮겨줘야 하는데, 문제는 창을 열면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또 그때마다 저는 공기청정기를 막 돌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