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명절 잔소리 탈출 못했다면

2025.01.30주현욱

친척들의 영혼 없는 잔소리에 영혼 털리지 말고, 속으로 반격해보자.

게티이미지코리아

“취직은 했니?”

공부, 성적에 관련된 친척들의 잔소리 폭격을 받았던 학생 신분이 끝나갈 무렵. 취직이라는 또 다른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자기계발이나 어학연수, 고시 준비 등을 이유로 취직을 미루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취직을 하고 싶지 않아 안 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취직은 언제 할 건데?”라는 말 대신 용돈이라도 쥐여 주면서 응원해주는 건 어떨까.

“월급 얼마나 되니?”

어떻게 한 취직인데 잘했다는 말 대신 돌아오는 질문이 “월급은 얼마나 되니?”라면, 과연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오랜 시간 준비해 어딘가에 합격을 했거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제발 칭찬부터 해주자. 아무에게나 흔하게 하는 그 말,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말을 왜 가족들에게는 인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연애는 하고 있니?”

공부, 취직까지 했으니 이제 연애 차례다. 대학 합격이나 취직 같은 큰 과제가 끝나면 서둘러 연애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의무를 지게 된다. 친척들이 여자친구는 없느냐, 사귀는 사람은 없느냐라고 물으면, 솔직하게 말해 줄 조카는 아무도 없다. 소득도 없이 쓸데없는 패배감과 상처만 주는 “너는 만나는 사람도 없니?”라는 질문은 부디 하지 말았으면…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연애까지 하고 있으면 다음은 결혼 차례다. 아니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아도 결혼 적령기가 되면 “결혼은 언제 할 건데”라는 말이 먼저 나오기 마련이다. 결혼을 계획부터 꼼꼼히 세워놓고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본인들도 그렇게 못 했으면서 왜 어린 조카들을 괴롭히는가. 이들은 생각해본 적 없는 결혼과 관련된 잔소리보다, 당장의 연애 고민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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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언제쯤 낳으려고?”

출산율이 점점 저조해지고 있는 요즘 그 배경에 대해 말이 많다. 물론 아이가 주는 행복감과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지출이 증가하고 빚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아이는 낳고 끝이 아니다. 직접 키워줄 것 아니면 자녀 계획은 부부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그냥 뒀으면 좋겠다.

“살 좀 빼야지?”

취업, 결혼과 마찬가지로 친척들의 단골 잔소리로 등장하는 게 다이어트 이야기다. 일 년에 손꼽을 정도로 만나는 친척이 오랜만에 만나서 대뜸 하는 말이 “너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라면 어느 누가 기분이 좋을까? 특히 온통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찬 명절에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괜히 마음이 쓰여서 전 하나 집어먹는 것도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돈은 얼마나 모았니?”

그리고 또 하나. 이 말 한마디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바로 저축이다. 가뜩이나 연봉은 오르지 않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에게 “돈은 얼마나 모았냐”, “청약은 넣고 있냐”, “앞으로 계획은 뭐냐”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해도 소용없다. 괜히 돈 얘기를 들으면 다신 명절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주현욱

주현욱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문장으로 본질을 풀어내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2015년 패션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GQ KOREA'를 중심으로 'VOGUE KOREA', 'Noblesse' 등 주요 매체에서 컨트리뷰팅 에디터를 겸했으며, 네이버·신세계·한섬 등 기업 브랜디드 프로젝트에서 배우부터 작가까지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와 화보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의 적막을 사랑하며, 희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고 필름 스코어를 탐닉합니다. 모든 관람작에 예리한 평점과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쓸데없이 집요한 구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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