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중에 SNS 제일 웃긴 사람? 해외에선 이미 소문난 밈 제작자

2026.06.24.조서형, Josiah Gogarty

월드컵 시즌에만 반짝 축구 팬인 내게 이번 월드컵 최고의 발견은 골이 아니라 홀란드의 SNS였다.

이번 월드컵 득점왕 경쟁은 치열하다. 리오넬 메시는 두 경기에서 5골, 킬리안 음바페와 엘링 홀란드는 각각 4골을 기록 중이다. 잉글랜드의 희망 해리 케인도 한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추격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누가 앞설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메이저 국제대회가 열릴 때만 축구를 본다. 지금 당장 국가대표 선발 명단을 말하라고 하거나 풀백이 정확히 무슨 역할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난감할 정도다.

물론 이번 대회 전에도 홀란드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워낙 득점력이 뛰어나서 문학 잡지 같은 곳에서도 그의 플레이를 분석하는 글이 나올 정도니까. 하지만 그가 이렇게 웃긴 사람인 줄은 몰랐다. 요즘 축구 선수들은 개성이 제거된 기계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너무 많이 받아서 무슨 질문을 해도 비슷한 답변만 하는 사람들 말이다. “만족스러운 결과로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코치님들과 팬분들께 가장 감사합니다.” 처럼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샴푸 광고 모델 같은 금발 머리를 한 25세 노르웨이 청년이 SNS 피드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홀란드는 노르웨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바이킹 로우’ 세리머니를 즐긴다. 마치 바이킹 배에 앉아 보이지 않는 노를 젓는 듯한 동작이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그의 스냅챗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있다.

미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키우는 포켓몬 파이어레드 팀을 자랑하는 모습. 뉴욕 거리를 평범한 유럽 관광객처럼 돌아다니며 해맑게 웃는 모습. 물리치료사를 뜻하는 ‘Physio’를 ‘Fysio’로 쓰고, 올랜도를 ‘Ornaldo’라고 잘못 적은 뒤 “완벽주의자 여러분께 사과합니다”라며 우스꽝스러운 셀카를 올리는 모습까지. 특히 팬들이 가장 좋아한 게시물은 비행 중 항로 추적 화면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이야기다. “7시간 비행을 그냥 생으로 버텼다. 휴대폰도 안 보고, 잠도 안 자고, 물도 안 마시고, 음식도 안 먹고. 지도만 봤다.”

배우 톰 홀랜드의 저녁 식사 초대를 무심코 거절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영화를 안 봐서 누가 누군지 잘 몰라요.” 심지어 사브리나 카펜터까지 그의 밈을 공유하고 있다. 인터뷰 역시 독특하다. 리즈에서 태어나 현재 맨체스터에서 뛰고 있는 덕분에 그의 영어는 노르웨이어 억양과 잉글랜드 북부 억양이 섞여 있다. 최근 노르웨이와 프랑스의 경기 전망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별로 신경 안 써요. 아마 프랑스가 우리를 이길 거고, 아마 대회도 우승할 거예요.”

이번 대회에서의 맹활약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전 그냥 골 넣는 걸 잘해요. 운도 좀 좋고요. 솔직히 저도 제가 뭘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되는 거죠.” 상대 수비수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골을 한 번, 두 번, 세 번씩 먹히고 나면 결국 “그냥 그런 거지”라는 말밖에 할 수 없으니까. 만약 홀란드가 평범한 미드필더였다면 이런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195cm가 넘는 거대한 체격으로 상대 골문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 때문에 끊임없이 바이킹 전사에 비유된다. 그런데 경기장 밖에서는 한없이 엉뚱하고 느긋하다. 그 간극이 묘하게 사랑스럽다. 현대 축구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그 덕분에 수준 높은 경기가 나오지만, 잔잔한 팬 입장에서는 때때로 너무 진지하게 느껴진다. 결국 축구는 게임이다. 사람들이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의 일부다.

그런 점에서 홀란드는 축구를 더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선수다.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면서도 밈을 만들고, 오타를 내고, 비행기 지도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만약 토너먼트에서 노르웨이가 잉글랜드와 만나 우리를 탈락시킨다고 해도, 적어도 그를 싫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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