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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좋아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 정택운이 품은 것

2026.04.22.김은희

정택운의 세 번째 라운드는.

베스트, CP 컴퍼니. 버뮤다 팬츠, 마땡킴. 벨트, 코치. 슈즈, Y-3. 반지, 코디샌더슨. 마우스피스, 에버라스트. 이너 팬츠, 양말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아까 어떤 운동하고 있었어요?
TW 스트레칭하고, 러닝 10분 뛰고, 섀도복싱 하고, 관장님이나 코치님 있으면 미트 칠 텐데 오늘은 안 계시니까 바로 샌드백 치고, 그리고 마무리 스트레칭했어요. 항상 거의 같은 루틴이에요. 그렇게 하면 1시간 정도 걸려요.
GQ 오늘 누구보다 일찍, 빈 체육관에 혼자 문 열고 들어와서.(웃음) 익숙해 보였어요. 종종 있는 일이에요?
TW 아침에 촬영인데 운동을 가야 된다, 그런데 체육관이 10시에 열어요. 그러면 ‘일주일에 복싱장에 몇 번 갔지? PT 몇 번 했지?’ 생각해서 선택해요. 어제는 복싱 했으니까 오늘은 헬스 할까 싶으면 헬스장도 제가 열고 들어가고 그래요. 오래 다녀서. 오늘은 복싱을 해서 땀을 좀 빼야겠다, 그러면 복싱장 오고.
GQ 얼마나 됐어요, 여기 다닌 지는?
TW 여기는 2015년부터. 복싱은 고3 때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프로복싱 신인왕 챔피언이던 친한 형이 있었어요. 그 형이 너무 멋있었어요. 형이랑은 조기축구 하면서 친해졌는데 “한번 배워봐” 해서 같이 복싱장에 갔어요. 그때부터 하다 대학 가면서 잠깐 쉬었는데 데뷔하고 2012년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GQ 어림잡아도 14년째 취미예요. 택운 씨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복싱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뭐예요?
TW 하나 좋아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 예를 들면 노래. 제가 다른 건 모르겠는데 하나 ‘이거다’ 하면 그걸 평생 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까지 제 인생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그냥 한철 지나가는 운동, 인연,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쭉 계속 같이 가는 것 중 하나 같아요. 음악이나 무대나 빅스처럼.

긴 네크리스, 불레또. 브레이슬릿, 크롬하츠. 복싱화, 나이키. 윈드브레이커, 트레이닝 팬츠, 짧은 네크리스는 모두 정택운의 것.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택운 씨 몰래 관장님한테 물어봤어요. “자주 와요?” 어제도 왔대요. “잘해요?” 엄청 잘한대요.
TW 아이, 못 한다고 하진 않으시겠지.(웃음)
GQ 맨날 경기 나가자고 하실 정도라던데요?
TW 그냥, 제가 왼손잡이다 보니까. (복싱 등 격투기에서) 오른손잡이를 오소독스 Orthodox, 왼손잡이를 사우스포 Southpaw라고 하는데, 오소독스가 전통적인 방식이에요. 그러다 보니 왼손잡이는 상대하기 까다로워요. 오른손잡이끼리 하다 왼손잡이랑 하면 스위치돼 있으니까. 원래 타격하던 곳과 다르고 맞는 곳도 다르니 들어오기 쉽지 않은 점이 있긴 한데···, 어쨌든 저는 그냥 살도 빼고 관리하는 목표로 하는 거고, 뭐랄까, 수련하는 기분이라서 좋아요. 요즘 저 MMA도 배우고 있거든요.
GQ MMA? 격투기 말이에요?
TW 네, 종합 격투기. 한 3개월 됐어요. 원래는 주짓수를 배워볼까 하고 갔는데 거기서 MMA도 가르치더라고요. 종합 격투기라서 다리도 써요. 로킥, 하이킥, 제가 태권도도 해서 다리 쓰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태클까지 하면 허벅지가 막 터질 것 같거든요. 끝나면 숨도 잘 안 돌아오고 ‘헤엑’ 이렇게 돼요. 재밌어요.
GQ 파이터 본능이랄까, 기본적으로 숨이 극한까지 차오르는 운동을 좋아하나 봐요.
TW 심장이 터지려고 할 때가 너무 좋아요. 기본적으로 그런가···. 어릴 때 축구 선수 할 때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제발 오늘 비 오게 해주세요” 기도를 정말 많이 했어요. 비가 오면 학교 근처 다리 아래서 콘 놓고 점프하는데, 비가 안 오면 중랑천 5킬로미터를 뛰어야 했어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선착순으로 계단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들 토하고, 동계훈련·하계훈련·지옥훈련,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너무너무. 차라리 눈이라도 와서 눈이나 치웠으면 좋겠다 할 정도로. 그런데 어느 순간 복싱을 하면서 좋았던 건, 빅스 활동하면서 관리해야 할 때 제일 좋은 수단이었어요. 땀이 엄청 많이 나요. 유산소니까. 그때 저는 슬림한 걸 좀 더 선호해서 PT나 다른 운동은 크게 안 하고 복싱에 재미가 들었는데, 막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 아드레날린이라고 할까, 행복해요. 살아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러면서 숨이 차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의 그것 또한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뛰는 게 좋고 그러진 않았어요.

스웨트 셔츠, 아디다스 × 떠그클럽. 쇼츠, 나이키. 쇼츠 주머니에 꽂은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얼마 전 빅스 모두 함께한 콘서트가 7년 만이었죠?
TW 너무 행복했어요. 항상 너무···, 아쉬워요. 빅스 활동은 항상 아쉬워요. 왜냐하면 끝이 날 걸 아니까. 사실 이번 준비 기간에 진짜 많이 아팠어요.
GQ 뮤지컬 <슈가> 막바지 기간과 겹쳤죠.
TW 겹치기도 했고, 그래서 나를 좀 돌봐야 되는 시간이었는데도, 그런데 공연 준비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너무 좋고 너무 행복했어요.
GQ 왜 안 늙어요, 빅스 멤버들은? 10여 년 전 무대 위 모습들과 다른 점이 없어요.
TW 아무래도 다들 어릴 때부터 자기 관리를 했고 ‘내가 관리하면 이렇게 괜찮구나’를 알게 된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그게 예의라는 걸 알지 않을까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결국 내 가치 자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오래 일하려면 오래오래 잘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해요. 그러다가도 ‘와, 언제까지 관리를 하고 사냐. 이제 좀···’ 싶을 때쯤 비 형님께서 “평생 해야지”라고 하셔서, 형님이 하시는데 나도 해야지. 프흐흐흐. 아이, 그럼 해야지. 다시 또 마음을 잡기도 하고.
GQ 그 영상 봤어요. 택운 씨가 그랬잖아요. 늘 운동하면서 살았고, 1일 1식도 오래 했고,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나. 그런데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구나.
TW 숙명이라고도 생각하는데, 그런데 제가 좀 감사함을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쉽게 가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데, 최근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건가 싶어요. 기브 앤 테이크이지 않을까요.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는 것이고, 잃는 만큼 얻는 것도 있는 것이고.
GQ 숙명.
TW 이제는. 감사하게도 ‘가수가 되자’던 첫 번째 꿈은 이뤘고, 그냥, 제가 하는 모든 일의 이유는 계속 무대에 서기 위함인 것 같아요. 서기 위함. 영화를 하든 드라마를 하든 뮤지컬을 하든 앨범을 내든 무대에 오래 서기 위함 같아요. 그 과정에서 빅스 레오는 빅스 레오대로 잘 관리를 해주고, 정택운이라는 이름으로도 무언가를 또 해보자. 그게 지금의 제 목표예요.

후디, 팬츠, 모두 아디다스 × 떠그클럽. 슬리브리스, 윌리 차바리아 × 자라. 네크리스, 복싱 글러브, 복싱화는 모두 정택운의 것.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목표에 대한 이야기하기 전에 잠깐, 빅스 레오로서 오랜만의 무대 끝나고는 괜찮았어요? 몸과 마음 모두.
TW 마음은 너무 괜찮았어요. 그런 공연에서 오는 공허함은 너무 어릴 때 느껴서. 지금은 공허함보다는 ‘잘 해냈다’는 마음이에요. 잘 해냈다. 사실 공연 끝나고 제일 크게 ‘끝났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이명이거든요.
GQ 이명?
TW 네, 이명. 왜냐하면 인이어로 저희 귀에 들어오는 노래는 소리가 엄청 커요. 춤을 춰야 되기 때문에 악기 소리, 음악 소리, 내 보컬 소리···,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아요. 공연 딱 끝나고 인이어 빼면 귀에서 삐이이 소리가 나는데 그게 언제 오냐면, 잠잘 때. 제일 심해요. 불 다 끄고 누워 있는데 삐이이, 그런. 저는 그런 이명이 공허함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공허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GQ 그 순간 다 쏟아붓고 나면 공허함도 남지 않는 건가요?
TW 아뇨, 옛날에도 똑같이 쏟아부었죠. 옛날에는 음···, 감정적이었어요. 되게 미시적으로 봤어요. 삶의 태도에 대해서. 그냥 보이는 것만 봤어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 내 상황, 내 상태, 그것만 보고 그대로 분출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 걸음 뒤에서 볼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너무 거기에 푹 빠져서 살아가는 삶보다는. 이런 말이 있어요. 부처님 말씀 중에 “육신이 영혼을 가진 게 아니라 영혼이 육신을 가진 거다. 영혼이 바로 너다”. 내 육신의 상태와 내 감정 상태로 모든 걸 판단하고 표현하는 어린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걸로 판단하려고 하지 않아요. ‘나 지금 공허해. 나 지금 공연 끝났고, 나 지금 센치해’, 이런 게 아니라, 내가 몸을 가진 것뿐이고, 나는 우주의 조그마한 무엇일 뿐이니까 많은 것에 연연하려 하지 않고, 조금 더 노멀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GQ 담백해졌구나.
TW 네, 담백해졌어요. 몸으로서 보이는 형체가 아니라 나라는 영혼 하나를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옛날보다.

링거 티, 코치. 팬츠, 언더웨어, 모두 캘빈클라인. 네크리스는 정택운의 것. 이어커프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지난 늦여름에 우리 <지큐>에서 나눈 이야기들도 떠오르네요. 여전히 잘 자고요?
TW 맞아요. 잘 자요. 그때 말했듯 많이 아픈 때가 있었고, 그런데 그런 때가 있었던 게 감사해요. 그때가 있어서 지금 내가 괜찮을 때 괜찮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감사함도 알게 됐으니까.
GQ 다음 스텝은 어떤 걸 생각하고 있어요? 두 번째 챕터라고 해야 하나, 세 번째 챕터라고 해야 하나.
TW 이제 세 번째 챕터쯤인가? 정택운인데, 첫 번째 챕터는 빅스였고, 두 번째 챕터는 건강해진 정택운 같아요. 제가 빅스 레오일 때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고 많은 걸 이뤘지만 정택운을 돌보지 못해서 정택운이 건강해지는 활동을 ‘Chapter 2’에서 많이 한 것 같고, 이제는···, 저도 그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전이랑 다른 느낌들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 이건 이제 세 번째 발자취 같은 느낌인가?’ 했어요. 그래서 ‘Chapter 3’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아요. 과언이 아니에요. 이제는 건강해진 정택운이 열심히 무언가를 다시 또 해보려고 한다, 딱 그런 시기이지 않나.
GQ 복싱장 여기저기에 귀여운 문구가 많더라고요. “작은 주먹 큰 꿈”, 이런.
TW 운동하는 곳에는 그런 문구가 항상 있어야 하는 것 같아.(웃음)

링거 티, 코치. 팬츠, 언더웨어, 모두 캘빈클라인. 네크리스는 정택운의 것. 이어커프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택운 씨에게 기운을 주는 말이 있다면요?
TW 이것도 불교 문구인데 “부처님 품 안에서”라는 말이에요. 힘 나게 한다기보다 내가 노멀해지는 문구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다 이유가 있겠지. 일어나는 일들에는”. 저는 모든 게 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서 누군가 “쟤는 왜 잘됐어?” 물을 때, “저러니까 잘됐지”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갈망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GQ 차 기다리면서 잠깐 나눈 이야기도 비슷한 결 같아요. 뭐였죠, 요즘 자주 듣는다던.
TW 응, <초역 부처의 말>이라는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가 있어요. 목소리가 좋은 남자분이 읽어주시는데 “있던 건 지나가고 없던 건 돌아온다. 지나간 일에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 쓰지 마라. 나의 마음이 밝으면 해가 뜨고 나의 마음을 접으면 달이 진다. 변하기 마련이고,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말들이에요. 듣고 있으면 편안해져요. 아까 문구도 그렇고 종교적으로 막 ‘부처님이 날 도와주실 거야’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인간의 근본적인 생각과 잡념들에서 가지가 너무 많이 쳐질 때 단면적으로 딱 볼 수 있게 해줘요. 그런 관념 같아요.

링거 티, 코치. 팬츠, 언더웨어, 모두 캘빈클라인. 네크리스는 정택운의 것. 이어커프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저도 좋아하는 불교 철학 중 하나가 모든 건 ‘무 無’라는 거예요. 원래 없던 거예요.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고. 그걸 생각하면 편안해져요.
TW 재밌는 게, 제가 이번에 이사를 했어요. 짐이 짐이, 끝도 없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사 준비하는 6주 동안 누나 집에 살았거든요? 오늘 입은 옷이랑 몇 개가 제가 챙긴 전부였어요. 나 그렇게도 잘 살았는데 이 옷들이며, 이 가방들이며, 이게 왜 필요하지?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나 없이도 잘 살았는데? 뭐, 옷이야 한두 벌은 더 필요했던 것 같긴 해요. 회사와 세 번 미팅하면 세 번 다 같은 옷 입고 갔어서.(웃음) 그거 말고는 집 안에 있던 모든 물건이 ‘아아아무것’도 필요 없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 정말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쓸데없이 필요 없는 것들을 안고 살았어요.
GQ 제일 먼저 뭘 버릴 거예요? 물질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TW 저는 사실 지금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 중에는 버릴 게 없는 것 같고, 물질을 버려야겠어요. 신발 정리해야 되고, 옷도 정리해야 되고. 옷을···, 왜 그렇게 샀지? 저 진짜 평소에도 이렇게 다녀요. 어느 순간 제가 밖에 나갈 때도 꾸미지 않아요. 옛날에는 어딜 가도 꾸미고 나갔어요. 어딜 가도 스키니에, 부츠에, 항상 꾸미고 다녔는데, 요즘은 이러고 가요. 뭘 그렇게 그걸···. 그런데 제가 볼 땐 못 버리고 있던 건 아니에요. 버릴 수 있었어요. 그 생각을 못 했던 거예요.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 해볼까가 아니라 해야지.

링거 티, 코치. 팬츠, 언더웨어, 모두 캘빈클라인. 네크리스는 정택운의 것. 이어커프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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