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언더아머를 떠난 농구선수 스테픈 커리가 리닝과 블록버스터급 신발 계약을 체결했다.

기다림은 끝났다. 지난해 11월, 스테픈 커리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스폰서 언더아머와 결별하고 자신의 독자 라인인 ‘커리 브랜드’의 간판마저 내리고 나왔을 때, 스니커헤드들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질문뿐이었다. ‘이 시대를 지배한 NBA 슈퍼스타의 다음 둥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나이키로의 화려한 복귀일까? 아니면 길 건너 아디다스나 최근 농구화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뉴발란스와의 만남일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언더아머 시절 선보인 다소 생기 없고 밋밋한 킥스들 뒤로하고, 마침내 ‘셰프’ 커리의 자석 같은 매력과 패러다임을 바꾼 재능에 걸맞은 시그니처 모델을 볼 수 있게 될까?
시즌 내내 다양한 농구화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컬트 클래식 모델들을 번갈아 신고 코트를 누빈 끝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아이콘은 마침내 확실한 답을 내놓았다. 스테픈 커리는 공식적인 ‘리닝의 남자’가 되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스포츠웨어 거물 리닝과 10년간 무려 약 5천5백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커리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다른 메이저 브랜드들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공룡들이 빅터 웸반야마나 앤서니 에드워즈처럼 앞으로 전성기가 한참 남은 젊은 스타들을 붙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리닝이나 안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커리어의 후반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베테랑 선수들의 매력적인 종착지가 되어왔다. 카이리 어빙과 커리의 옛 동료 클레이 탐슨은 이미 안타에서 시그니처 라인을 이끌고 있으며, 지미 버틀러와 은퇴한 드웨인 웨이드는 오랜 시간 리닝의 간판으로 활약 중이다.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다. 브랜드는 진짜 NBA 레전드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고, 선수들은 원하는 수준의 막대한 계약금을 챙기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할 기회를 얻으니까.
물론, 올해 38세가 된 커리는 방금 언급한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다. 비록 그가 선수 커리어의 시작점보다는 끝자락에 더 가까이 서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테픈은 여전히 눈을 뗄 수 없는 흥행 보증수표이자 여전히 우승 반지를 노리는 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할 수 있는, 이 스포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리닝 역시 그가 10년의 계약 기간 내내 NBA 코트를 누빌 것이라 착각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커리가 리닝을 신고 몇 시즌을 더 뛰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우승 트로피를 향해 질주해 준다면? 그 자체로 리닝에게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

커리 개인의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자신과 ‘커리 브랜드’의 미래를 탄탄하게 다지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ESPN의 보도에 따르면, 커리는 커리 브랜드의 이름 아래 다른 선수들을 리닝에 직접 영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가졌다. 다음 세대의 시그니처 플레이어들을 직접 키워낼 수 있다는 뜻이다. 리닝이라는 이름이 다음 NBA나 WNBA 드래프티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카드는 아닐지라도, ‘스테픈 커리와 함께 나만의 시그니처 스니커즈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리닝은 북미 지역에 커리 브랜드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며, 커리가 전 세계 농구선수 중 가장 골프를 사랑하는 만큼 골프 디비전 론칭까지 야심 차게 기획하고 있다.
이제 남은 유일한 질문은 ‘리닝의 품에 안긴 커리 브랜드가 마침내 커리의 커리어 사상 최초로 예쁜 시그니처 스니커즈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짜릿한 농구 실력을 뽐내면서도, 정작 발에는 생기 없는 ‘언더아머제 간호사 신발’을 신고 뛰던 커리다. 이제야말로 우리가 진짜 일상에서도 신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커리 모델을 만날 수 있을까? 아직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았다. 리닝의 가장 대표적인 농구화 라인인 드웨인 웨이드의 ‘웨이 오브 웨이드’ 시리즈는 코트 위에서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찬사를 받아왔지만, 스타일에 예민한 스니커 컬렉터들의 마음까지 완벽하게 훔치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마주한 거대한 기회는 커리와 리닝을 디자인의 완전히 새로운 정점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동안 커리가 코트 위에서 보여준 모든 행보가 그랬듯, 그의 스니커즈 커리어의 다음 챕터 역시 그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