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이상기후 폭염 속에서 만난 생존의 유니폼, 릭 오웬스 2027 SS 컬렉션

2026.06.26.박지윤

스포츠웨어와 아방가르드의 공존, 그리고 인간의 태도에 대한 질문.

“우리 모두는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누군가는 무장하고, 누군가는 단련하며, 누군가는 외면하고, 누군가는 돌처럼 굳어진다.”

릭 오웬스는 이번 2027 SS 컬렉션을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태도를 패션이라는 언어로 번역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메시지는 40도에 육박한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다가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콘크리트 위를 걷는 모델들의 런웨이를 지켜봤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아디다스와 함께 제안한 ‘트레이닝’이다. 릭 오웬스는 아디다스의 시그니처 조깅 슈트를 가죽과 누드 톤 거들 소재로 재해석하며 스포츠웨어와 자신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여기에 2027년 출시를 앞둔 차세대 러닝화와 클라이마쿨 기술을 적용한 공기 주입식 재킷과 쇼츠를 공개했다. 내부 팬과 아이스 베스트를 결합하면 러너의 체온을 낮춰주는 개인용 냉각 시스템이 완성된다. 퍼포먼스를 위한 기술이지만, 이날만큼은 기후 변화 시대를 위한 현실적인 생존 장비처럼 읽혔다.

이번 컬렉션은 기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첨단 기술과 장인정신이 같은 무게로 공존한다. 견장은 황제와 파일럿, 선장의 제복을 떠올리게 하는 권위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텐세그리티 구조는 인간의 몸을 하나의 건축물처럼 바라본다. 뼈와 근육, 압축과 장력이 균형을 이루는 신체는 결국 릭 오웬스가 말하는 ‘단련된 몸’의 은유다.

소재에 대한 집착 역시 여전하다. 코모에서 직조한 실크와 포플린, 100년이 넘는 역사의 이탈리아 직조사 보노토와 함께 개발한 실크 크레이프, 하루 25m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뒤셰스 원단까지. 기술이 미래를 향한다면, 공예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 파리와 런던의 장인들이 수십 시간에 걸쳐 손으로 완성한 라텍스 톱과 케이프, 스트레이투카이가 제작한 텐세그리티 챕스는 릭 오웬스가 여전히 사람의 손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를 상상하는 컬렉션이지만, 그 미래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장인의 시간이다.

릭 오웬스는 이번 시즌에도 아름다움을 정의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입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몸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남을 것인가. 그의 2027 SS 컬렉션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이었다.

박지윤

박지윤

디지털 에디터

박지윤은 트렌드를 디깅하며 세상의 모든 것에 마음을 쓰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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