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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스 앤 원더스 2025 ‘까르띠에’

2025.05.04.김성지

까르띠에가 펼치는 메타모포시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쉐

2025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 흐르는 까르띠에의 테마는 ‘변신의 예술’이다. 까르띠에는 마치 마술사나 연금술사처럼 스톤과 금속을 고귀한 오브제로 변모시키는 메종 장인들의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특별한 시계들을 창조한다. 올해 역시 워치메이커 중 단연 돋보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네바를 찾아왔다. 그중 가장 먼저 주목할 노벨티는 단연 프리베 컬렉션. 클래식의 가치를 존중하는 소수의 컬렉터를 위해 매해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한정판 컬렉션으로, 과거 메종의 전설적인 타임피스들을 다시금 선보인다. 2017년 크래쉬를 시작으로 탱크 쉬누와즈, 탱크 노말, 똑뛰에 이어 올해의 주인공은 1928년 처음 등장한 탱크 아 기쉐. 프랑스어로 창을 뜻하는 기쉐라는 이름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시간과 분만 표시하는 이 혁신적인 모델은 까르띠에의 창조적 정신과 대담한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1920년대에 시간을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이 까르띠에의 창조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2025년 새롭게 탄생한 탱크 아 기쉐는 두 가지 디자인으로 나뉜다. 12시 방향에 시간 창, 6시 방향에는 분을 나타내는 드래그 미닛 창을 배치한 모델은 1928년 탄생한 오리지널 탱크 아 기쉐를 꼭 닮았다. 옐로 골드, 핑크 골드, 플래티늄 소재로 선보이며, 각각의 케이스에 어울리는 컬러를 디스플레이와 스트랩에 반영했다. 두 번째 모델은 10시 방향에 시간 창이 위치하고,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분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이는 풍부한 창의성과 미학적 혁신이 절정을 이룬 1930년대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플래티늄 버전으로 200피스만 한정 제작해 더욱 애가 탄다. 두 버전 모두 자체 제작 수동 칼리버 9755MC로 구동된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1922년 탄생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탱크 노말로 알려진 최초의 탱크 워치를 새롭게 재해석한 모델이다. 탱크 고유의 미학은 유지하면서 케이스를 세로 방향으로 더욱 길게 늘렸고, 샤프트를 둥글게 다듬으며 직사각형 형태로 매만졌다. 철길에서 착안한 미닛 트랙과 블루 핸즈가 조화로운 다이얼은 까르띠에의 표상이 됐고, 사파이어 카보숑 크라운을 배치한 우아한 디자인은 오래도록 탱크를 대표하는 워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새로워진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며 작은 디테일에 변주를 줬다. 우선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세로로 더 긴 탱크 아메리칸 워치와 같은 무브먼트인 자동 칼리버 1899MC를 장착함으로써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사이즈도 조금 더 확장했다. 더 큰 변화는 다이얼의 디테일.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중앙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방사형 패턴을 넣어 새로운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탄생을 조용히 알렸다.

트레사쥬

까르띠에는 이따금씩 마치 마술사처럼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변형을 통해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트레사쥬 워치는 해변의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골드와 다이아몬드 같은 원석들을 메종의 연금술을 통해 바라보며 만든 새로운 형태의 워치다. 트레사쥬 워치를 언뜻 살펴보면 시계라기보단 하나의 고귀한 조각품 같다. 마이용과 꾸쌍, 리플렉션처럼 까르띠에 컬렉션 라인업에서 독특한 디자인 코드를 자랑하던 워치들을 계승하는 의미를 지녔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선 총 네 가지 버전의 트레사쥬를 공개했다. 다이아몬드 스노를 세팅한 직사각형 다이얼에 골드와 다이아몬드가 트위스트 형태로 교차하는 워치부터 새카만 다이얼과 대조적인 옐로 골드를 매치해 형형한 빛을 뽐내는 모델, 다이얼과 트위스트 스트랩 모두에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세팅한 모델, 그리고 사파이어까지 고명으로 얹은 워치까지. 까르띠에가 펼치는 연금술 아래 곡선과 직선, 부드러움과 정교함이 대비를 만들며 아름다운 마찰음을 빚어낸다.

팬더 드 까르띠에

핑크 골드 36.5 x 26.7mm 크기, 6.8mm 두께,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블랙 및 골드 브라운 컬러 래커.

팬더 드 까르띠에가 더욱 화려하게 돌아왔다. 야생의 팬더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답게 이번에도 자연에 주목했다. 얼룩말과 호랑이 무늬가 떠오르는 추상적인 패턴에 다이아몬드와 오렌지 그리고 옐로 컬러의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을 과감하게 사용해 자연의 태양빛이 너울거린다. 애니멀 베리에이션이 들어간 뉴 팬더 드 까르띠에의 탄생엔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 장인들의 활약이 컸다. 장인들은 수작업으로 다이얼에 블랙과 골드 브라운 래커를 바른 후 고온에서 굽고,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스노 세팅했다. 태양을 머금은 브레이슬릿에는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와 스페사르타이트 가넷을 파베 세팅해 폴리싱 처리한 결과 마치 주얼리들이 하나의 패턴처럼 그러데이션을 이루는 것 같다. 끝으로 크라운에도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마무리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기까지 110시간 이상 소요된다니, 메종의 장인정신을 집약한 워치라 부를 만하다.

팬더 주얼리 워치

까르띠에는 상징적인 동물 팬더를 활용한 주얼리 워치도 세심하게 매만졌다. 한쪽엔 당장이라도 뛰어오를 듯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 팬더가 자리하고, 반대쪽엔 시계를 얹어 ‘뚜아 에 무아 toi & moi’ 브레이슬릿을 완성했다. 팬더의 뛰어오르는 몸짓과 늘씬한 근육, 귀와 코의 디테일뿐 아니라 새롭게 두 다리를 넣어 조각 예술의 미학을 보여준다. 옐로 골드 팬더 주얼리 워치는 폴리싱 옐로 골드와 블랙 래커로 팬더 무늬를 만들고 차보라이트로 눈을 표현했다. 반대편엔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베젤과 블랙 래커 다이얼이 위치하고 12시 방향에는 중심을 잡아주는 다이아몬드를 넣었다. 화이트 골드 모델은 230시간동안 주얼리 메이킹, 폴리싱, 과정을 거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팬더의 눈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에메랄드를 퍼 세팅하고, 파베 세팅과 스노 세팅한 다이아몬드가 브레이슬릿을 관통해 각기 다른 질감 효과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