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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씨 윤 “빈칸은 흐릿한 물음표로 남겨두는 게 좋겠어요”

2025.12.23.신기호

“전 물음표가 생기면 마침표로 끝내야 돼요.”

슬리브리스 톱, 트랙 재킷, 스커트, 이어링, 모두 셀프 포트레이트. 슈즈, 마르니. 양말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올해 얼마큼 바빴어요?
YN 그렇지 않아도 저 다음 주에 ‘라스’ 녹화가 있어서 인터뷰하다가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래서 캘린더를 쭉 봤죠? 봤는데, 제가 읽어드릴게요.
GQ 월별로요?
YN 그럼요. 완전 대박, 진짜 깜짝 놀랐어요. 일단 1월엔 팬미팅으로 중국과 일본을 다녀왔어요. 동시에 <직장인들> 촬영을 시작했고요. 2월엔 이제 컴백 준비를 시작합니다. 중간에 ‘워터밤 마닐라’에도 참석했고요. 3월에는 컴백, 활동, 콘서트 준비로 가득 찼고, 4, 5월은 콘서트, 행사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대학교 행사 하루에 2, 3개씩 매일매일 다녔거든요. 6월은 일본으로 갔죠. 일본 활동이랑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어요. 사이사이 인도네시아, 호주, 태국으로 콘서트 투어까지 다녀왔고요.
GQ 상반기 순삭.
YN 맞아요. 순삭. 7월엔 활동을 시작했어요. 8월은 금·토·일·월 이렇게 4일은 콘서트 투어가 늘 잡혀 있었어요. 홍콩, 싱가포르., 타이베이. 물론 이때도 <직장인들>은 사이사이 찍었고요. 9월부터는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고, 10월 한 달 동안은 미주 투어를 다녀왔어요. 11월은 또 다른 드라마를 시작했고, ‘워터밤 마카오’도 다녀왔고, 이제 이렇게 12월이 됐습니다. 흑.

핑크 티셔츠, 아크네 스튜디오. 안에 입은 스트라이프 티셔츠, 쇼트 센텐스. 데님 팬츠, 모자, 모두 순진. 로퍼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그래서 윤의 올해를 총평할 수 있는 키워드를 떠올려보면?
YN 시간 삭제. 시간 순삭. 으아아아. 저는 지금이 12월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올해 온전히 쉰 날이 딱 이틀이었어요. 꺅!
GQ 에? 몸 관리는 어떻게 했어요?
YN 제가 쉴 때 아픈 스타일이에요. 일할 땐 팔팔하다가 꼭 쉴 때 아파요. 그래서 좀 억울할 때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쉬지 않아서 아프지도 않았으니 좋은 건가? 흐흐. 제가 밥은 잘 챙겨 먹거든요. 근데 영양제는 또 안 먹어요. 비타민도. 그냥 제 자체가 ‘인자강’인 것 같아요. 인간 자체가 강한 심자윤. 그런데 내년에는 더, 더 바빴으면 좋겠어요. 진짜 안 쉬고 싶어요.
GQ 인자강 맞네요.
YN (흐뭇) (뿌듯)
GQ 일 년 동안의 스케줄 사이사이에 <직장인들>이 늘 있었어요.
YN 맞아요. 처음엔 많이 낯설었어요. 선배님들이야 워낙 베테랑들이시고, 정말 저만 잘하면 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직장인들> 시즌 1이 6화거든요? 웃프게도 6화 찍을 때 적응을 한 거예요. 선배님들이 자윤이 이제 막 적응했는데 끝났다고, 놀림 반 아쉬움 반 토닥여주셨어요.
GQ 그런데 기쁘게도 시즌 2의 기회가 바로 주어졌고요.
YN 맞아요. 그래서 시즌 2에서는 정말 편하게, 재밌게 할 수 있었어요.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에 쏙쏙쏙쏙 들어가서 리액션하고 빠지고. <직장인들>에서 제 담당이 ‘리액션’이었거든요. 그래서 조잘조잘 말을 많이 해야 했어요.

브라 톱, 퍼 트리밍 데님 재킷, 슈즈, 데님 팬츠, 모두 돌체앤가바나.

GQ ‘인턴 심자윤’ 짤 정말 많이 돌잖아요.
YN 가장 많이 도는 게 이 짤 같아요. 후장님께서 손가락질하실 때 “후장님 그만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면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고요!” 했던.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속으로 엄청 뿌듯했어요.
GQ <직장인들>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어떤 달란트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YN 에너지? 제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데 그런 저의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래서 부담스럽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미소) 음! 맞아, 그래서 제가 오디션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봤거든요?
GQ 그 오디션 영상 저도 봤어요. ‘열정 인턴’, 맞죠?
YN 네네. 그런데 막상 연기할 땐 조금 힘들었어요. 이 열정 인턴이 가진 굉장히 높은 텐션을 연기한다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예능 촬영장이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저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저는 4~5분 계실 줄 알았는데 PD님, 작가님, 감독님, 연기자 선배님들 포함해서 20분 정도가 앉아 계시는 거예요. 카메라도 엄청 많고요.
GQ 첫 오디션이었죠?
YN 맞아요. 그래서 큰일 났다, 싶었는데 뭐 해야죠. 그래서 ‘그래, 이분들께 큰 웃음 드리고 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연기했더니 훨씬 편하더라고요.

레더 재킷, YCH. 레더 스커트, 앙팡 리쉬 데프리메. 티셔츠, 메종 마르지엘라. 목걸이, 위크 제너레이션.

GQ 그렇게 시작한 <직장인들> 이후에 드라마 섭외가 이어졌다고요.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YN 왜요, 부담, 긴장, 걱정 엄청 됐죠. 그런데 주변에서 칭찬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칭찬을 받으면 뭐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무엇보다 캐릭터 자체가 딱 저, ‘심자윤’이라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밝고 당차고 조금은 엉뚱하고 그런 캐릭터.
GQ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사랑하는 죽음>은 이 작품과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다르죠? 죽음을 다룬다고요.
YN 네, 주제가 그래서 처음엔 좀 어려웠어요. 또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새롭기도 했고요. 저는 작품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시청자들께는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를 좀 밝게, 가볍게 설정해서 연기했고요.
GQ <사랑하는 죽음>도 오디션을 봤어요?
YN 네. 그런데 다행히 제가 이 웹툰을 봤거든요. 웹툰을 보면서도 느꼈던 게 ‘죽음’이라는 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모를 뿐이지 일상에 늘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생각들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GQ 오늘 화보 모니터할 때 포토그래퍼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윤 씨 눈에서 슬픔이 보인다고. 우리는 작품의 영향일까, 싶었는데.
YN 그런가 봐요. 아직 그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아직 그 캐릭터를 못 놔주고 있어요. 제가 촬영할 때 진짜 많이 울었거든요. 꽤 많이. 강원도 양양에서 촬영했는데 중간에 행사 스케줄이 있어서 서울로 잠깐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멤버들을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예전 그 밝은 분위기가 안 올라오는 거예요. 그 경우만 봐도 그사이에 꽤 깊게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티셔츠, 유에치치.

GQ 지금은 괜찮아요?
YN 네. 많이 좋아졌어요. 이렇게 화보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리프레시도 됐고요.
GQ 몰입이 컸던 만큼 정도 많이 들었겠어요. 언제가 가장 그리워요?
YN 저희가 양양에 있을 때 2인 1실을 썼어요. 자기 전에 이렇게 누워서 작품 얘기, 캐릭터 얘기, 연기 얘기를 진짜 많이 했거든요? 저는 그때 그 밤들이 너무 소중했어요. 그리고 현장에는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분이 많았거든요. 그분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저도 대학교를 너무 가고 싶은 거죠. 제가 연습생 생활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친구가 별로 없어요. 있다면 성장해온 환경이 비슷하고요. 같이 연습생 시절 지나오고, 데뷔하고. 그런데 대학교 이야기 들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각자 꿈도 다르고, 좋아하는 거, 생활하는 것도 전부 다르고. 저는 그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GQ 어려서부터 한 분야에 몰두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죠.
YN 네. 저는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배우분들 중 한 분이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고 해서 거기 막 보러 가고, 놀러 가고 그랬어요. 말 안 하고 가서 일하는 모습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보면서 내가 알바생 역할이면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참고하기도 하고, 또 반대로 촬영 현장에서는 나한테 막 “죽여버릴 거야” 이렇게 연기했던 사람이 지금 저기서 커피 만들고, 친절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또 재밌고, 웃기고.
GQ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팔팔 끓고 있는 요즘이네요.
YN 네. 재밌어요. 전 물음표가 생기면 마침표로 끝내야 되는 성격이거든요. 궁금한 거, 필요한 거, 해야 하는 것을 통과하는 과정 중에 물음표가 생기면 그게 뭐든 전 반드시 마침표를 찍어야 다음으로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으로 예쁘게 봐주신다면 아마도 저의 그런 성향 덕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그러니 더 열심히 하려고요.

퍼 코트, 위크 제너레이션. 티셔츠, 유에치치. 팬츠, 트렁크 프로젝트. 슈즈, 메종 마르지엘라.

GQ <지큐>랑 만난 지는 벌써 3년 가까이 됐어요.
YN 벌써요? 이거 봐, 시간 너무 빨라. 시간 삭제. 시간 삭제.
GQ 그때 이런 말을 했어요. 앞으로를 묻는 질문에 96세까지 활동할 거라고. 그래서 세 번째 인생은 97세부터 시작될거라고.
YN 저 일단 마음가짐이 바뀌었습니다.(웃음) 이렇게 수정할게요. 먼저 첫 번째 인생이 데뷔 전 학창 시절, 두 번째 인생은 지금도 너무 꿈만 같은 우리 스테이씨로 보내는 시간들, 그리고 세 번째 인생은 ‘심자윤’으로 한번 솔직하게 살아보려고요. 한 45세까지? 그럼 네 번째 인생의 시작이 46세일 텐데, 벌써 많이 줄었죠? 97세에서. 하하하하하핳.
GQ 그럼 심자윤의 네 번째 인생은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YN 음, 이건 비워둘래요. 빈칸은 흐릿한 물음표로 남겨두는 게 좋겠어요. 왜냐면 하고 싶고 알고 싶은 물음표가 생기면 저는 또 마침표로 끝내기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할 테니까. 그때 한번 확인해보세요. 46세의 심자윤.(씨익)

체크 셔츠와 집업 재킷, 트렁크 프로젝트. 쇼츠, YCH. 레그워머가 달린 슈즈, 그라운즈.
포토그래퍼
김선혜
스타일리스트
김지원 at 원비주얼
헤어
이다영 at 키츠
메이크업
김하린 at 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