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뱀과 더 거대한 거미의 나라. 하지만 커다란 야생동물과 멀릿 헤어가 호주의 전부는 아니다. 호주인 셋 정도의 말을 믿어보자.

자, 호주 남자를 한번 떠올려보자. 멀릿 헤어. 크리스 헴스워스와 제이콥 엘로디 사이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잘생겼지만 햇볕에 그을린 얼굴. 옷차림은 어떤가? 보드 쇼츠? 리넨 셔츠? 민소매? 발에는 늘 플립플롭이 붙어 있고, 그 발은 다시 서프보드에 붙어 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당신은 이미 콧수염까지 떠올렸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정말 틀렸다. 호주는 늘 위험한 동물과 엉망인 헤어스타일이 가득한 전형적인 외딴 섬처럼 여겨져 왔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호주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리넨 셔츠의 세계 밖에서, 호주의 남성복은 완전히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 호주 패션위크의 마지막 쇼가 끝났다. 물론 이 쇼에서 남성복 비중이 아주 큰 건 아니다. 스포트라이트 대부분은 여성복이 가져간다. 그래도 지금 호주 남성복이 얼마나 다양하고 예상 밖인지를 보여주는 꽤 좋은 스냅샷이다.
알버스 루멘에서는 잉크빛 네이비와 아쿠아 블루 컬러의 블라우스와 버튼업 코트들이 “약간 펑크적인” 분위기를 풍겼다고 GQ 오스트레일리아의 디지털 콘텐츠 총괄 찰리 칼버는 말한다. 그리고 콤마스는 본다이 비치보다 덜 유명하지만 그만큼 좋은, 시드니 타마라마 비치의 거친 바다 앞에서 쇼를 열었다. 찰리에 따르면 “깃털 같은 딥 브이넥과 조각적인 라피아 햇”, 그리고 “가슴 장식 디테일이 들어간 미친 럭비 셔츠”가 등장했다. 호주의 앙팡 테리블 알릭스 히긴스와 조던 고고스는 컬러와 텍스처를 과감하게 다뤘고, 모든 것이 몸, 몸, 몸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패라지는 테일러링을 다뤘다.
거리로 나가면 분위기는 더 다양하다. 포토그래퍼 리즈 선샤인은 실제 남자들의 스타일도 정말 제각각이라고 말한다. “딱 하나의 트렌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원단과 제작 방식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졌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옷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죠.”
그 말은 꽤 설득력 있다. 호주에서 패션쇼를 여는 건 쉽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다. AFW 참가 비용만 약 2천만 원 수준이다. 2026년의 많은 브랜드는 작고 정교하게 구성된 컬렉션에 집중하고 있다. “호주가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오히려 멋진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되려면 나름의 규칙이 생기거든요.”
찰리는 말한다. “작아야 하고 동시에 굉장히 민첩해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뭘 만들지 훨씬 더 신중하게 고민하게 되죠.” 그는 관세 문제, 작은 소비 시장, 복잡한 생산 구조 때문에 사람들이 품질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한다.“그 결과 사람들이 더 좋은 품질에 돈을 쓰게 됐어요. 전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퍼스 기반 브랜드 Man-tle을 예로 든다. “이 브랜드는 모든 걸 엄청나게 깊게 연구해요. 진짜 그 방향으로 세게 밀어붙이고 있죠.”
또한 송 포더 뮤트라는 브랜드도 있다. 버켄스탁의 디자인 언어를 건드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부 브랜드다. 뮤타이머는 “멜버른 출신 한 친구가 시작한 브랜드인데 원래는 좀 더 스트리트웨어 느낌이었다가, 지금은 미친 레더 재킷과 카우하이드 벨트를 만들면서 완전히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스케이터들이 사랑하는 버터 굿즈도 있고, 크롭 블레이저와 플리츠 킬트로 테일러링을 비트는 우미 노리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Belancē는 대거 칼라와 숄 라펠이 들어간 화려한 빈티지 스타일 맞춤복을 만든다.
클래식 브랜드들도 여전히 강하다. P.존슨의 테일러링 제국은 런던 새빌 로우 옆 올드 버링턴 스트리트에 자리 잡았다. RM 윌리엄즈는 카우보이들을 위한 브랜드고, 벤로이는 해변 키드들을 위한 브랜드다.
좋다. 이제 다시 처음의 상상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호주 남자를 떠올려보라. 그는 지금 뭘 입고 있나? 여전히 리넨 셔츠인가? 아니면 흐르는 듯한 테일러링, 깃털 같은 톱, 일본식 염색 코튼인가? 나도 모른다. 당신도 모른다. 좋다. 이제야 좀 흥미로워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