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진 디지털 라이프.
몽크 모드 MONK MODE

최근 몇 년 사이, 사무실 모니터가 꺼지지 않는 업계(이를테면 스타트업이나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를 중심으로 ‘몽크 모드 Monk Mode’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다. 또 틱톡의 ‘자기 개발’ 카테고리에서도 해시태그 #monkmode는 무려 8천만 회 이상 조회되었을 정도로 반응이 상당했다. 이게 뭐길래? ‘Monk Mode’는 용어 그대로 ‘수도승 모드’를 뜻한다. 그러니까 수행자와 같이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일정 기간 동안 하나의 목표에 몰입하는 업무 태도를 일컫는다. 설명을 듣다보면, 하루 중 특정 시간을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업무에 집중하는 ‘딥 워크 Deep Work’와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차이라면 ‘외부 자극’으로 분류되는 방해 요소를 스스로 ‘일시 차단’하는 데 있다.(딥 워크는 하루 중 업무 타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고, 또 외부 자극을 며칠 또는 몇 주 간격으로 차단하지도 않는다.) 이에 글로벌 언론 마케팅 기업 소스 오브 소스(SOS)의 대표, 피터 샹크만은 이 ‘몽크 모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요즘 시대의 우리는 끊임없이, 온갖 방해 요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치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과 같죠. 결과적으로 ‘몽크 모드’는 이런 혼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을 제공합니다. 더하여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하고, 깊이 있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죠. 이건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아닙니다. 시간을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해 결국 보다 나은 삶의 사이클을 완성해나가는 건설적인 태도에 가깝습니다.” 그럼 어떻게?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SNS를 비롯한 스마트폰의 스크린 타임을 과감히 줄이고, 가능하다면 빈번하던 술자리나 사교 활동도 일정 기간 동안 끊은 채 내가 설정한 그 목표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하루든 일주일이든 ‘일정 기간’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두는 것. 결국 디지털 환경에서 끊임없이 울리고 떠밀려오는 알림과 정보의 과잉에서만 벗어나도 ‘몽크 모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내 일부 스타트업(Y Combinator, Stripe, Basecamp 등)에서는 ‘빌드 모드 build mode’로 불리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설정해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몇 주 동안 외부 미팅과 SNS 활동을 끊고 프로젝트에 몰입한다.
디지털 사바티컬 DIGITAL SABBATICAL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 노마드를 자처하던 이들은 이제, ‘디지털 사바티컬 Digital Sabbatical’로 불리는 절제된 라이프스타일을 마주하게 됐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금의 삶의 방식을 극단적으로 외면하는 방법인데, 이를테면 일정 기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SNS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중단해 정신적 피로도를 회복하는 방식이다. IT 계열에서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최근 ‘여행’과 ‘웰니스 산업’에서 주목받으며 하나의 트렌드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웰니스를 주창하는 리조트와 호텔에서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요가, 하이킹, 명상 프로그램을 구성해 ‘오프라인 휴식’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 체크인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폰 프리 Phone-Free’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디지털 사바티컬’은 Chlrms 펜 실베이니아 연구팀을 통해서도 그 효과가 입증됐는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감축’하는 것보다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인간의 정신적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애매한 관계 유지보단 ‘손절’이 정답일 때가 더 많은 법!
사일런트 트래블 SILENT TRAVEL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이제 ‘피로’가 됐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진정한 휴식은 ‘단절’만이 정답이 됐다. ‘사일런트 트래블 Silent Travel’은 이 지점에서 등장했다. 디지털 환경을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그렇다면 오롯이 쉼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소음과 자극이 적은 환경. 이곳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며 자연 속에서 걷거나 머무르는 시간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 곧 ‘사일런트 트래블’인 것이다. 미국 여행 매체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 Condé Nast Traveler>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더 많은 곳을 찾는 여행보다 더 깊은 휴식을 경험하는 여행을 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동성과 생산성을 강조했던 워케이션 이후의 여행은 고요함과 회복이 키워드”라고 안내한다. 매체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사례는 핀란드 관광청의 ‘사일런스 프로그램’이다. 대표 콘텐츠는 북유럽의 대자연 안으로 들어가 누리는 명상과 호수 카약인데, 흥미로운 건 여행자들이 깊은 숲속의 오두막에 머물면서 자연의 사이클 안에서만 생활하는 지점이다. 그러니까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자리에 드는, 이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된 단순한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자연 속 삶을 뜻하는 ‘프릴루프트슬리브 Friluftsliv’ 문화가 여행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숲을 걷거나 호숫가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그 핵심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여행’은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체크리스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여행 조건으로 재편되고 있다. 문득 ‘여행은 나를 찾는 과정’이라는 이 뻔하고도 익숙한 말이 이 사일런트 트래블 앞에서는 이렇게나 ‘트렌드’하게 설명될 일인가 싶기도 해서 피식 웃음도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