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소년 만화가 아니다. 어른이 되면 안다. 커다란 적에 맞서 싸워 이긴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입은 고통과 상처가 흔적도 없이 치유되는 게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나도 어떤 상처는 끝까지 남아 나를 괴롭힌다는 걸. 그런 싸움은 애초에 피하자. 삼십육계 줄행랑이 괜히 있겠는가! 회피가 정답인 순간 6가지.
감정에 압도당했을 때

감정에 압도돼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범람’이라 부른다. 이처럼 분노, 울분 등 특정 감정이 너무 큰 상황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극단적이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빚을 수도 있다. 이때에는 일단 대화를 멈추고 일단 자리를 피한 뒤 재정비하는 것이 이롭다.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
치명적인, 혹은 원인 불명의 사고, 조직 내 부조리 등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여기에 속한다. 리차드 라자루스와 수전 포크만 박사가 세운 ‘스트레스와 대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거시적 재앙에 맨몸으로 부딪히며 싸우려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심한 무기력을 낳는다. 그냥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하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
심각한 번아웃 증상
잠이 안 오고, 자꾸 아프고, 온종일 무기력하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황에서 ‘노력’으로 극복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독, 더 큰 문제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자신에게 지금 아무런 힘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남들이 뭐라건 간에 도망쳐서 쉬어야 한다.
트라우마 유발 상황

과거의 어떤 강력한 공포와 상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라 우리를 괴롭힌다. 만약 마음이 무방비한 상태에서 갑자기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상황·인물·공간을 마주쳤다면 굳이 이겨내려 할 필요 없다. 완전히 무시하고, 해당 장소에서 벗어나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도망치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할 때
작가인데 글이 안 써질 때, 운동선수인데 정체기가 왔을 때. 안 되는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기보단 과감히 내던지고 일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수 있다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연구가 있다. 매일 같은 루틴에 속해 있으면 뇌가 둔해져 성장이 멈출 수 있는데, ‘자기 확장형 도피’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기에는 생산성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취미·여행 등으로 환기해줌으로써 자신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