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 젊은이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단호하게 끊는 이유

2026.06.02.조서형, Sam Parker

기름진 식당들은 사라지고, 클린 이팅이 소셜 미디어를 지배하는 시대. 전통적인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유행에서 멀어졌다. 과연 시대에 맞게 진화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짜 고기 맛 나지 않아요?!”

내 손가락 사이에는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한 조각이 끼워져 있다. 그 안에는 예상 외로 매콤한 풍미를 지닌 소고기 소시지가 들어 있다. 눈앞 접시에는 그 외에도 칠면조 베이컨 두 장, 토마토와 양파를 더한 마살라 베이크드 빈즈, 지금까지 본 스크램블드에그 중 가장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는 달걀이 놓여 있다. 아, 그리고 해시브라운도 있다. 그건 그냥 평범한 해시브라운이다.

모멜레트는 런던 동부 브릭 레인 근처에 위치한 카페다. 브릭 레인은 활기찬 방글라데시 공동체와 끝없이 이어지는 커리 전문점들 덕분에 ‘방글라타운’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카페 주인인 38세의 날렵하고 호감 가는 외모의 소니는 자신만의 방글라데시식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설명해주고 있다. 이 메뉴는 몇 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처음 영국에 왔을 때 이런 카페들 앞을 지나가곤 했어요. 하지만 메뉴에 돼지고기로 가득해서 우리는 먹을 수가 없었죠.” 그가 말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 어머니께 부탁하면 어머니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게 우리가 이해하는 영국식 아침 식사가 된 거죠.”

2021년, 소니는 경영난에 빠진 힙스터 카페를 저렴하게 인수했다. 이후 셰프를 고용하고 1세대 이민자인 자신의 이모에게 어린 시절 집에서 먹던 아침 식사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모멜레트의 ‘하프 잉글리시’가 탄생했다. 이후 지역 노년층 단골들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유입된 젊은 주민들이 함께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소고기 소시지는 고객들로부터 “무슬림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돼지고기 소시지보다 훨씬 맛있다”는 평가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고 한다. 한입 더 먹어보니 나 역시 반박하기 어려웠다. ‘풀 잉글리시’는 빅토리아 시대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음식이었다. 사실 영국이 완전히 자신들만의 음식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통 음식이기도 하다.

생선튀김은 16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온 세파르디 유대인 이민자들이 전해준 것이니 피시 앤 칩스는 제외된다. 브릭 레인에 향기를 퍼뜨리는 치킨 티카 마살라는 영국 제국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가장 전형적인 영국 음식으로 여겨지는 코티지 파이와 셰퍼드 파이조차 프랑스의 아시 파르망티에나 그리스의 무사카 같은 유사한 음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소시지, 달걀, 베이컨, 버섯, 블랙 푸딩을 한 접시에 모아놓는 발상은? 이건 거의 순수하게 영국적이다. 물론 수년에 걸쳐 감자튀김이나 베이크드 빈즈 같은 다소 수상한 외국 출신 재료들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풀 잉글리시는 계급 사회인 영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계급을 초월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중세 농민들의 음식으로 시작해 튜더 왕조와 스튜어트 왕조 시대에는 부유층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클라리지스 호텔에서 7만 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먹을 수도 있고, 여전히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2만 원 이하에도 먹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풀 잉글리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버전의 아침 식사는 수세기 동안 “영국 음식은 맛없다”는 비난에 맞서는 기름진 방패 역할을 해왔다. 서머싯 몸은 “영국에서 잘 먹고 싶다면 하루에 아침 식사를 세 번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그 비난을 어느 정도 증명하기도 한다.

풀 잉글리시에는 사실상 ‘조리’가 없다. 그저 여러 재료를 모으고 배치하는 작업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국 역사 자체를 설명하는 가장 점잖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음식은 특히 영국 남성들의 마음속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말이다.

“나는 암에 걸렸습니다.” 위대한 음식 평론가이자 신랄한 칼럼니스트였던 A.A. 길은 2016년 사망하기 얼마 전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사실은 암이 넘쳐날 정도로 많습니다. 풀 잉글리시 수준으로요.” 그다운 표현이었다. 공격적이고 검은 유머가 섞여 있으면서도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수없이 떠올렸고, 그것이 영국인과 국민 아침 식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위로받기 위해서든, 기념하기 위해서든,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서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서든 풀 잉글리시를 찾아 나설 때, 전날 밤의 여파로 약간 떨리는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그 기름진 산더미 같은 음식을 내려다볼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풀 잉글리시의 한 입 한 입은 지방 덩어리를 관상동맥에 밀어 넣는 행위와도 같다. 자기 관리가 미덕이 된 시대의 급진적인 자기 파괴 행위이며, 커피에 우유가 퍼지듯 세상에 아침 햇살이 번져 나가는 시간대에 즐기는, 화려함 없는 쾌락주의의 제스처다. 특히 영국 북부에서는 특정한 남성성의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처음 술에 취했던 것은 열세 살 때 삼촌의 결혼식에서였다. 다음 날 아침, 흐르는 노른자까지 포함한 풀 잉글리시를 깨끗이 먹어 치웠을 때 아버지의 눈에 맺힌 자랑스러운 눈물을 나는 그 이후로 본 적이 없다.

풀 잉글리시의 터무니없는 양과 마주하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이며 남성다움의 표현이다. 요리계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삶에서 좋은 것, 편안한 것들이 그렇듯 이제는 이 음식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풀 잉글리시의 전통적인 터전인 그리스 스푼 카페는 멸종 위기종이 되고 있다. 2003년에 출간된 ‘클래식 카페’는 영국에 이런 카페가 약 500곳 남았다고 추산했다. 1950년대 약 2,000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감소다. 인스타그램 계정 @caffs_not_cafes를 운영하는 아이작 랑가스와미는 현재는 50곳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물론 건강식 열풍도 있다. 스테로이드로 다져진 인플루언서들이 틱톡에서 아보카도와 베리를 썰며 건강한 삶을 설파한다. 수많은 경제 위기를 겪은 세대에게 건강은 최고의 지위 상징이다. 새벽 5시 냉수욕과 감사 일기 사이에 풀 잉글리시를 넣으라고 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스타그램 시대에 풀 잉글리시는 더러운 포마이카 식탁 위로 맥주 배가 튀어나온 이미지와 연결된다. 사실상 시대정신과 정반대에 있는 음식이다.

과연 풀 잉글리시에게 미래가 있을까?

로라 케르세브는 10년 동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펍 주방에서 일한 셰프였다. 하지만 지난해 그녀는 외식업계를 떠나 틱톡 콘텐츠 제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풀 잉글리시 퓨전 영상들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말 폭발적이었어요.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죠.”

그 시작은 형편없는 중국식 배달 음식 때문이었다. “한 번은 정말 별로인 중국식 테이크아웃을 먹었어요. 솔트 앤 페퍼 감자튀김을 주문했는데 너무 형편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제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그런데 냉동실에 감자튀김이 없어서 해시브라운으로 대신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그 순간 ‘잠깐, 풀 잉글리시 전체를 중국식 테이크아웃 스타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결과 차슈 베이컨, 굴소스 소시지, 그리고 곁들여 먹는 새우 토스트가 포함된 풀 잉글리시가 탄생했고, 해당 영상은 곧 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일본 버전은 어때요?’, ‘이 나라는요?’라고 묻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계속 만들게 됐죠.”

케르세브의 창작물들은 모멜레트의 하프 잉글리시와 마찬가지로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어쩌면 풀 잉글리시의 미래를 지키는 방법은 다른 문화의 맛과 결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문화주의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통 음식을 구하는 셈이다.

하지만 케르세브에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녀는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요리 경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화의 요소를 차용하는 방식이 항상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저는 전통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저 아이디어를 참고할 뿐이죠.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생겨요. 가장 심한 반응 중 하나는 나이지리아식 풀 잉글리시를 만들었을 때였어요. 문화 착취자라는 말까지 들었죠. 어느 정도 이해는 해요. 그래서 발음 같은 것도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때로는 특정 재료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와이 버전을 만든 적이 있는데 반응이 별로였어요. 파인애플을 넣었더니 사람들이 ‘하와이를 파인애플로만 연결하는 것에 지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세상에, 죄송해요. 정말 열심히 조사했는데요’라고 생각했죠.” 사실 케르세브의 창작물에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그녀와 남자친구 외에는 아무도 먹어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부 콘텐츠용이다.

“항상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라고 해요. 하지만 그건 운영상 악몽일 거예요. 정말로요.” 소니와 케르세브 모두,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하자면, 자신들의 풀 잉글리시 변형 버전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 음식에 조금 더 많은 풍미를 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적어도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 음식은 맛이 너무 밋밋하다는 이야기다. 역사학자 가오리 오코너가 풀 잉글리시를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영국성과 영국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 뼈아픈 지적이다.

국가도 사람처럼 자신의 결점을 잘 보지 못한다. 혹시 풀 잉글리시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이유는, 이제는 외딴 지방 소도시에서도 태국 음식점이나 일본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단순히 충분히 맛있지 않아서 말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2017년, 유고브는 매우 중요한 주제인 아침 식사에 대해 전국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응답자의 83%가 풀 잉글리시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단순히 셔츠 단추가 터질 듯한 베이비붐 세대만의 의견도 아니었다. 사회경제적 계층, 성별, 종교, 연령을 막론하고 풀 잉글리시에 대한 호감도는 대부분 80% 안팎을 기록했다. 가장 사랑받는 재료는 베이컨과 소시지였다. 보고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튀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아침 식사 구성 요소들 즉, 튀긴 빵, 프라이드에그, 구운 토마토, 버섯과 베이크드 빈즈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성은 ‘구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재료들 즉, 버섯, 토마토와 수란을 더 선호했다.”

가장 의견이 갈린 재료는? 당연히 우리나라 순대와 비슷한 블랙 푸딩이었다. 기름, 지방, 소금. 영국인의 입맛은 수세기 동안 이 세 가지에 무방비 상태였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풀 잉글리시의 미래에 더 큰 위협은 다른 데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보카도와 시금치가 조금씩 접시에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 상어와 케이지 없이 함께 수영하는 것만큼이나 말이다.

2021년 ‘가디언’은 젊은 세대의 건강 의식 증가가 그리스 스푼 카페들의 급속한 폐업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10대와 20대들도 가끔 재미 삼아 풀 잉글리시를 먹기는 한다. 하지만 영국인들이 이를 정기적으로 먹던 영광의 시대는 지나갔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자주 먹었던 때를 기억한다. 노섬벌랜드에서 2주 동안 자선 도보 여행을 했을 때였다. 매일 32km 가까이 걸어야만 아침마다 풀 잉글리시를 먹을 자격이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분명 살은 쪘다.

최근 나는 집에서 ‘죄책감 없는 풀 잉글리시’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본 구성은 유지한다. 프라이드에그 하나, 좋은 소시지 하나, 베이컨 한 장, 그리고 작은 블랙 푸딩 한 조각.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접시는 다채로운 샐러드로 채운다. 생토마토, 비트, 적양파. 여기에 아스파라거스와 아보카도, 그리고 시금치도 추가한다. 이렇게 과도할 정도로 건강한 재료를 덧붙이는 것이 오히려 기름진 음식들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과 비타민은 마치 착한 경찰과 나쁜 경찰처럼 서로를 보완한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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