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유세윤의 낙

2010.12.10유지성

유세윤은 바쁘다. 다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연예인이 광대란 말은 그와 상관 없는 일이다.

수트는 루비암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구두는 비프로 제또

 

가장 최근 들려온 당신 소식은 ‘산E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유세윤’이었다. 당신 뮤직비디오를 스스로 촬영하긴 했지만, 남의 뮤직비디오까지 찍을 줄이야.
진영이 형한테서 연락이 왔다. 산E라는 랩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네가 한번 찍어보면 어떻겠냐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원래 박진영과 친분이 있었나?
얼마 전 발표한 내 노래 ‘성공’에 ‘피처링 JYP’라고 썼다. 사실 그 JYP는 진영이 형이 아니고 박재윤이라는 내 친구 이름인데, 그 친구가 랩을 못해서 비꼬는 것처럼 들릴까 봐 미리 전화 걸어서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몇 번 통화하다 뮤직비디오 얘기가 나온 거다. 처음 만난 건 <무릎팍 도사>에서였고.

이왕 찍는 거, 왜 피처링은 안 했나?
원래 피처링을 꺼리는 편이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긴 했다. 그런데 대체로 요구하는 게 “유세윤 씨 좀 웃겨주세요” 이런 거다. 근데 웃기려고 하면 안 웃기다. 모르고 해야 웃기다. 작정하는 순간 그건 이미 실패한 마케팅이다. 아, 산E는 피처링 제안 없었다.

7개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한다. 자기 것도 모자라 남의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최근엔 새 싱글 ‘DC 연예인’도 나왔다. 음악 작업은 대체 언제 하나?
내가 7개나 하고 있나? 잘 모르겠다. 뭐 스케줄 다 끝나고 밤에 하거나, 저녁 스케줄 있는 날은 오후에 하거나. 쉬는 시간에 뮤지네 집에 가서 하는 거다.

취미로 시작했단 건 알고 있지만, 벌써 싱글이며 EP며 4장이나 냈다. 그게 제일 재미있나?
그렇다. 프로필 같은 거 쓸 때 ‘취미’란에 쓸 거 없어서 고민하던 게 완전히 해결됐다. 영화감상, 음악감상 이런 건 좀 없어 보이지 않나. 스노보드도 겨울에나 잠깐 타지. UV 하면서 취미란에 폼 나게 ‘음악’이라고 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올해 참 별의 별 일을 다 했다. 홈쇼핑 음반 홍보 사건은 절정이었다. 한 평론가는 그것이 그냥 재미가 아닌 ‘획일화된 대중음악 시장을 향한 일종의 린치’라고 말했다. 글쎄, 정말로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건가?
나도 그 기사 봤다. 노림수를 갖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말고 진짜 기성가수가 그런 걸 용감하게 시도했다면 굉장히 호감이 갔을 것 같다.

당신의 퍼포먼스나 노래가 음악적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당신이 차용하는 힙합 음악의 요소들엔 마니아적인 지점이 있다. 오롯이 음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사실 난 힙합 잘 모른다. 대신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오마주한다는 느낌으로 만드는데, 그게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힙합 말고도 하고 싶은 음악이 많다. 그동안 우리 음악은 주로 과거를 얘기했다. 이제 다음엔 미래로 갈 거다. 미래로 가는데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그런 거 해보고 싶다.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걸 한다고?
난해하고 이상하고 그런 것 들고 나와서 벌여놓은 다음에, 구차하게 설명할 거다. 우리가 앞서 나가는 거라고. 좀 재수 없게. 우린 음악으로만 놀고 싶은 게 아니라, 퍼포먼스랑 같이 하면서 즐기고 싶은 거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우리 음악은 이래서 좋은 음악이고….” 이런 거. 어떤 의미에선 비꼬는 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작 음악은 안 좋은데 좋은 거라고 강요하고, 설명하고 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엔 뭐가 제일 맘에 드나?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내게 즐길거리를 마련해준 고마운 노래다. 무엇보다 그 노래가 UV만큼이나 유세윤을 만들어준 것 같다.

무슨 뜻인가?
‘쿨하지 못해 미안해’ 발표한 이후 블로그나 기사 같은 걸 많이 봤는데, 그 노랠 기점으로 사람들이 그동안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객이나 청자가 당신의 방송 활동이나 음악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나?
그것보단 시스템이 영향을 미친다. 방송 시작하고 몇 년 있다 방송이 싫어졌었다. 똑같은 걸 해도 방송을 통하면 웃음이 순수성을 잃는다. 내가 길바닥에서 미친 짓을 하면 순수한 미친 짓이다. 그런데 똑같은 미친 짓을 카메라 앞에서 하면 사람들은 “저거 어디서 찍고 있구나, 재미있을까” 한다. 지금도 방송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시스템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

그러니까 UV는 시스템 밖이다?
그런 셈이다. 내 곡 중에서 ‘쿨하지 못해 미안해’랑 같이 냈던 ‘인천대공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그 곡도 뮤직비디오를 찍어볼까 했는데, 소문이 났는지 갑자기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천대공원’ 뮤직비디오를 찍어주겠다고 나섰다. 제작 과정 같은 걸 방송으로 담고 싶다고. 첨엔 “우와!” 했다. 제작비 안 들이고 해도 되겠구나. 또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님도 전화해서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했다. 또 “우와!” 했다. 어디서 찍을까, 누구랑 찍을까 그런 고민까지 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다 보면 이것도 결국 일이 되겠구나, 큰일 났구나 싶더라. 그래서 마지막에 PD에게 전화해서 취소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다행이었다.

대학교 축제 무대 같은 덴 자주 서면서 방송엔 안 나가는 건 그런 이윤가?
그렇다. 왠지 콘셉트 가수처럼 보이는 게 싫다. 난 그냥 이거 하면서 노는 사람인데. 방송이란 건 사람을 그렇게 약아 보이게 한다.
약지 않나? 좀 약았지만 그저 UV 할 때는 즐겁게 놀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아, 그거 말고도 방송국은 권력이 있는 집단인데, 우리보고 나와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고소해서.

권력 위에 서 있군.
음…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권력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서태지도 아니고 뭐도 아닌데 방송에 안 나간다고 하니까 서태지처럼 되고 있는 거다. 공연만 하니까 “아, 쟤네 진짜 뮤지션이구나” 하고. 그런 게 재미있다.

하필 스탠딩 코미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어떤가?
<개그콘서트> 말하는 건가? 물론 나도 그립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그콘서트>만 하다 보니 <개그콘서트>만의 코미디가 몸에 배는 느낌을 받았다. 공개 무대를 좋아하지만,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까.

내년엔 또 어떤 뭘 할건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계속 할 거다. UV도 계속할 거고. 아, 날 좋아하는 분들을 계속 만족시켜 드리지만은 않을 거다. 나쁜 짓도 한번 하고 싶다. 일부러 실망 한번 시켜드리고 싶다.

1등이 되고 싶지 않아서?
맞다. 2등도 부담된다. 3~4등이면 딱 좋다.

디시인사이드에서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을 뽑았는데 당신이 유재석을 제치고 1위를 했다. 적어도 2010년엔 당신이 1위 아닌가?
사실 내가 얼마 전 올 한 해를 개인적으로 정리해봤다. 내가 최고가 되었다기보다, 스무 살 때의 열정으로 돌아갔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 연출하고 음악 만들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스무 살 때 연극, 단편영화 같은 거 하면서 정말 순수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던 그 마음, 그 설렘. 그런 걸 다시 느꼈다. 그래서 만족한다.

글쎄, 어쩐지 당신답지 않은 대답으로 들린다.
겸손해서? 내가 건방진 부분은 대중의 반응에 신경을 안 쓴다는 점이다. 날 좋아하건 말건 큰 상관 안 한다. 대신 내가 하는 일을 지금 내가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가 중요하다.

음주운전이라도 한번 할 기세다.
그런 식이 될 수도 있고. 뭐, 야심차게 준비한 노래라고 했는데 표절이라든가.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장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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