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뉴 아이템 – 3

2012.01.13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리코 GR-D IV

카메라 회사들은 자신들만의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꽤 노력한다. 콘탁스의 G시리즈, 라이카의 M시리즈는 각각의 방식으로 35밀리미터 필름 카메라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성능을 보여줬다. 그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소형 자동 카메라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리즈가 있었다. 바로 리코의 GR시리즈다. 콘탁스의 T3만큼 인기는 없었지만, 한번 사용해보면 이렇게 뛰어난 28밀리미터 렌즈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은색도 있었지만, 단연 검정색의 인기가 높았던 이유도, 이 뛰어난 카메라가 전문가의 성능을 내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리코의 GR시리즈의 디지털 버전인 GRD는 과거의 GR시리즈를 재연한 최고의 명기다. 그 시리즈가 벌써 네 번째다. 지난 세 번째 시리즈까지, GRD는 대부분 호평을 받아왔다. 줌도 안 되고, 동영상 기능도 현저히 떨어지지만 사진 본연의 성능, 다시 말하자면 사진 자체를 찍는 데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줌렌즈 대신 단렌즈이기에 뛰어난 계조와 선예도가 가능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풀HD 영상도 포함하지 않았기에 사진에 대한 상세한 보정까지 가능했다. GRD의 네 번째 버전도 마찬가지다. AF 성능, LCD 디스플레이의 성능 향상, 포지티브 필름 모드 등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한정 판매를 하고 있는 화이트 버전까지. 하지만 GRD의 설자리가 예전만 못하다. 후지의 X10이 출시되었고,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격이 70만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영광에 안주하기엔 디지털 시대는 규모의 경제에 맞춰 가격인하와 기술개발을 동시 진행 중이다. 가벼운 트렌드에 맞춰 화이트 버전만 내놓은 건 안일한 대처일지 모른다. 하지만, 단렌즈의 뛰어난 해상력을 디지털에서 맛보기엔 X100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 경쟁자가 없기에 GRD4의 자리가 위태롭기만 한 건 아니다. 필름 카메라의 GR처럼, 작지만 무거운 카메라로 GRD시리즈가 남아주길 기대할 뿐이다.

RATING ★★★☆
FOR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AGAINST 고병희 – ‘그래서 싫어’.

젠하이저 RS220

RS 220을 손에 넣었다면 설명서를 먼저 읽어보는 게 좋겠다. 유닛에 AAA형 건전지가 들어간다는 걸 몰라서 헤맸고, 아날로그 연결 시 헤드폰 단자에 연결해야 하는 걸로 착각해 기본으로 포함되지 않은 RCA-55 케이블을 동원하느라 애먹었다. 직관성이 떨어진다기보단 고급 헤드폰 사용자들, 그러니까 더 좋은 음질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당할 사용자에게 적합한 헤드폰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번거로운 건 처음뿐이다. RS-220은 무선 헤드폰이다. 압축 전송 방식의 블루투스가 아닌 독자적인 비압축 전송 방식의 무선이다. 고가라서 아쉽긴 했지만, 젠하이저의 블루투스 헤드폰 역시 비교 대상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비압축 전송 방식’이란 설명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도 좋겠다. 다만 아날로그 연결로 한정하면 “유선 헤드폰 수준의 원음 재생력”이기는 하되, “유선 헤드폰보다 떨어지는 원음 재생력”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원음의 위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독자적인 위상을 만들어내는 쪽에 가까웠다. 안정적인 저음과 빼어난 보컬 표현이 좋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소리가 다소 묻히고 있었다. 낮은 출력도, 어딘가 비어 있는 소리를 내는 원인인 듯했다. 기대를 걸어도 좋은 부분은 광축 입력과 디지털 동축 입력이다. 아날로그 입력에 비해 광축 입력과 디지털 동축 입력은 변수가 적다. 최대 100미터, 실내에서는 최대 30미터의 송출 거리를 설정해서 음악 하드웨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 대비하고, 블루투스 헤드폰처럼 유닛에 조작부를 배치한 건 애초에 디지털 입력에 강점이 있는 소리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입력 시에는 꽤 안정적이고 준수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무선이라는 특색이 69만원의 출시가를 감수할 만큼인가, 하는 질문은 어떤 하드웨어로 음악을 더 많이 듣는가, 란 자문으로 돌리는 게 좋겠다.

RATING ★★★☆
FOR 디지털 유목민.
AGAINST 컴퓨터에 아이튠즈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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