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원두 맛 커피

2013.02.08손기은

원두 가루가 보인다는 인스턴트 커피가 우르르 나왔다. 원두함량을 따지며 일곱가지 커피를 모두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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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카누 마일드 로스트 아메리카노

인스턴트 원두 커피가 주야장천 내세우는 원두의 함량은 정작 5퍼센트. 저축 금리만큼 알량하다. 콜롬비아니, 콰테말라니, 원산지로 어떤 맛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전체의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카누는 압도적인 판매량에 비해 맛은 좀 밋밋하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참으로 익숙한 아메리카노 같달까? 약간의 짠맛이 입 안에 남고 원두 로스팅을 강하게 한 원두에서 나는 ‘찌든 향’도 좀 돈다. 하지만 커피가 식어도 맛이 꺾이지 않는 힘은 이 중 제일 훌륭하다. 가격 10개입 3천2백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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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비아 콜롬비아 미디엄 로스트

가루를 풀기 시작할 때부터 익숙한 향기가 확 퍼진다.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설 때의 그 향기. 원두 함량이 1백 퍼센트이기 때문에 견과류 맛이 도는 콜롬비아 원두의 맛과 스타벅스 커피 고유의 색깔이 선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동시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스타벅스 커피 특유의 ‘불 맛’도 선명해서 누군가에겐 여전히 감흥이 없는 커피일지도 모르겠다. 스타벅스 매장 커피에 비해선 맛이 연하고 다른 인스턴트 원두 커피에 비해선 구수한 맛이 강하다. 가격 12개입 1만2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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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마노디베네 마일드 아메리카노

COE 원두를 사용했다는 걸 강조한 커피라 잔뜩 기대하고 마셨다. 하지만 카페베네가 ‘왠일로’하는 마음이 ‘어쩐지’라는 쪽으로 변할 수밖에…. COE는 좋은 스페셜티 원두를 평가하는 등급인데, 문제는 이것 역시 5퍼센트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코스타리카 원두라면 신맛이 살아나야 하는데, 신맛 보단 알 수 없는 단 향이 더 두드러졌다‘. 밤고구마맛 빵’을 먹는 것처럼 독특한 향기가 시종 코를 후볐다. 끝 맛도 똑 떨어지지 않고 눅눅하다.가격 10개입 3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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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커피 이퀄 아메리카노 블랙

한 모금 마시고 눈을 느낌표 모양으로 만들었던 커피다.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라서 정보 없이 마셨는데 향긋한 과일의 기운과 산미가 입 안에 풍성하게 퍼졌다. 4종의 원두를 섞어 10퍼센트 채워서 그런지 맛이 다채롭다. 비아가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승부수를 건다면 이퀄은 경쾌하고 산뜻한 맛으로 직구를 던진다. 로스팅을 약하게 해 원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듯하다. 인터넷과 몇 개의 전문 매장에서 판매하고는 있지만 대기업 커피처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격 10개입 3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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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루카 마일드 아메리카노

루카는 카누를 쫓는 후발주자다. 이름도 앞뒤를 바꾼 듯 헷갈리게 지었다. 마케팅 전략도 비슷해서 카누가 미니 사이즈를 출시하면 루카로 비슷한 용량으로 제품을 내놓는다. 그런데 루카의 맛은 카누와 확연히 다르다. 굳이 ‘미투’전략을 펴지 않아도 될 만큼 루카는 그 자체로 차별이 된다.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카누에 비해 원두 맛이 살아 있고 맛도 더 부드럽다. 말린 과일 향이 은은하고 카누처럼 찌든 향도 섞이지 않는다.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꼽자면, 커피의 온도가 조금씩 떨어질수록 커피의 잡맛이 확 올라온다는 점이다. 가격 10개입 3천2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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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비니스트25

이디야는 국산 커피 전문점 중에서도 가격을 낮게 잡고 골목과 비즈니스 타운을 파고드는 브랜드다. 하지만 원두도 그만큼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들여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디야에서 만든 비니스트25는 알량한 양이라도, 원두의 품질이 좋지 못할 때 어떤 맛이 나는지 처절하게 증명하고 있다. 산미가 튄다거나, 밤고구마 향이 난다거나, 하는 식의 평가가 곤란할 정도로 맛이 밍밍하다. 연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특징이 없다는게 더 문제다‘. 스모키한 향과 균형 잡힌 바디감의 진정한 아메리카노’라고 쓴 포장의 화려한 문구만이 홀로 번쩍이고 있달까? 가격 10개입 4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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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칸타타 아메리카노 블랙

커피 가루가 남는다는 칸타타 광고 덕에 인스턴트 원두 커피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된 건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광고에서의 패기만큼 원두의 함량을 파격적으로 높였다면 어땠을까? 칸타타의 원두 함량은 10퍼센트. 다른 커피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원두의 맛은 여전히 살지 않는다. 게다가 원두 이외에 들어간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독특한 감칠 맛이 있다. 조미료 같기도 하고, 라면 수프 같기도 한데 어디서 시작된 맛인지는 도통 알 길이 없다. 전체적으로 쓴맛이 강하고, 여러 가지 맛이 비좁게 섞여 있다. 가격 10개입 3천2백원.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종현
    도움말
    서교동 '테일러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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