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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빛을 위하여

2014.04.02GQ

올해부터 가정용 백열등은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된다. 1백 년 넘게 변하지 않은 유일한 공산품이자 인류의 두 번째 빛이 사라지고 있다. 못내 아쉬워서, 색색의 불빛으로 백열등을 비췄다. 오랫동안 백열등이 우리를 밝혔듯이.

커다란 백열전구에 빨간색과 노란색 10와트 백열 고추구를 비췄다. 고추 모양이라서 고추구라고 불리는 이 작은 전구를 한때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겹겹이 걸어 장식했다. 백열전구의 온기 때문이었을까? 예전 트리는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다. 125밀리미터 백열전구 G125는 3천원, 일광전구. 빨간색 노란색 고추구 HS-E2610는 개당 5백원, 한승.

백열등, 형광등, 할로겐을 거쳐 LED까지 발전했지만 초 모양 전구는 꾸준히 만들어졌다. 보통 촛대구라 불리며 샹들리에용으로 많이 쓰인다. 초의 색온도는 1700K. 색칠하지 않는다면, 백열등의 색온도는 2700K, 할로겐은 3000K, 형광등은 4500K, LED는 5000K 이상이다. 물론, LED 전구도 색을 입히면 백열전구와 비슷한 색온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초에서 느꼈던 건 밝기만이 아니라 따뜻한 온도도 함께였다. 여전히 초를 비슷하게라도 흉내 내는 건 95퍼센트가 열에너지인 백열전구뿐이다. 촛대구 C35 40와트는 7백원, 한승. 1천6백만 가지 색으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 LED전구 휴는 최저가 25만원대, 필립스.

백열등의 심장과 같은 필라멘트는 주로 텅스텐으로 만든다. 초창기 백열전구는 탄소를 사용했지만 녹는점이 1800도로 낮아 내구성에 문제가 많았다. 1910년, 녹는점이 3390도로 높은 텅스텐을 가는 선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2000도의 높은 열을 견디는 백열등을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색온도도 높아져, 보통의 자연광과 비슷한 색온도의 빛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최근엔 장식용 백열등은 좀 더 따뜻한 색을 내기 위해 텅스텐 필라멘트의 온도를 낮춰 색온도가 낮은, 즉 따뜻한 색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라멘트의 온도를 낮춘 에디슨 전구 G80은 1만5천원대, 일광전구 클래식 시리즈. 반짝이는 하얀색 LED등은(철사 형태로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 2만원대, 초록색 LED등은 1만원대, 모두 청계천4가.

백열전구를 만들 때 유리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불순물을 없애는 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그때 적린이라는 물질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구 안의 색이 변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노리끼리하면서 옅은 붉은색을 내는 백열전구는 이 적린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전구 안의 색을 바꾼 것이다. 이 기술 덕분에 백열전구는 장식용으로서 가치가 높아졌다. 전구 안의 색이 노르스름한 에디슨 전구 ST64는 1만3천원대, 일광전구. 전구 주변을 비추는 빨간색 파이프형 LED등은 1만5천원대, 청계천4가.

현재 생산 및 수입이 금지된 전구는 ‘가정용’ 백열전구다. 모양이 동그랗다고 전부 가정용은 아니다. 20와트에서 150와트 사이이면서 전구 크기가 60밀리미터인 ‘A60’이라는 규격의 전구만 생산이 금지되었다. 동그라면서 소켓 윗부분이 주둥이처럼 쭉 빠진,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쉽게 살 수 있는 전구만 생산이 금지된 것이다. 대신 그 규격을 피해 장식용으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막대형 에디슨 전구 미니는 1만7천원, 코스모스전기. 전구 주변을 비추는 파란색 튜브형 LED등은 1만원대, 청계천4가.

LED는 상용화된 조명 중 가장 발전된 형태다. 전기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백열전구가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LED가 없었으면 지구의 밤은 여전히 어두웠을지 모른다. 공 모양 125밀리미터 에디슨 전구 G125는 1만8천원, 코스모스전기. 보통 ‘은하수’라 불리는 빨간색 파란색 LED등은 7천원대, 청계천4가.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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