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 뭐가 다를까? 제냐 브로큰 수트

스테파노 필라티가 만드는 옷은 언제나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엔 수트.

사진 속 남자가 입고 있는 수트는 울 모헤어와 캐시미어가 섞인 최고급 소재다. 가을에 어울리는 침착한 회색 계열이고 어깨의 높이와 라펠 크기도 적당하다. 그런데 잘 보면 재킷과 팬츠가 미묘하게 다르다. 재킷은 체크, 팬츠는 스트라이프. 분명히 다른 패턴이지만 자연스럽게 옷감에 스며들어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진 않는다. 이런 게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를 만드는 스테파노 필라티의 가벼운 눈속임, 혹은 산뜻한 재치다. 그가 제냐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매 시즌 선보이는 ‘브로큰 수트’는 이제 제냐를 설명하는 아이코닉한 스타일이 되었다. 2014년 제냐의 패션 필름 < a rose reborn >을 만든 박찬욱 감독은 브로큰 수트를 본 첫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어두운 옷장에서 수트 두 벌의 위 아래를 잘 못 꺼내 입은 것 같다.”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 로맨틱한 기분이 드는 얘기. 수트를 하도 입어서 질릴 때, 이런 식의 응용도 꽤 훌륭한 방법이다. 단, 위아래 컬러와 소재가 같아야 하는 건 절대적이다.

 

SHARE
[GQ KOREA 패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