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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의 제왕, 에드워드 크러칠리

2016.03.15GQ

에드워드 크러칠리 (Edward Crutchley 디자이너)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에드워드 크러칠리는 텍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컬렉션을 만든다. 신이 내린 땅이라 불리는 영국의 요크셔 출신으로 포크 아트, 영국 전통의 풍요로움을 컬렉션에 표현한다. 그의 특기는 잉글리시 오크 리프를 변형해 현대적인 카무플라주 무늬를 만드는 등 전통적인 영국식 소재에 호화롭고 고급스런 기교를 넣는 방식이다. 카니예 웨스트,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 리처드 니콜과 같은 브랜드와 협업했으며, 루이 비통 남성복의 텍스타일 컨설턴트로도 활약 중이다.

2016 FW Edward Crutchley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여름 컬렉션에 쓸 크레이프 드 신Crepe de Chine을 떠올렸다. 그걸 토대로 제대로 된 형태가 나올지 걱정이 된다. 아침 식사로 먹은 건? 매일 아침 켈로그 라이스 크리스피 시리얼을 먹는다. 어젯밤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풍차 머리에 나막신을 신은 더치 슈퍼 히어로 사진을 친구 브램에게 보냈다. 왜냐면 브램이 네덜란드 출신이기 때문이다. 웃기려고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다. 당신이 현재 사는 곳은 어디인가? 지금은 파리에 머물고 있지만, 곧 런던으로 가야 한다.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살고 있다. 어디가 진짜 내 집일까. 파리에서 좋아하는 곳은? 이른 밤 파리 강가를 따라 집으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 매일 밤 그렇게 걸어간다. 해 질 녘이 특히 근사하다. 런던에서 좋아하는 곳은? 런던보다는 영국의 모어캠 베이가 좋다. 영국에서 가장 크고 넓은 진흙투성이 해안이다. 해안 너머로 산 아래 호수가 보이는데, 오락실과 슬롯머신이 즐비한 싸구려 상점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좋아하는 호텔이 있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아만 그룹 호텔이다. 모두 최고로 아름답다. 라오스 아만타카 호텔과 캄보디아 아만사라 호텔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진심으로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호화로운 여정의 최상은 역시 호텔이 좌우한다. 필리핀의 아만풀로 호텔도 가볼 예정이다. 요즘 듣는 음악은? 얼마 전부터 켈틱 사운드에 빠져 있다. 그래서 클라나드의 음반을 듣고 있다. 여름휴가는 어디서 보낼 계획인가? 필리핀, 파타고니아, 라플란드 중 한 곳이 될 것 같다. 호텔을 생각한다면 필리핀에 가야 하지 않을까. 열다섯 살의 에드워드는 어떤 모습이었나? 어렸고, 훨씬 섹시했고, 지금보다 덜 망가져 있었다. 지금 입고 입는 옷은? 티셔츠에 캐시미어 셔츠, 블랙 진을 입었다. 신발은 나이키 에어 시리즈다. 아침에 칼라가 없는 셔츠를 먼저 고르고 그 때문에 목이 높게 올라온 티셔츠를 골랐는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거 같다. 별로다.

2016 SS Edward Crutchley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는? 허리 통증, 점심, 찬장.내일이나 다음 주로 미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쓰레기통을 비우고 침대 시트를 바꾸는 것. 당신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내 첫 직장은 엑셀 파일에 생산 물량을 빼곡히 적어 관리하는 일이었다. 창문도 없는 창고에서 맨날 엑셀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튜디오에 창문도 있고, 적어도 엑셀 파일만 들여다 보진 않는다. 지금은 뭘 하고 있나? 2017년 봄여름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반복되거나 지루하지 않은 컬렉션은 뭘지 고민 중이다. 일에 집중할 때면 내가 나고 자란 요크셔 언덕 우리 집이 자꾸 떠오른다. 뭔가에 집중할 때면 꼭 그 집이 생각난다. 당신은 멘토가 있나? 킴 존스.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그가 힘이 되는 말도 많이 해준다. 루이 비통처럼 큰 회사의 소재 컨설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회사에서 컨설팅을 할 땐 어떤 모습인가? 회사마다 시즌마다 매번 방식이 바뀐다. 모든 시작이 텍스타일부터일 때도 있고, 어떨 땐 이미 만들어진 옷에 맞는 옷감을 찾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진주나 LED로 짠 드레스 감을 연구하기도 한다. 어떤 회사는 좀 더 포괄적으로 시각적인 언어를 만들기 위해 나를 고용하기도 한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나만의 특화된 스킬을 만들었다.

2016 FW Edward Crutchley

텍스타일 디자인은 섬세한 자질을 요구한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만드는 건 왠지 더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디자인을 다양하게 구성하기가 어렵진 않나? 난 직관적으로 움직인다. 디자이너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결국 디자인을 죽음으로 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직관에도 내 나름의 법칙이 있다. 상업적인 가치를 생각하되 뻔한 디자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에드워드 크러칠리 컬렉션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주관을 담아야 한다. 텍스타일은 모든 유행의 시작이다. 2017년을 대비하는 요즘 눈에 띄는 소재가 있다면? 반짝이는 드레이프 소재를 주목해서 보기 바란다. 에드워드 크러칠리 컬렉션은 대부분 포크 아트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포크 아트를 말하는 건가? 하나로 딱 줄여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 집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볼리비아, 미국, 러시아에서 공수한 민속적인 옷감이 가득하다. 요즘은 중국과 독일의 민속 문화에도 관심이 간다. 그렇지만 내가 진짜 표현하고 싶은 건 제대로 된 장인 정신과 최상의 고급스러움이다. 영국식 전통을 기본으로 고급 기술을 더한 컬렉션을 만드는 게 내 목표다.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나? 가끔 사람들이 나를 거만하거나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실은 난 수줍음이 많고, 남을 잘 의식하는 사람이다. 다만 하나의 생각에 묶여 있는 걸 싫어하고 배우고 싶은 게 넘쳐난다. 이런 열정이라면 지나쳐도 괜찮지 않나.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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