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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니스트라는 쓴맛

2016.05.01GQ

음식 평론가, 푸드 칼럼니스트, 맛 칼럼니스트, 푸드 라이터. 세상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더 많아질 직군들이다. 요즘 그들의 말과 글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업계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틀린 주장을 사실인 양 펼치기도 하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과거에도 실수는 있었다. 2007년, 요리 잡지 < 쿠켄 >에서는 요나구니 스스무 셰프 (당시 오키친 운영)에게 레스토랑 비평을 맡겨 자사 웹사이트에 연재를 했는데, 리스토란테 에오에 대한 박한 평가로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연재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한겨레 > 또한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 잡담’이라는 코너에서, 당시 최현석 셰프가 근무한 테이스티 블루바드에 대해 “매시트포테 이토에서 겨자 맛이 나는데 왜 넣었나”, “(너무 뜨거운 접시에 내는 탓에) 스테이크에서 기름이 튀어서 먹지를 못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거 센 반발을 얻더니만, 2회 더 연재 후 코너를 접었다. 설명하자면 테이스티 블루바드의 매시트 포테이토에는 고추냉이가 들어가는데 그것이 나름의 개성이었고, 뉴욕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 피터 루거 등에서도 스테이크를 그런 방식으로 낸다.

2012년 < 조선일보 >에 “건다운의 맛있는 중식 이야기”를 연재하던 블로거 박태순은 사자표 춘장에 대해 “맛의 자극성을 강화시키는 캐러멜과 화학조미료의 함유가 많아지며 예전 같은 개운한 고소함이 적어졌다”며 예전 춘장 맛을 복원해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사실 춘장의 캬라멜 색소는 맛을 위해서가 아닌 검은색을 내기 위해 넣는 것이고, 사자표 춘장에는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짜장면의 화학조미료는 업소의 조리 과정에 들어간다. 이에 대해 별다른 논란은 없었지만, 어쨌든 코너는 5회 만에 끝났다.

당시는 시장의 성숙도는 물론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도 충분치 않은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그들의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았기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변화를 이끌어낸 일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남성지 인터뷰에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문화 권력의 헤게 모니를 쥐고 있지 못하는 언더죠. 저쪽에 한국 음식 문화 판의 주류들이 있어요. 음식 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헤게모니가 나한테도 주어져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방송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거죠.” 그는 현재의 한국 음식 문화가 수준이 낮고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문화 권력 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주류들 탓으로 돌리려는 것 같다. 해서 차례상, 천일염, 떡볶이, 집 밥, 한식세계화, 유기농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주류 음식 문화에 대해 경계와 범위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고 있다. 분명 그가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무리한 논리를 곁들여가며 음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황교익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활발하다. 제대로 된 미각 교육은 엄마를 통해 6세까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는 황교익의 이야기에 대해, 발달심리학에서의 유명한 연구(해리 할로우의 붉은털원숭이 실험)를 가지고 반론하는 블로그 댓글이 기억난다. 하지만 황교익은 페미니즘 공부를 많이 했다며 자신의 글을 오독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는 또 한국인의 치킨 선호에 대해서는, 닭을 너무 일찍 잡아 고기가 맛이 없고, 고기가 맛없으니 튀기고 여기에 양념까지 입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미국과 유럽의 커다란 닭은 튀겨 먹기엔 질기고 볶음이나 국물 요리에 알맞다, 외국도 튀김용으로 쓰는 닭은 한국의 그것과 크기가 비슷하다, 외국 닭이 큰 건 요리에 많이 쓰이는 큰 가슴살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미식가와 셰프를 통해 제시 되었다. 돌아온 것은 자기 글의 속뜻을 읽지 못한다는 말과 페이스북 차단이었다.

그의 설탕수저론은 1980년대 말 설탕 소비량이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때 분유두유를 통해 설탕을 섭취한 1980~1990년대생 (10~20대)들은 단맛에 중독되어 (달지 않아야 할) 식사도 달아야 맛있다고 느낀다는 주장인데,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0~20대와 30~40대의 1일 당류 섭취량은 0.5g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가장 많이 섭취한 것은 3~40대.) 2012년 조사에서는 10대가 20대에 비해 9.1g, 30~40대에 비해서는 11.6g 당류 섭취가 많은데, 10대가 당류를 가장 많이 섭취한 품목은 음료수였다.

사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헤게모니를 쥔 지금, 그의 주장은 맞든 틀리든 여러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대중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은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주니 신이 나서 받아쓰기를 하고 있고, 그 영향에 대해 우려하거나 사실 여부를 검증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황교익이 현재 절대 권력이라 할 만큼 어떤 독보적인 관심과 영향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고, 이를 경계해야 할 이유 또한 충분해 보인다. 음식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제 대중과 언론은 보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지 않을까.

새로운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해 시각과 권력의 무게 추를 맞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요즘 맛 칼럼니스트 중에는 박상현의 글에서 빼어난 공력이 엿보인다. 올해 2월부터 < 한국 일보 >에 연재를 시작한 ‘푸드 라이터’ 이해림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뉴페이스라 하겠다. 음식의 맛과 건강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 정재훈, 최낙언의 잡지 연재와 단행본도 흥미롭다.

    에디터
    글 / 미식의별 (음식 블로거)
    일러스트레이터
    O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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