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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 GLCO 개럿 라이트

2016.07.12윤웅희

개럿 라이트는 올리버 피플스를 설립한 아이웨어 업계의 전설, 래리 라이트의 아들이다. 그는 2009년 베니스 비치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안경점을 열었고, 2011년에는 개럿 라이트 캘리포니아 아이웨어를 론칭했다. 버그도프 굿맨, 바니스 뉴욕, 꼴레뜨, 도버 스트리트 마켓 같은 백화점과 편집매장이 앞다퉈 GLCO를 소개했고, 지금은 전 세계 800여 개의 리테일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아버지 덕분이라고 일축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말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간결한 디자인, 완성도 높은 만듦새 그리고 캘리포니아 특유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감성까지. 개럿 라이트는 제품으로 이미 모든 걸 말하고 있으니까.

2016 S/S GLCO

원래부터 아이웨어에 관심이 있었나? 사실 어렸을 때는 스포츠나 음악, 저널리즘 쪽에 좀 더 욕심이 있었다. 아이웨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다. 2006년부터 올리버 피플스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 아버지가 이탈리아 회사에 브랜드를 매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또 내 나름대로 구상한 그림도 있었고. 그래서 2009년 베니스 비치에 개럿 라이트 매장을 열었다.

왜 LA 시내가 아니고 베니스 비치였나? 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베니스 비치 근처에서 살고 있다. 내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당연히 그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주변에 괜찮은 안경점이 없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처음부터 개럿 라이트 아이웨어를 판매한 건 아니라고 들었다. 맞다. 개럿 라이트 캘리포니아 옵티컬(GLCO)은 2011년에 론칭했다. 처음 매장을 열었을 땐 올리버 피플스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취급했다. 아이웨어뿐 아니라 신발이나 책, 음반도 같이 팔았다. 그땐 매일 9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내 가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GLCO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뭔가? 올리버 피플스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래리 라이트의 아들’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았고, 사람들이 GLCO를 올리버 피플스와 비교할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디자인과 마감, 마케팅, 유통, 모든 과정을 더 치밀하게 검토했다.

2016 S/S GLCO

매 시즌 컬렉션은 어떤 식으로 제작하나? 일단 테를 디자인하고 CAD 도안을 공장으로 보내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그렇게 쭉 만들어놓은 다음, 시즌에 적합한 컬렉션을 짠다. 대강의 윤곽이 잡히면 전체적인 구성이 괜찮은지, 각각의 프레임이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은지 점검한다. 마지막으론 어떤 소재와 형태, 색깔을 사용할지 결정한다.

제품은 어디서 만드나? 중국과 일본, 샌프란시스코에 공장이 있다. 컬렉션의 95퍼센트 정도는 중국에서 제작하지만, 일 년에 두세 개 모델은 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든다. 이 모델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컬렉션이라고 따로 분류한다.

동양인 얼굴형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레임은 뭔가? 보통은 윌슨을 추천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이웨어 아이콘은 누구인가? 헌터 S. 톰슨과 아서 밀러 그리고 앨런 긴즈버그.

각별하게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나이키와 에디 슬리먼을 좋아한다.

브랜드를 좀 더 확장할 생각은 없나? 이를테면 티셔츠나 모자 같은 패션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나이키도 처음엔 운동화만 만드는 브랜드였으니까.

2016 S/S GLCO

문득 당신의 청소년기가 궁금하다. 운동과 음악에 푹 빠져 살았다. 특히 열다섯 살 즈음에는 테니스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땐 하루라도 테니스를 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테니스에 집중하고 싶어서 일 년 정도 홈스쿨링을 했을 정도다.

운동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신은 스포츠광으로도 유명하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나? 농구, 야구, 축구, 하키…. 웬만한 운동은 다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건 미식축구다.

당신은 “로스 앤젤레스는 나의 모든 것”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LA를 왜 그렇게 좋아하나? 삶의 뿌리가 LA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LA에 살았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이곳 토박이다. 특히 할아버지는 레이커스와 다저스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이 도시를 사랑했다. 게다가 좋은 날씨, 아름다운 해변, 흥겨운 음악, 낙천적인 분위기까지 좋은 건 여기 다 있다. 이곳에 살고 있다는 걸 매일매일 감사할 정도다.

베니스 비치에선 어떤 노래를 들으면 좋을까? 레게라면 뭐든 다 좋다. 밥 말리, 데니스 브라운 Dennis Brown, 그레고리 아이작스 Gregory Isaacs는 정말 강력히 권하고 싶다.

2016 S/S GLCO

LA에 당신만 아는 보석 같은 장소가 있나? 할리우드 근처에 프티 트로아 Petit Trois라는 작은 프렌치 비스트로가 있다. 내 아지트 같은 곳이다.

LA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하와이와 자메이카. 따뜻한 날씨와 열대지방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음식도 꽤 맛있고.

올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 생각인가? 이미 며칠 전에 가족들과 함께 카우아이에 다녀왔다. 카우아이는 하와이 오아후 북서쪽에 있는 화산섬인데, 수목이 잘 가꿔져 있어 정원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거기서 골프도 치고, 한가롭게 책도 읽고, 딸과 수영도 했다. 잠도 늘어질 정도로 실컷 잤다.

그렇다면 다음 휴가지로 특별히 생각해놓은 곳이 있나? 내년 여름엔 알래스카에 가보려고 한다. 그러다 마지막 며칠은 따뜻한 하와이나 팜 스프링스에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독 좋아하는 호텔이 있다면? 자메이카에 있는 록하우스와 골든 아이 리조트. 굉장히 다른 곳이지만, 두 호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특별하다.

무인도에 간다면 꼭 챙겨야 할 세 가지, 뭘까? 가족, 침대, 평생 들을 만큼의 음악과 아주 많은 배터리. 마지막 건 그냥 한 가지로 쳐주면 안 되나?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ARRETT LEIGHT CALIFORNIA OPTICAL
    일러스트레이션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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