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정원사의 옷, 낚시꾼의 옷

2017.11.09GQ

가드닝과 낚시에서 영감 받은 워크웨어의 매력.

아웃도어 라이프가 인기를 끌면서 등산이나 트레킹과 같은 캠핑용 의류들은 사람들이 매일 입고 다니는 일상복이자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서핑, 스케이트 보드, BMX 같은 도심 속의 스포츠가 서브컬처로 자리 잡으며 스트리트 패션을 만들어왔듯이 운동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들어서는 좀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가 활동도 패션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중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가드닝이나 낚시 같은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1931년 시작한 프랑스 워크웨어 브랜드 당통(Danton)이나 1894년에 창립한 영국의 바버(Barbour) 같은 오랜 역사의 브랜드는 가드닝용 방수 재킷이나 정원사 유니폼,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작업용 데님 에이프런 등을 만들어왔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열심인 건 일본 브랜드다. 과거의 워크웨어를 복각하거나 빈티지 풍의 아웃도어 의류를 만드는 일본 브랜드 고웨스트(Gowest)나 나나미카(Nanamica), 오슬로우(Orslow), 캐피탈(Kapital)은 가드닝이나 낚시용 의류를 적극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타카시가 2004년에 만든 사사프라스(Sassafras)는 원예에 특화되어 있는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허구로 지어낸 다음의 창립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48년생 캘리포니아 출신 스티브 고사드라는 프로그래머가 만 40세를 앞두고 회사를 그만둔 후 프리몬트의 자택에서 가드닝에 몰두, 전문 정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원예 스타일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 같은 컨셉트의 가드닝 도구들과 옷도 사랑받게 된다. 그 옷이 바로 사사프라스라는 거다.

사사프라스의 옷에는 ‘낙엽 줍기(Fall Leaf)’라고 부르는 커다란 주머니가 있다. 가방 없이도 다양한 원예 도구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주머니로, 사사프라스를 상징하는 장식이 되었다. 데님이나 코튼 덕 등 직물을 사용해 옷을 만드는 사사프라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한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으로 변하는 이 옷을 통해 탈색과 주름의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거다.

낚시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워크웨어 브랜드들의 중요한 모티프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플라잉 낚시 키트를 내놓은 적이 있고, 에비수의 야마네 히데히코는 낚시를 좋아해 본사를 오사카에서 호수가 있는 사가현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는 다우럭(道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오버 팬츠 같은 낚시용 방한 바지는 물론이고 루어나 낚싯대도 선보이고 있다.

낚시를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은 브랜드도 있다. 사우스2 웨스트8(South2 West8)은 브랜드 네펜테스에서 낚시와 자전거라는 새로운 아웃도어 컨셉트로 선보인 브랜드다. 사우스2 웨스트8의 최근 컬렉션을 보면 자전거보다는 낚시 쪽에 아예 중점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계곡과 호수 등 깊은 산속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법한 옷과 도구, 가방 등을 선보인다. 조끼나 재킷 같은 낚시 의류 대부분은 면 혼방으로 만들고 왁스 코팅과 같은 방수 기능도 넣고 있다. 실용적인 기능을 위해 아우터에 주머니를 많이 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이외에도 모과 나무를 소재로 만든 뜰채, 낚싯대나 차양 모자 같은 제품도 만들고 있다.

이런 옷을 입고 정말 낚시를 가거나 텃밭을 손질해도 된다. 혹은 요즘 젊은이들처럼 일상복으로 입어도 괜찮다. 가드닝 용으로 만들어 놓은 커다란 주머니나 낚시 도중 물이 튀는 걸 막기 위한 방수 팬츠는 실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워크웨어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에디터
    글 / 박세진(<패션 vs. 패션> 저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south2west8.com, havenshop.c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