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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한센의 주문, 오키 사토의 화답

2018.07.28GQ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오키 사토는 프리츠 한센으로부터 어려운 과제를 받았다.

프리츠 한센으로부터 의자를 디자인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스칸디나비아의 전통적인 업체인 프리츠 한센이 가구 디자인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일본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기다니! 그런데 그보단 협업을 위해 코펜하겐에 가서 일어난 일들이 더 놀라웠다.

어떤 점이? 일본과 덴마크 디자이너 모두 자연 소재에 대한 존중이 아주 깊다는 점. 장인이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다는 점. 나무만으로 장인 정신을 발휘해 작업하며 우리가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N01 체어를 만들며 제일 고민스러웠던 건 뭔가? 나무 의자는 나무 테이블과 완전히 다르다. 의자는 닿는 모든 부분이 편안하게 몸을 반겨주어야 하는 아주 사적인 가구다. 최대한 나무만을 이용해 따듯함과 부드러움을 살리기 위해 나사못도 최소한만 사용해서 조립했다. 스틸 같은 금속 없이 전체를 나무로 만들다 보면 시트나 다리 부분이 투박하고 굵어지게 마련인데, 그걸 어떻게 하면 가볍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앉아보고 부수기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해온 디자인 중 제일 어려웠지만 그만큼 짜릿한 과제였던 것 같다.

프리츠 한센 외에도 루이 비통, 스와로브스키, 스타벅스, 코카콜라, 디즈니 등 수많은 업체와 협업했다.분야를 막론한 거의 모든 걸 디자인할 수 있는 유연함은 어디서 오나? 호기심에서 온다. 그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팬이 되고, 프로젝트를 즐기는 것. 나아가 브랜드 전체의 일부가 되는 것. 때로는 내가 배우 같다고 느낄 때도 있다. 다양한 대본과 신에 따라 적합한 작업을 해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넨도’스럽다고 느낄 때 만족감을 얻는다.

유연함 속에서도 고수하는 ‘넨도’다움이란 뭘까?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솔루션은 아닐지라도, 몇 가지 작은 제안을 축으로 해서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이 넨도의 일관적인 철학이다. 아주 복잡한 물건을 단순하게 보이도록 하고, 이 물건을 만들 때 쏟았던 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첨예해지는 시대에 당신이 디자인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인 정신, 지속 가능성 같은 키워드가 중요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스마트한 테크놀로지가 최우선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술 외에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고, 디자인으로서 사적이고 인간다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아무리 훈련을 시킨다고 해도 1백 퍼센트 컨트롤할 수 없는 점 때문에 사랑스럽다. 완벽한 테크놀로지에도 이런 ‘카와이’함이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능한 한 친근한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유머일 수도, 작은 서프라이즈일 수도, 약간의 못생김이나 불완전함일 수도 있다. 물론 N01은 완벽하지만. 하하. 중요한 건 디자인은 캐릭터라는 거다.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허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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