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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와 MSGM 디자이너의 대화

2019.04.23GQ

MSGM의 디자이너 마시모 조르제티와 그레이가 서로를 인터뷰했다.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M – Massimo Giorgetti G – Gray

G 한국은 처음이죠?

M 네, 처음이에요. 이틀 전에 도착했어요. 전엔 잘 몰랐는데 와보니 너무 좋네요. 어디서도 못 본 한국 문화와 사람들의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나니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다음 겨울쯤, 꼭 다시 오고 말 거예요. 이번엔 일만 하느라 아무것도 못 했지만, 다음번에는 미술관도 가고 서울외의 다른 도시도 가볼 거예요.

G 오늘 일어나서 가장 먼저 뭐했어요?

M 요가 레슨을 받았어요. 10시 30분쯤 선생님이 호텔 방으로 왔는데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더라고요. 제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고는 사인을 해달라는 거에요. 날 알아? 사인을 해달라고? 하하. 아무튼 호텔 방에 있는 가구와 침대를 막 옮겨가며 요가 레슨을 받았어요. 언제나 아침 운동을 꼭 하죠. 그레이는 뭘 했어요?

G 저도 일어나면 운동부터 해요. 하지만 ‘굿보디’는 아니랍니다. 하하.

M 그래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거였나요? 하하. 운동 말고 또 뭐 했어요? 더 많이 알려줘봐요. 예를 들면 정말 눈을 뜨자마자?

G 음, 인스타그램도 보고 보통 음원 차트부터 확인해요. 코리아 빌보드 같은 거죠. 제 앨범도 내지만 다른 뮤지션의 프로듀싱도 해요. 그래서 프로듀싱한 음원들까지도 다 확인해요.

M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어요?

G 열일곱 살쯤?

M 오, 저도 열일곱 살부터 본격적으로 패션을 시작했어요. 우리가 그때부터 통했네요. 우리 쇼 자주 봤어요? 어때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G 물론이죠.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나 휴대 전화 앱으로 자주 봤어요. 얼마 전 2019 S/S와 2018 F/W 컬렉션을 봤는데 S/S 시즌의 발리볼 무대 장치가 재밌었어요. 애니메이션 프린트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죠.

M 두 시즌 중 어떤 컬렉션이 더 좋아요?

G 상황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공연할 때는 S/S 시즌의 경쾌함과 ‘힙’한 느낌이 어울릴 것 같아요. 평소 스타일로는 좀 더 포멀한 F/W 컬렉션!

M 맞아요. 그레이는 힙합 뮤지션이니 S/S 컬렉션의 젊고 비비드한 느낌이 잘 맞겠네요.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요?

G 그레이요. 하하. 블랙과 화이트를 좋아해요.

M 좋아하는 색 두 가지를 섞으면 당신(그레이)이네요.

G 맞아요! 그래서 이름을 ‘그레이’로 정한 거예요. 다양함을 카멜레온, 레인보 같이 화려한 색깔로 표현하기 싫었어요. 평범한 회색은 어디에도 잘 어울리고 훨씬 더 다양하죠. 블랙과 화이트 사이에는 무한대의 그레이가 있으니까요. 나름의 역설적인 표현이에요.

M 저도 회색을 제일 좋아해요. 오늘 멜란지 그레이 니트에 그레이 팬츠를 입고 온 것만 봐도 알겠죠?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해요?

G 촬영이나 공연이 있을 때는 화려하고 ‘힙스터’스러운 옷을 입어요. 평소에는 완전 반대로 검은색을 가장 많이 입죠. 최대한 튀지 않게요. 자주 입어도 질리지 않잖아요.

M 옷을 꽤 잘 입는 것 같아요. 옷 입을 때 자신만의 법칙 같은 게 있나요?

G 디자이너한테 칭찬을 듣다니 영광입니다. 아무래도 장소나 상황, 무드에 따라 스타일이 확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 쇼핑은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소재, 텍스처, 사이즈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잖아요. 직접 입
어보고 사야 마음이 편해요. 그래야 실패도 적죠. 마시모는 평소 MSGM 옷만 입나요? 설마?

M 굉장히 멋을 낼 것 같지만 편한 옷차림을 좋아해요. 평소엔 후디나 스웨트 셔츠를 카고 팬츠랑 입죠. 조금 더 멋을 내고 싶은 날은 테일러드 팬츠랑 매치해요. 다양한 브랜드와 여러 가지 스타일을 무심하게 믹스하는 걸 좋아해요. 물론 MSGM도 많이 입고요.

G 그럼 MSGM 말고 어떤 브랜드를 자주 입어요?

M 프라다요. MSGM만큼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그리고 팔라스, 스투시, 칼하트 WIP 같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도요.

G 이제는 MSGM에 대해 좀 더 물어볼게요. 이번 2019 S/S 컬렉션의 중요한 키워드는 뭐예요?

M 고향인 리미니 Rimini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리고 리비에라 해변과 해양 스포츠에서도요. 간단하게 말하면 리미니 해변에서 발리볼 게임을 펼치는 상상을 해봤어요.

G 후반부의 현란한 염색과 프린트가 리미니 해변의 느낌이군요?

M 프린트는 MSGM DNA의 가장 중요한 요소예요. 매 시즌마다 새로운 프린트를 개발하는 과정이 꽤 중요하죠. 프린트는 그레이식으로 말하자면 ‘눈을 위한 음악’이에요. 타이다이 프린트와 트로피컬 패턴, 과일 등으로 여름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주 모던하게요.

G 만화 프린트도 재밌었어요.

M 만화 Mila & Shiro – Attacker You의 캐릭터를 새겨봤어요. 내 유년 시절의 영웅이었죠. 그걸 꺼내 패션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이코닉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더해 개인적인 추억과 패션 스포티즘을 연결한 거예요.

G 식상하지만 물어보고 싶었어요. 매번 영감을 어디서 얻어요?

M 주위의 사소한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지만 주로 미술, 음악, 디자인 작품에 들어 있는 요소를 나만의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요. 작은 것에도 굉장히 호기심이 많죠. 그레이의 음악은요?

G 하하. 이런 기분이군요. 어렵네요. 사실 영감은 언제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멍’하게 있다가도 그게 참신한 영감이 되기도 해요. 무심하게 이것저것 피아노 코드 진행을 하다가 메인 테마에 리듬을 붙이고 점점 악기들로 채우다 보면 이미 좋은 곡이 나와 있기도 하고요. 가사는 제가 경험한 것들에서 나오니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요.

M 패션쇼 음악에도 관심이 있나요? 우리 쇼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 것 같아요? 추천해줄래요?

G 그럼요. MSGM 런웨이에 제 음악이 나온다면 정말 멋지겠네요. 이번 시즌에는 전체적인 색감이 화려하니 신나는 음악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제 노래는 아니지만 키드밀리의 ‘Why Do F*Ckbois Hang Out On The Net’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마시모는 MSGM의 여성복과 남성복을 모두 담당하죠? 어떤게 더 재밌어요? 물론 둘 다 좋겠지만.

M 여성 컬렉션은 남성복보다 굉장히 복잡해요. 수만 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하고, 가능성 역시 무한대죠. 하지만 남성복은 좀 더 실험적이어야 해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방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한 것 같아요.

G 얼마 전에는 언더웨어를 론칭했죠? 캠페인 비주얼이 꽤 재밌어요. 쇼킹하기도 하고요.

M 굉장히 강하고 도발적인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 로코 시프레디의 아들 레오나르도 타노를 앰배서더로 생각해왔어요. 결국 레오나르도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만들었죠. 언더웨어 캠페인의 콘셉트는 그와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G 인스타그램을 봤어요. 같은 이미지 세 개를 연속으로 올리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M 몇 년 동안 쭉 그렇게 올렸어요. 같은 이미지나 비슷한 사진을 연속으로 올리면 훨씬 더 임팩트 있게 느껴져서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보다 더 강조하는 거죠.

G 강아지 사진도 있던데요?

M 잭 러셀 테리어종의 Pane예요. 그레이는요?

G 강아지를 아주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혼자 살고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 못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M 그레이는 앞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일까요?

G 갑자기 너무 진지한데요? 하하. 변함없이 만족할 만한 멋진 음악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별다른 건 없어요. 마시모는요?

M 특별하고 엄청난 뭔가를 그리기보다는 지금처럼 여전히 열정적이고 행복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다 비슷하네요. 그럼 올해 목표는요?

G 음악 작업을 많이 해서 뮤직비디오도 찍고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앨범이 나온다면 하반기쯤에는 콘서트도 해보고 싶어요.

M 일 얘기는 그만하고, 서울에서 가볼 만한 곳 추천해줄래요? 그레이가 좋아하는 장소로요. 힐링이든 술이든. 조만간 또 올 테니까요.

G 오래된 궁 가봤어요? 특히 서울 한가운데 있는 옛날 왕이 살던 경복궁요. 바로 뒤에는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도 있죠. 그리고 그 주위의 미래 도시 같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광화문까지 볼 수 있죠.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M 한복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휴대 전화로 찾아볼게요. 와우! 굉장히 우아하고 멋있네요. 컬러, 라인, 소재까지 진짜 아름다워요. 이탤리언의 실크 파자마 같은 느낌도 있어요. 굉장해요. 레스토랑이나 술집도 추천해줘요. 그레이는 무슨 술 좋아해요?

G 진토닉이죠.

M 진 너무 좋죠. 옛날에는 진 종류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다양해져서 좋아요. 우리 언제 같이 진토닉 한잔해요. 오늘 인터뷰, 굉장했어요. 마지막으로 그레이의 뮤직 리스트를 받고 싶어요.

G 제가 부른 ‘Summer Night(remix) (feat.후디)’, 로코 & 그레이의 ‘Late Night’, 박재범의 ‘Mommae(feat. Ugly Duck)’ 정도요. 다음번엔 기회가 된다면 밀란 쇼에 초대해줄래요?

M 물론이죠. 꼭이요.

    에디터
    방호광
    포토그래퍼
    김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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