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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모렌지의 새로운 레이블

2019.11.01GQ

글렌모렌지의 레이블이 새로워졌다. 국제 위스키 대회 선정 ‘2019년 올해의 마스터 디스틸러’이자 글렌모렌지의 총괄 책임자인 빌 럼스런 박사와 숙성의 힘을 논했다.

당신이 처음 마신 글렌모렌지는 어떤 위스키였나? 10년산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맛을 보자마자 바로 사랑에 빠졌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 몇 방울을 넣어서 마시면 우아한 꽃향기와 부드러운 바닐라 풍미가 훨씬 더 잘 느껴진다.

그런 캐릭터는 섬세한 오크 캐스크로부터 비롯한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에서 ‘오크 캐스크’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미국에 있는 오자크 숲까지 직접 나무를 보러 가곤 한다. 천천히 자란 나무 안에는 작은 구멍이 굉장히 많다. 그런 구멍이 위스키에 좋은 향과 풍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조건은 나무를 말리고 그을리는 과정이다. 2~3년간 아주 천천히 자연 상태로 건조시키면 위스키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를 입힐 수 있다. 나무를 태우는 대신 그을리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 향이 훨씬 더 깊게 침투하기 때문이다. 숙성 연도만으로 위스키를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어디서 숙성시켰는지가 더 중요하다. 오크 캐스크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두 시간도 부족하다.

새로운 레이블로 재단장한 ‘추가 숙성 위스키군’을 소개한 오늘 행사에서 흥미로운 음식 페어링이 많았다. 디저트 와인 소테른 캐스크에서 숙성한 글렌모렌지 넥타도르와 화이트 초콜릿 에클레어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는데, 오늘 당신의 베스트 페어링은 무엇이었나? 글렌모렌지 퀸타 루반과 푸아그라를 곁들인 쇠고기 안심이 제일 좋았다. 미국산 화이트 오크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을 거친 후 포트 와인 캐스크에서 4년을 더 숙성시킨 퀸타 루반은 가장 색이 진하고 풍미가 강렬하다. 안심 요리에 곁들인 트러플 버섯과 정말 조화롭게 잘 어우러지더라.

위스키와 기본 공식이라고 생각하는 견과류나 초콜릿 말고 색다르게 느껴진 페어링이 있었나? 삐뚤어지고 싶을 때 시가를 피운다. 몬테크리스토 넘버 4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걸 피우면서 글렌모렌지 라산타를 마신다. 셰리 캐스크에서 2년 추가 숙성시킨 라산타는 달콤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풍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극명한 대비가 시가의 풍부한 맛과 어울린다.

한국에서는 요즘 내추럴 와인 열풍이 거세다. 위스키 시장에서 최근 눈에 띄는 트렌드나 변화가 있나? 요즘 스코틀랜드에서는 1940~1950년대에 위스키를 즐기던 방식이 되돌아온 것 같다.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과 태도가 이전보다 편하고 가벼워졌달까. 이를테면 위스키에 소다를 더해서 하이볼이나 칵테일로 마시는 것처럼. 위스키에 담긴 복합성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나도 퇴근 후 위스키 하이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글렌모렌지는 1843년에 설립됐다. 그리고 당신은 1995년 입사한 이래 위스키에 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 반대로 혁신하고 싶은 것은 각각 무엇인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까지 거쳐 순차적으로 글렌모렌지 오리지널을 테이스팅해봤다. 대체로 부드러워진 것을 제외하고는 맛과 풍미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우리는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기술과 감각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본능에 따라 직관적으로 위스키에 접근해왔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개인 셀러에 있는 위스키 가운데 오픈을 못 하고 있는 것도 있나? 디스틸러리에서 매니저로 일할 당시 내 손으로 직접 블렌딩한 첫 위스키가 있다. 그 당시 딱 300병만 만들었는데, 그중 2병을 내가 가지고 있다. 가끔 그 위스키가 옥션에 나오는데 꽤 고가로 판매되고 있더라. 소중한 날 오픈하려고 아껴두고 있다.

    에디터
    김아름
    포토그래퍼
    설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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