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내 님은 노래에 취하네

2011.03.15GQ

이 여자의 웃음소리를 한글로 쓸 수 있을까? 그렇게 웃으면서 노래를 말할 때, 주현미는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은 눈을 했다.

의상협찬 흰색 셔츠와 트렌치 코트는 더 아이잗 컬렉션, 진주 귀고리는 스와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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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우리, 2008년 초였죠? 그때 인터뷰할 때 나한테 엄마 같다고 그랬어. 그래서 ‘어? 참 좋다’ 혼자 생각했어요. 기억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 하다가 날 물끄러미 보더니 갑자기, ‘엄마 같아요’ 그랬지. 그 말이 지금도 참 좋아요. 내가 그렇게 느껴진다는 게. 약간 어려졌네, 누나로.

어떠세요? 나이가 드는 걸 느끼세요?
거울 볼 때? 내 또래 연예인이 TV에 나올 때. “아, 나도 저 나이지?” 하고 새삼 놀라고, 실감해요. 평상시는 별로. 난 ‘젊었을 때가 좋았다’ 생각하는 건 좀 아닌 스타일이에요. 사람들이 내 나이가 되면 하도 젊다 어리다에 관심을 두니까, ‘응? 나도 신경 써야 되나?’ 하는 정도지. 나이 들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안성기 씨나 김창완 씨. 그런 얼굴들이 좋아요.

목소리는 확실히 달라졌어요.
어릴 때는 정말 땡글땡글하고 막 날아가는 걸 억지로 눌러야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부드럽고 넉넉한 소리를 내고 싶으면 그런 소리가 나와요. 어렸을 때는 나오는 소리로만 그냥 한 거죠. 그때는 목소리도 그렇게 어렸구나. 앳되게 들려요.

여자로서의 시간이 노래에 미치는 영향이 있겠죠?
너무 커요. 어제 봤던 나무가 아이 낳고 딱 보니까 달라 보여요. 그걸 너무 느꼈어. 여의도 살 때 아파트 밑으로 가로수가 이렇게 보이는데, 봄이었어요. 거기 나무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막 태어난 애를 처음으로 집에서 안고 나무를 봤는데 하… 이제 이 나무가 우리 아이하고 같이 보는 나무가 되었구나. 우리 아이의 그늘이 되어주겠구나. 그렇게 나무 한 그루가 다시 보였어요. 그렇게 세상이 달라져요.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 바라는 부모는, 정말 이 세상에 뭘 해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존재였으면 해요. 내가 막 짜증내고 그래도, 우리 엄마는 다 받아주니까…. 나는 늘 미안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밖에 없어요, 세상에. 내가 이렇게 아직도 짜증 부려도 나한테 ‘아가’라고 그러고 이쁘다고 해주는 사람은. 그런 존재가 있으니까 내가 더 자신감 있고 자유롭고 편안하고 그러지. 부모는 그래야지.

최불암 씨는 당신 목소리를 “그리운 여자의 목소리”라고 했어요. 저도 라디오에서 당신이 대화할 때 발성을 들으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라디오 진행이, 내가 연예인으로 살면서 제일 행복한 시간이에요. 물론 노래가 첫 번째인데, 노래는 녹음실에서 신곡 녹음할 때가 제일 좋아요. 무대에 서는 것에 보람도 느끼고 그래야 하는데, 나는 안 그래요. 나한테는 스트레스예요. 보여져야 하고, 나를 바라보는 팬들에게 뭔가 충족시켜드려야 한다는 게 굉장히 힘든데, 라디오는 그런 게 없어요. 사연을 읽는다는 것은 노래하는 것과 또 다른 감정이에요. 글에 내 감정을 싣고, 글쓴 사람의 심정을 대신해 읽는 느낌. 오래 했으면 좋겠는데. 근데 그 라디오 목소리 너무 높아요, 나?

아니, 사근사근해요. 부스에서는 긴장 안 하세요? 콘서트 한 달 전부터는 잠도 못 주무시잖아요. 몸도 아프고.
공연은, 아직도 나한텐 스트레스야. 왜일까? 노래만 50년 하신 하춘화 선배 같은 분. 이미자, 패티김 선배님. 50년 그렇게 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노래를 하겠다”는 그런 말을 들으면 존경스러워요. 아직 나한텐 그런 마음이 안 드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노래하면 그런 생각이 들까? 노래는 너무 좋은데, 대중 앞에서 노래한다는 게 힘들어요.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는 좀 달랐죠?
나, 거기 나온 거 봤어요? 자유로웠어요. 그런 게 나한텐 맞는 것 같아. 상업적이고, 홍보해야 하고,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그런 거는 힘에 부치는 것 같아. 그런 몫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나 봐요. 난 조그만 공간에서 다 같이 눈 마주치면서, 그렇게. 이제 서서히 그런 쪽으로 해봐야지.

<가요무대>, <열린음악회>에서는 프리마돈나죠. ‘공감’에서는 어떻게 노래하는지가 다 들렸어요. ‘오버 더 레인보우’나, 심지어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를 때 호흡, 발성도 달랐어요. 숨소리에도 서사가 생겼죠.
그걸 알고 느껴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매머드급 무대에서는 교감을 못하잖아. 스크린 세우고 음향을 아무리 보충해도 그 친밀함, 숨소리. 그런 걸 느낄 수가 없잖아요. 열기만 공유할 뿐이지. 나는 더 디테일한 걸 주고받고 싶어요.

서현, 아이유, 장윤정 씨 같은 젊은 사람들이 당신과 노래하면 불편해하죠?
그러겠지, 그러겠지. (장)윤정이 하고는 여러 번 노래를 했어.

그 때 “윤정인 아직 더 많이 해야 돼요”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노래가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그렇죠?
노래도, 경험도 많이 해봐야지 되고. 그래도 우리 트로트의 대안은 윤정이밖에 없지. 이제 좀 더 깊어져야 되겠지. 그 나이 때는 그래요. 그 나이에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지금 하고 있는 거예요. 더 나이 먹으면서, 성숙하고 깊어지면서…. 그런 것 같아. 시간이 다 데려다 주는 것 같아.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Son Jong Hy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