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거기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파는, 진정 가게다운 서울의 가게.
우일요
우일요 대문은 얼핏 가게 같지가 않다. 막상 들어가봐도 그저 백자가 많은 곳에 왔다는 생각뿐. 김익영 선생의 둥근 듯 반듯한 선은 ‘새로운’ 백자로서 여전히 아름다우며, 포도니 모란이니 푸른 무늬로부터 새삼 계절을 깨닫는다. 그리고 백자로 만든 서예용품을 하나하나 사들이는 아주 특별한 재미.
GQ PICK 백자로 만든 서예용품들.
월~토 11시~7시, 공휴일 휴무.
종로구 와룡동 3번지
763-2562 www.wooilyo.com
가가린
미술관이 많은 창성동이다 보니 가가린이 다루는 중고 책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초점이 잡혔다. 디자인, 예술, 잡지책들이 꾸준히 모였고, 동네 사람들이 맡긴 쓸모 있는 잡동사니도 함께 놓였다. 카페와 밥집이 대부분인 골목에 서점 하나가 들어서면 어떤 격이 생기는지 가가린이 보여주고 있다.
GQ PICK 호너 알토 멜로디카.
월~일 12시 30분~7시 30분.
종로구 창성동 122-12번지
736-9005
빈 컬렉션
쌈지길 꼭대기에 버섯처럼 옹송거리고 있던 규방공예 전문점 빈 콜렉션이 인사동 골목 1층으로 내려왔다. 화려하지만 전혀 경박하지 않은, 오히려 진중한 색감은 그게 꼭 ‘우리 것’이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여름이 왔고 빈 컬렉션에는 무형문화재 방연옥 선생이 만든 한산 모시이불이 신상품으로 진열되었다.
GQ PICK 바람개비 누에고치 베개.
월~일 10시~8시, 명절 휴무.
종로구 인사동길 39번지
735-5760
폴 앤 폴리나
폴 앤 폴리나에 들어가면 절제가 어렵다. 빵집이니까, 봉지가 터지게 빵을 담는 수밖에. 최소한의 재료를 최대한 오래 발효시켜 만드는 원칙을 고수하며 만든 빵은 수수하니 두덕두덕 그저 빵같이 생겼다. 맛도 꼭 그렇다. “나는 그냥 빵맛이야” 하는 빵들. 치아바타, 깡빠뉴, 바게트, 프레즐….
GQ PICK 블랙 올리브 빵.
월~토 12시~7시, 일 휴무.
마포구 서교동 344-6번지 102호
333-0185 www.paulnpaulina.co.kr
리빙사
수많은 컬렉터와 디제이들의 성지지만, 두 팔 벌려 맞이해준 적도, 손 내밀어 추천해준 적도 없다. 음반이 그저 많은 것으로 충분했다. 애호가들은 무작정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서, 기어이 뭔가를 찾아냈다. 그새 서울에는 잘 정비된 레코드 가게가 꽤 생겼지만, 리빙사는 분류하고 정리하지 않는다. 반가운 일이다.
GQ PICK <조용필 9집> 조용필 .
월~토 10시~ 8시, 일 1시~ 6시, 명절 휴무.
중구 충무로1가 50-10번지 회현지하상가
778-8868
반김
목공예 작가 양병용이 만든 것들을 전시하고 파는 가게다. 소반과 나무 접시, 테이블 기타 나무로 만들 수 있는 어떤 것들. 특히 소반은 양병용의 감각과 정성이 집약된 작품이다. 전통을 근간에 둔 채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데, 결코 경박한 ‘디자인’이 아니라 지조와 소신으로 만든 것임을 알겠다.
GQ PICK 상판에 모시를 붙인 12각 소반.
월~토 11시~6시, 공휴일 휴무.
종로구 안국동 안국역 상가 318-06호
730-6958 www.bangim.com
오디오필드
공간만큼 중요한 게 없는 오디오 분야에서 오디오필드의 쇼룸은 소매점 이상의 역할을 한다. 무려 8억원이나 하는 골드문트 풀 에필로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면 과연 오디오필드 정도의 공간은 되어야겠다.
가청 주파수 이하의 소리까지 ‘느끼기
위한’ 투자다.
GQ PICK 골드문트 풀 에필로그.
월~토 10시~ 7시, 공휴일 휴무.
용산구 한강로 3가 16-9번지 전자랜드 268호
3456-3333 www.audiofield.co.kr
그로브
“영감 좀 받고 올게.” < GQ > 피처 디렉터는 가끔 그렇게 말하고 나가 그로브에서 꽃을 산다. ‘영감’은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꽃이 꽂힌 모습을 보면 뭔가 그리워지기도, 생각날 것 같기도 하니 꽃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새삼 넓다. 그로브는 찻집을 겸하는데 그래선지 유난히 향기가 좋다.
GQ PICK 6월이니까 한 번쯤은 수국.
월~토 10시~7시, 일 휴무.
강남구 논현동 98-10번지
514-9197 www.grove.kr
포스트 포에틱스
포스트 포에틱스가 상수동에서 문을 연 게 2008년이다. 포스트 포에틱스는 늘리기보다 줄이는 걸 선호한다. 정수만 남겨서 더 빡빡하고 일관된 형식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역사라고 부르지 않는 건 사람들이 여전히 지금 가장 참신한 종이책을 찾기 위해 포스트 포에틱스에 들르기 때문이다.
GQ PICK < Mono. Kultur >.
화~금 1시~8시, 토 1시~6시, 일~월 휴무.
용산구 한남동 683-142 3층
322-7023 www.shoppopo.org
더 북 소사이어티
‘미디어버스’에서 시작된 독립 출판에 대한 탐구가 소규모 공동체라고 불러도 좋을 고유한 관점으로 이어진 듯하다. 더 북 소사이어티를 관찰하면 책의 물성, 창의적인 기획과 형식에 대한 관심이 보인다. 더 북 소사이어티만큼 미술과 건축, 또 도록을 꾸준히 다루는 가게도 없다.
GQ PICK < Bidoun >.
화~일 1시~8시, 월 휴무.
마포구 합정동 371-4 102호
325-5336 www.thebooksociety.org
유니페어
남다른 구두를 파는 곳이 많이 생겼지만, 가치 있는 수백 가지 구두를 한자리에 앉아서 신었다 벗었다, 관리부터 수선에 관한 조언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은 유니페어뿐이다. 유니페어는 늘 브랜드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더한다. 뛰어난 작가가 그렇듯이.
GQ PICK 알든 검정색 코도반 롱윙 블러처.
월~토 11시~9시, 일 11시~8시.
강남구 신사동 646-18번지
542-0370 www.unipair.com
구하산방
무엇이든 공을 들인다는 것은 시간이 들고 정성이 들어가는 법이다. 붓으로 쓴 글씨라면 그 내용이 빚독촉이라 해도 구겨서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구하산방에서는 서화 재료를 판다. 특히 붓을 판다. 종류며 가격이며 천차만별이지만 마음에 드는 붓 하나를 갖는 일은 간결한 동작 하나다.
GQ PICK 세필용 붓.
월~일 9시~8시, 명절 휴무.
종로구 인사동 5길 11번지
732-9895 www.koohasanbang.com
이도
찻잔 하나를 고르더라도, 막 쓰는 물컵 하나를 고르더라도 이도가 생긴 후의 서울은 한층 풍요로워졌다. 도예가 이윤신의 서늘하고 차분한 안목은 그토록 큰 가게를 열었음에도 작품이며 그릇이며 하나하나 쳐다보게 만들고, 만져보게 만든다. 그릇을 만지면 응당 차다. 하지만 감각은 따뜻해진다.
GQ PICK 해강요 한정 제품.
월~일 10시~7시, 매월 셋째 일요일 휴무.
종로구 가회동 10-6번지
722-0756 www.yido.kr
풍월당
바람 부는 날 압구정 근처를 지난다면 풍월당에 들르는 게 좋겠다. 풍월당은 늘 좀 더 머물러도 좋다고 하는 곳이니까. 풍월당의 아카데미에서 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쌓아도 좋겠고, 풍월당에서 엄선한 기획 음반들을 하나하나 뜯어봐도 좋겠다. 바람 쐬러 나왔다가, 바람은 잊는다.
GQ PICK < EMI 리미티드 SACD 콜렉션 >. 월~토 10시~ 9시, 일 휴무.
강남구 신사동 657-37번지 성산빌딩 4층
512-2222 www.pungwoldang.kr
김용안 과자점
김용안 과자점은 48년째 전병(‘셈베’라는 말이 더 친숙할 수도)을 굽는 과자가게다. 손가락에 힘을 주면 툭 부러지고 말지만 그 속에 수많은 곡선이 들어 있는 맛. 어떤 건 땅콩 맛이 나고 어떤 건 우유 맛이 나지만 내내 잡히진 않고 아련하다. 하지만 그건 추억이 아니라 지금 막 나온 따뜻한 과자일 뿐이다.
GQ PICK 김가루를 넣은 전병.
월~토 10시~10시, 일 휴무.
용산구 한강로 2가 260-1번지
796-6345
도향촌
남송시대부터 전해오는 과자를 서울에서 45년째 만들고 있는 집. 진열장을 보면 십경월병, 산동팔보, 장원병, 지마병, 마저수, 부용고, 산사고, <삼국지>에서나 봤음 직한 이름이 빼곡하다. 인기가 좋다는 장원병을 먹어보았다. 팥과 대추가 앙금인데, 그 달콤함이 특별했다. 월병이란 이런 거구나.
GQ PICK 장원병.
월~토 9시~8시 30분, 일 11시~6시.
중구 명동 2가 105번지
776-5671 www.dhcmooncake.com
길종상가
길종상가 내 ‘한다 목공소’에서 만든 가구와 홍대 앞에 널린 공방에서 만든 가구는 좀 다르다. 주문을 받고 제작하는 과정을 보면 과연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진다. 손님과 친구 사이, 현재 길종상가에는 여덟 개의 가게가 입점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손님이자 친구를 맞는다.
GQ PICK 한다 목공소의 책꽂이.
목~일 2시~8시, 월~수 휴무.
용산구 한남동 768-16번지
www.bellroad.1px.kr
장지방
장지방에 들어서면 매캐하기도 하고 그윽하기도 한 냄새가 대번 감각을 일깨우는데, 닥나무와 옻 냄새가 섞인 것이라 한다. 지장 장용훈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한 장 한 장 떠낸 진짜 한지들을 보면 이런 종이가 다 있었나 싶을 만큼 새롭고 아름답다. 순결한 ‘오리지널’의 감동이 있다.
GQ PICK 감물을 들인 종이.
월~일 10시 30분~8시, 무휴.
종로구 견지동 81번지
723-0457
태극당
태극당이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서울의 자랑이다. “창업 이래 줄곧 같은 맛과 같은 모양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점잖은 문장에서 바뀐 거라면, ‘있읍니다’가 “있습니다’가 된 것뿐이겠다. 어제도 내일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태극당은 그 자리에만 있다.
GQ PICK 모나카 아이스크림.
월~일 8시 30분~9시 30분, 무휴.
중구 장충동 2가 189-5번지
2279-3152
오벌
디자인 그룹 빌리브라운에서 운영하는 문구점. 빈티지 소품과 서적, 자체 제작한 제품도 판매한다. 디자인, 소재, 제작 방식, 모두 전통에 대한 어떤 존중에 기댄 물건들이다. 겉만 보고, 가격만 보고 사는 건 지양하고 싶다는 뜻 같다. 일본 민예가와의 다양한 협업과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GQ PICK 파피에 라보 연필깎이.
목~일 1시~8시, 월~수 휴무.
마포구 창전동 436-24번지
325-1981 www.shop-oval.com
애프터 아워즈 / 필드 레코즈
재즈 레코드 가게와 해외 인디 레코드 가게 두 곳이 붙어 있다. 그러나 두 음악을 한 번에 트는 일은 없다. 필드 레코즈에서 비스티 보이즈를 사고, 애프터 아워즈에서 비스티 보이즈가 샘플링한 지미 스미스를 사가면 집에 있는 턴테이블 두 대에 같이 올려놓을 수는 있다.
GQ PICK < Fall Be Kind >, < Interplay >.
월~토 1시 ~10시, 일 휴무.
강남구 논현동 203-1 거평타운 1705호
334-5311 www.afterhours.co.kr / www.fieldrecords.co.kr
통인시장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은 통인 커뮤니티라는 회사가 주도해서한결같은 모습을 만들어간다. 자하문길과 필운대길을 잇는 골목길 하나를 따라 양쪽으로 쭉 가게들은 정다운 이웃으로서 나란하고, ‘내 맘대로 공방’이나 ‘도시락 카페’ 같은 판을 벌여 살아있는 시장을 보여준다. 한 번 걸으면 뒤돌아 더 걷고 싶다.
GQ PICK 도시락 카페 통의 도시락.
월~일 7시~10시, 매월 둘째 주 일요일 휴무.
종로구 통인동 10-3번지
722-0911 tonginmarket.co.kr
용정
명품 골동시계 전문점 용정에 들어갔다. 대번 착 가라앉는 공기. 그리고 연구소 같기도 한 침착한 분위기. 롤렉스, 오메가, 까르띠에, 파텔 필립…. 브랜드를 알아보기도 전에 눈을 불태워버리는 고혹. 중국 관광객들이 조용조용 얘기하는 모습을 거기서 처음 봤다면 과장일까?
GQ PICK 이거, 아니 저거, 아니 그거….
월~토 10시~7시, 공휴일 휴무.
종로구 관훈동 18번지
735-2700 www.yongjung1965.com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