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한예리. 귀엽기만 한 건 아니다.
곧 개봉하는 <환상속의 그대>는 2009년작 단편 <백년해로외전>을 장편으로 풀어낸 영화예요. 차경 역을 또 맡았는데, <환상속의 그대>와 <백년해로외전>의 차경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 같던데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환상속의 그대>에선 (이)영진 언니가 했던 기옥이 역할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예리 씨가 차경을 안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얘기하셨고, 결국 차경 역을 맡기로 결심했어요. 예전의 차경과는 이름만 같지 되게 다른 사람이거든요.
영화에 돌고래가 나온다면서요? 너무 무서웠어요! 위에서 볼 땐 재롱도 부리고 귀여웠는데, 물에 들어가니까 엄청 크고 빠른 거예요. 움직이면 나는 떠내려가는 느낌? 더 적극적으로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맘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돌고래를 다시 보니 또 무섭더라고요.
이번 역할은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은 않았어요. 나이를 못 속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학생 역을 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흐름을 억지로 꺾고 싶진 않아요.
그렇다기보다 좀 섹시해 보였어요. 음…. 네. 하하하. 잘 모르겠지만, 여배우라면 당연히 그런 매력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가지 향기보단 좀 다른 향기를 낼 수 있는 얼굴.
지난해 김고은의 활약으로 한예리가 신인 여우상을 아깝게 놓쳤다는 말이 있었죠. 흐흐흐. 아깝게 놓친 건가요? 물론 신인 때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상이라 너무 받고 싶긴 했어요. 한편으론 영화제에 가고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했고요.
조연배우의 전성시대라지만, 그런 유행과는 좀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화면을 잡아먹기보단 자연스러운 쪽이랄까요? 제 몫만큼 해야 영화가 잘될 거라는 생각이 크거든요. 그것도 있고, 제가 자신이 없어요. 감독님이 요구하지 않는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 않아서….
애드리브를 넣거나, 약속과 좀 다르게 움직이는 일은 드문가요? 제가 주목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 뜬금없이 뭔가를 해서 시선이 넘어오는 건 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무용을 했으니까, 빔 벤더스의 <피나> 같은 작품의 주연을 꿈꾸기도 하나요? 네. 많이요. 정말 너무너무 좋아서 몇 번을 봤어요. 영화와 무용 둘 다 예술이란 범주 안에 있고, 요즘은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찍고 있기 때문에 언젠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다방면에 능통한 사람은 그만큼 쉽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요. 무용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춤은 제 자신을 위해 추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특별히 없어요. 할머니가 되어도 혼자 방에서 음악 틀고 움직여보고 싶거든요. 웅대한 목표의식이 있거나 한 건 아니예요. 안 되더라도 실망하고 싶지 않고, 좋아하는 걸 끝까지 즐기고 싶다는 욕심에 가까워요. 연기도, 무용도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저를 위해 해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좋아하면 잘하고 싶어지는 단계가 오잖아요. 힘들 정도로 매달려보는 것도 같고. 그 과정을 다 겪으면 어떤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양조위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그냥 그분이 웃으면 마음이 아파요. 모르겠어요. ‘아, 이 사람은 아플 때도 웃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그런 게 있어요.
요즘도 통금이 있나요? 네. 지금은 11시. 일 있을 땐 용서해주시고, 없으면 얘가 왜 늦지….
거짓말도 좀 해요? 하하. 잘 들켜서 안 돼요. 어머니는 절 손바닥 안에 놓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말을 하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금방 아세요.
저도 좀 알 것 같네요. 하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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