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라이언 레이놀즈 구하기

2013.09.01GQ

서른여섯 살 라이언 레이놀즈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저평가된 배우일지도 모른다. 그는 오스카 와일드 식의 위트를 지닌 섹시한 남자이자, 마음 한구석에 예술가의 영혼도 지니고 있다. 그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사람?

블레이저는 버버리 런던, 스웨터는 보테가 베네타, 티셔츠와 바지는 랙 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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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레이놀즈는 지금, 평생 봐온 그 어떤 항문과도 다른 항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놀라서 말문이 막힌 채 베를린 아트 갤러리 로비에 서 있다. 받침대 위에 머리와 팔이 없는 청동 토르소가 엉덩이를 위로 올리고 엎드려 있다. 괄약근은 낡은 신발끈 같은 것으로 묶여 있다. 레이놀즈는 숨을 낮게 내쉬며 마침내 말한다. “와. 저거 보면서 자위하기는 힘들겠군요.”

우리는 커다란 캔버스가 걸려 있는 왼쪽 벽을 향해 돌아섰다. 캔버스 위에는 언뜻 보면 마치 헐크의 체포 기록 서류에서 가져온 듯한 거대한 지문처럼 보이는 것이 여러 줄 그어져 있다. 그가 마르얀 사트라피 감독의 <목소리들>을 찍으며 5주째 살고 있는 베를린의 호텔에서 탈출해 미술관에 가자는 건, 소문을 통해 떠올린 아이디어였다.(레이놀즈가 미술에 열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테 지역에 있는 이 갤러리를 고른 이유는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고, 웹사이트의 사진을 보니 레이놀즈가 아주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주제로 한 전시를 하는 중인 것 같아서였다. 이곳에서라면 자유분방한 로르샤흐 테스트처럼 인터뷰가 이루어질 거라 기대했다. 거대한 지문 그림을 보면 전직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 그의 고향인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캐나다 기마 경찰대 소속인 그의 형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그림에 대한 일반적 해석을 반박하며, 오비완 케노비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데스 스타는 달이 아니라고 알려줄 때와 같은 불길한 말투로 “저건 지문이 아니에요. 엉덩이 자국이에요”라고 말했다.

레이놀즈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예술적인 예리함 따위가 없어도 알 수 있다. 그는 쾌활하게 “저쪽에 똥구멍이 더 있나 보러 가보죠”라고 말했다. 다른 방으로 가보니 거기에도, 잔뜩 있다. 할리우드의 가장 잘나가는 주연 배우이자 <피플>에서 ‘2010년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꼽힌 사람, 곧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의 주연을 맡은 그에게 잘난 척하며 로르샤흐 테스트 같은 인터뷰를 시도하려고 이곳에 왔지만, 우아함은 이미 사라졌다. ‘구멍과 통로로 인식되는 다양한 접점’에 대한 전시를 봤다고 하면 그럴싸한 말이 될까? 항문 말이다.

레이놀즈는 전시를 싫어하지 않았다. 갤러리의 수많은 괴상한 방들을 누비는 그를 따라다니면서 드라마 <패밀리 가이> 전집 DVD 세트에 나온 것보다 더 많은 야한 농담을 들을 수 있었다. 만약 나중에 독일 세관에서 인터뷰 노트를 뒤진다면 흘기듯 적어놓은 말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기린 항문’, ‘걸리버 똥꼬’, ‘항문이 천 개 든 자루’, ‘어네스트 보그나인 똥구멍’…. 2년 동안 개인적,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뒤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다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의 변태적이고 웃기는 말이라고 해야 할까? 라이언 레이놀즈같이 생긴 사람은 보통 레이놀즈처럼 웃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이용해서 얻는 것을 그런 사람들은 외모로 얻는다. 물론 레이놀즈는 외모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소호 하우스 베를린의 레스토랑에 온 그는 탱크톱이 드러나도록 단추를 푼 파란 버튼다운 셔츠 위에 남색 조끼를 입고 있다. 영화 팬들의 눈에 익숙한 조각 같은 몸매는 아니지만 185센티미터 키의 건장한 그는 지금도 만화가의 펜 끝에서 탄생한 존재 같아 보인다. 그런데도 레이놀즈는 자기 외모를 다른 주연 배우들처럼 써먹지 않는다. 그가 자기 외모를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 그는 온통 자기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헨리넥 셔츠는 버버리 브릿, 바지는 랙 앤 본, 빈티지 부츠는 얼리 할로윈 뉴욕.

헨리넥 셔츠는 버버리 브릿, 바지는 랙 앤 본, 빈티지 부츠는 얼리 할로윈 뉴욕.

올 여름 개봉작 에서 파트너 경찰 역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는 주연 배우 타입의 남자와 유머의 상관 관계에 대해 쉰 목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이에요. 두 가지를 모두 가지는 조합은 아주 드문데, 라이언은 그걸 다 가지고 있어요.”

레이놀즈의 자기 비하 유머는 넓고 깊다. 자기 형제 중 한 명이 비슷한 기질이 있다고 이야기할 때 ‘자기를 모욕하는 것에 대한 스톡 옵션’을 갈구하는 성향이라고 말했는데,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풀어놓는 전형적인 이야기는 대개 이런 식이다. 그가 가진 오토바이 대여섯 대 중 한 대를 타고 와이오밍 주 잭슨 홀 근처의 스네이크 강을 따라 달릴 때의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남자답고 목가적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브래드 피트였다면 어마어마한 석양이나 코요테를 본 경험담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놀즈는 그런 식이 아니다. “오줌을 누려고 협곡 옆에 잠깐 섰어요. 협곡 아래로 뛰어내리자 발에 엄청 물컹한 게 닿더라고요. 썩은 수박이 가득 든 통에 뛰어든 기분이었어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냄새가 났어요.” 그는 죽은 지 일주일 이상 된 말의 갈비뼈 부위로 정통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라이터로 옷을 다 불 태워버리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불로 내 몸에 묻은 것을 다 태워버리고 싶은 기분. 평생 그렇게 역겨웠던 적이 없어요.” 그의 오토바이 이야기 중 다른 것은 호주에서 거미에게 물려 응급실에 실려가고, 포도상구균에 감염 돼 다리가 부어서 가위로 청바지를 잘라낸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는 천 마리쯤 되는 죽은 잠자리를 덮어썼다는 일화다. 곧 개봉할 심리 스릴러 <퀸 오브 더 나이트>에서 입양한 딸을 찾아다니는 (웃기지 않는) 아버지 역으로 레이놀즈를 캐스팅한 아톰 에고이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진짜 미치게 웃겨요. 스스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죠. 근데 진짜 그래요.”

에고이안의 말처럼 레이놀즈가 “말을 별로 거르지 않고 내뱉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건 그가 네 형제 중 막내인 덕(혹은 탓)일 것이다. 그는 벤쿠버에서 직업이 있는 어머니와 경찰 출신 식품 도매상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우리 형제들은 다 외모나 행동이나 말투가 워낙 달라서 남들이 보면 같은 질에서 나왔다는 생각을 못해요. 전 언제나 얻어맞으며 살았죠. 전 이젠 어지간해선 멍도 안 들어요. 경찰을 집으로 부른 게 몇 번인지 기억도 안 나요.” “잠깐만요, 당시 당신 아버지가 경찰 아니셨나요?” “네, 정말 망신스럽죠. 아빠가 경찰이면 911에 전화하는 게 아빠 직장으로 전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주먹질을 해대긴 했어도 아버지의 애정은 깊었다. “열세 살 때 귀고리를 하고 싶었어요. 형들은 끔찍한 생각이라고 했고, 굉장히, 강박적일 정도로 엄격한 경찰인 아빠가 귀고리 한 아들 꼴을 보면 난 죽겠죠. 문자 그대로요. 아빠는 아마 절 액체로 만드실 거예요. 하지만 전 ‘상관없어, 난 할래.’ 라고 했어요.” 그는 다음 날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시어스에 가서 귀고리를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주 길게, 한 일주일 정도로 느껴졌어요. 식탁에 앉았더니 식탁 위로 땀이 몇 방울 떨어졌죠. 아빠의 눈이 나를 보는 게 느껴졌어요. 내 머리를 꿰뚫는 레이저 광선처럼요. 하지만 아빠 시선이 형들한테로 가더니, 작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어요. 심한 욕이니 여기서 말하진 않을게요. 고개를 들어보니 형들 셋이 전부 귀고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형들이 영웅적인 일을 한 거죠. 전 정말 멋진 형들을 뒀어요.” 캐나다 기마 경찰대에 있는 라이언의 둘째 형 테리는 이렇게 말한다. “전 아직도 그때 일 때문에 귀에 구멍이 있어요. 경찰 세계에선 좋게 볼 수가 없는 일이죠.”

레이놀즈의 최초 연기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다른 배우들이 추억에 잠겨 회상하는 꼭두각시 쇼 같은 건 아니었다. “한땐 내가 폐결핵에 걸렸다고 상상하곤 했어요. 정말 괴상한 일이죠. 심지어 스스로 그렇게 믿기까지 했어요. 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가 폐결핵으로 죽어간다고 말했죠. 아직까지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 엄청나게 극적으로 만든 환상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제가 지금 하는 일의 전주곡이라는 것밖에 모르겠어요.”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한 영화들은 라이언 레이놀즈보다 덜 유명하다. 돌려 말하면 그는 대중에게 한 번에 확 각인되는 캐릭터를 맡아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경력은 인치 단위로 잴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열세 살에 니켈로디언의 캐나다 시리즈 <피프틴>에 출연하며 프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리고 틴에이저 시절에는 “매주 개봉하는 후진 영화들에서 <다이내스티>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의 아들 역할을 했죠”라고 직접 설명했다. 잠시 쇼 비즈니스가 싫어져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에서 일했던 그는 열아홉 살 때 남쪽으로 모험을 떠난다. 로스앤젤레스였다. 그는 그곳에서 ABC의 <두 남자, 한 여자, 피자 가게>에 출연하게 된다. “그 이후의 일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어요”라고 그는 농담 삼아 말한다. 더 진지하게 말을 할 때는 이렇게 설명했다. “에코 파크에서 10년 동안 배를 곯고 나서야 기회를 얻은 건 아니었죠. 전 운이 꽤 좋았어요.”

어느 정도는 운이 좋았다. 첫 장편 극영화 주연작인 <엽기 캠퍼스>에서는 캠퍼스에서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역을 맡았는데, 그 뒤로 <아미티빌 호러>의 리메이크 작품이나 <블레이드 3> 같은 시시한 영화에 출연했다. 산드라 블록의 상대역을 맡은 2009년 로맨틱 코미디 <프로포즈>에서 그는 웃옷을 입고 있든 벗고 있든 매튜 매커너히의 영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출연해 박스오피스 성적을 더 높이고 남성 SF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그가 영화 상영 내내 관 속에서 연기한 그 다음 해의 실험적인 영화 <베리드>는 박스오피스에서 말 그대로 ‘묻혀’버렸다. 그리고 <그린 랜턴>이 있다. 그가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성층권으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신호가 된 영화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래들리 쿠퍼를 제치고 에메랄드빛 수트를 입고 반지를 낀 DC 코믹스의 영웅 역을 맡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의 마놀라 다지스가 ‘레이놀즈의 빛나는 치아, 탄탄한 몸매, 성실한 노력’이라고 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폭삭 망했다. 일부 기사에 따르면 손실이 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내 잘못으로 곤경에 처하게 될 때는 늘 그 순간에 떠오르는 직감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선택할 때였던 것 같아요.” <그린 랜턴>에 대한 그의 말이다. “제가 계약했을 때는 대본이 없었어요. 그냥 그림만 몇 장 있었죠.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다 해도 이건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레이놀즈의 명성 중 상당 부분은 연애를 통해 얻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약혼한 사이였던 앨라니스 모리셋, 그리고 그 뒤엔 스칼렛 요한슨이 나타났다. 그는 요한슨과 2008년에 결혼했다가 2010년에 이혼했다. 드라마 <가십걸>로 유명해진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그와 함께 <그린 랜턴>에 출연했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1년 후 그들은 비밀 결혼식을 치렀고 지금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레이놀즈가 ‘숲 속의 오두막’이라고 부르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와 함께 에 출연한 메리-루이스 파커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아내는 아름답고 다정해요. 둘은 참 잘 어울려요. 라이언에겐 살짝 시대에 뒤진 지미 스튜어트 같은 면이 있거든요. 그가 점잖은 사람이란 게 저절로 느껴져요.”

이런 로맨스는 그가 절대 떠벌리고 다니는 건 아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에 그는 거의 답하지 않는다. “그런 주제를 일부러 피하려는 건 아니에요. 만약 내게 내 연애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내 느낌을 정확히 설명하기엔 언어라는 게 참 부족해요. 인터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묘한 일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 걸 궁금해하는지는 이해해요. 하지만 개인적인 삶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걸 지켜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감정적으로는 거의 폭력에 가까운 일이에요.” 그가 피하려고 그렇게 애쓰던 타블로이드 지들에서 그와 요한슨의 이혼이 부검 당하는 꼴을 지켜보는 것은 특히나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가정생활이 대화의 주제로 떠오르자 그는 지금 상황을 진정 편안해한다는 느낌을 내비쳤다. 아버지가 된다는 걸 특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대가족을 이루고 싶어요. 우린 둘 다 대가족 속에서 자랐거든요. 우리 부모님은 넷을 낳았고, 블레이크 부모님은 다섯을 낳으셨어요. 미친 짓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해봐야 알 수 있겠죠, 안 그래요? 불 속을 걷는 일이겠지만 우린 행복하게 해낼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소중할 수 있다, 엉망진창인 채로 그냥 내버려둬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꿈꾸는, 아이들이 득시글거리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기가 자란 가족과는 달리 딸들도 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유전적으로 아들밖에 못 낳는 몸이 아닐까 생각하면 겁이 나요. 무시무시하죠. 과장이 아니라 정말인데, 제가 열 살 때쯤에는 이미 석고판을 설치할 줄 알았어요. 형들이랑 저는 어디에나 구멍을 뚫었으니까요. 우리 집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죠. 전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아요.”

레이놀즈는 가정에서는 즐거운 난장판을 기대하고 있지만, 직업적으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작년에는 이제껏 어떻게 해왔나, 지금은 어떻게 하려고 하나에 대해 아주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가 참치 타다키 샐러드를 뒤적이며 말한다. 몇 시간 후 <목소리들> 촬영장에서 열정적인 댄스 장면을 촬영할 힘을 내기 위해서다. 자전적인 영화 <페세폴리스>로 이름을 알린 전위적인 감독 사트라피가 내년에 내놓을 이 영화는 레이놀즈로선 분명 의외의 선택이다. “코미디 요소가 있는 심리 스릴러예요. 영화 홍보 문구론 좀 이상하죠. 제 캐릭터는 아주 여성적이에요. 성적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제 마음엔 들어요. 21세기를 위한 토니 퍼킨스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에고이안 감독의 영화 <퀸 오브 더 나이트>가 개봉하면 곧이어 <목소리들>이 개봉한다. 레이놀즈를 주연으로 선택한 에고이안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그를 고르다니 의외네요’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라이언은 환상적이고, 사람을 끄는 힘이 있고, 강력한 배우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언제나 진지한 배우였어요. 그처럼 투명하고 접근하기 쉬운 주연 배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 영화로 그는 자신이 배우로서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정의하게 될 것 같아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레이놀즈는 이렇게 말한다.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나, 내가 영화에서 시도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많이 해서 바지에 똥을 지릴 만큼 무서운 순간이 계속 찾아와요. 하지만 그래서 이게 놀랍고 즐거운 거예요. 영화를 완성하고서 스스로 신이 났다거나, 내 등을 두드려주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어쩌면 그래서 계속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그건 좋은 일이죠.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면이에요. 다른 사람처럼 저도 스스로에게 화를 낼 때가 많아요. 일할 때는 그게 엔진이 되어주지만, 안 좋을 때도 분명히 있어요.

스스로에게 자주 화를 내는 성격 때문에 생기는 건 엉뚱함이다. “블레이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 인터뷰 내내 ‘세상에 쇼 비즈니스 같은 비즈니스는 없어’란 노래만 몇 시간 동안 부를 거라고, 기자가 그걸 글자 그대로 싣는지 두고 볼 거라고요.” 그는 우리가 이야기했던 윌리엄 코츠윙클의 1974년 소설 <더 팬 맨>을 언급한다. 그와 제프 브리지스가 촬영장에서 번갈아가며 소리 내어 읽었던 소설이다. 소설의 한 챕터는 ‘얼간이dorky’이라는 한 단어로만 이루어져 있다. 천 번이 넘게 반복된다. 그 말을 듣고 그에게 이 인터뷰를 한 단어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갤러리에서 본 조각 중 하나의 제목을 떠올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단어 말고 문구로 할게요. ‘어네스트 보그나인의 항문’. 그런데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무슨 죄가 있다고? 엄청난 배우이자 훌륭한 인간인 그의 이름을 우리는 마구 끌어다 그의 항문을 포수 글러브에 비교하고 있네요. 작품들을 엄청나게 남긴 사람이죠. 몇 살까지 활동했더라, 아흔다섯 살이었나.” 아흔다섯 살까지 활동하고 싶느냐고 물었다. “내가 정말로 살아남고 싶은가? 네, 그런 것 같아요. 내가 가끔 겪는 실험처럼 미래에도 될 수 있다면, 그래요.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돌아오고, 그는 갤러리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다시 가요. 그 작품 판매하는 건가요? 가격표가 있었나?”

    포토그래퍼
    MARK SELIGER
    기타
    글/ 조나단 마일즈(Jonathan M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