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햇감자가 우르르 쏟아진다. 뭘 만들어 먹을까? <GQ>의 친구들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스페니시 오믈렛 몰타 섬에서 인생을 낭비하던 시절에 만난 스페인 친구들이 자주 해주던 감자 요리다. “또르띠야 드 파따따”라고 발음하던 그녀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여기엔 꼭 스페인 와인 마르케스 데 리스칼 비냐 콜라다를 곁들인다.
01 감자는 넓적하게 썰고, 양파는 채썰고, 달걀은 풀어 소금 간을 한다. 감자와 달걀의 비율은 1:1이 적당하다. 02 뚜껑이 있는 큰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감자를 튀기듯 굽는다. 양파를 추가해 볶는다. 기름을 한번 닦아내고 투명하게 볶은 감자와 양파 위에 달걀물을 붓는다. 뚜껑을 덮고 3분 정도 익힌다. 03 윗면이 몽글해졌다 싶으면 접시로 프라이팬을 덮고 통째로 뒤집는다. 빈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다시 두르고 반대 면도 마저 익힌다. 홍지원(와인 수입사 ‘길진 인터내셔날’ 대리)
관자 감자전 감자 자체의 맛을 순수하게 느낄 수 있는 요리가 바로 감자전이다. 가장자리를 바삭하게 구워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요즘 초여름밤의 공기 냄새를 맡을 때마다 친구를 불러 야외에서 감자전이나 부쳐 먹을까, 궁리 중이다. 쫀득하게 씹히는 관자살을 넣어 재미를 더하고 간장에 찍지 않고 바삭한 상태 그대로 먹는 걸 선호한다.
01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믹서에 넣고 입자가 약간 보일 정도로 갈아준다. 02 감자를 체에 밭치고 주걱으로 꾹 눌러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다진 관자살과 소금을 넣고 섞는다. 물기를 충분히 빼지 않으면 질척해져서 떡처럼 모양이 퍼진다. 소금간을 잘 맞춰 간장을 찍지 않아도 싱겁지 않게 한다. 03 가장자리가 바삭하도록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떠 넣어 노릇하게 부친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토마토 감자 치즈 구이 줄여서 ‘토감치’라고 마음대로 부르는 이 메뉴는 저녁상, 주안상, 주전부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천후 한 접시다. 혼수품 목록 상위에 올라 있었으면서 정작 전혀 쓸모없었던 광파 오븐을 활용할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토감치에 야구 중계와 슈웹스 스파클링 음료 한 병을 더하면 간소, 간편, 간단한 저녁 식사가 완성된다.
01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감자를 칩 모양으로 얇게 썬다. 허브 솔트,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둔다. 02 예열해둔 광파 오븐에 감자를 넣고 15~25분 정도 굽는다. 감자 두께에 따라 시간을 조정하고 젓가락으로 찔러 대충 익었을 때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핑거 푸드 모양처럼 예쁘게 올린다. 03 다시 오븐에 넣고 치즈가 다 녹을 때까지 2~3분 정도 둔다. 양현진(홍보대행사 ‘APR’ 차장)
감자 뇨끼 감자도, 수제비도 좋아하지 않아서 감자 뇨끼 역시 별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잘 으깬 감자의 식감과 맛에 매료됐다. 감자가 있다면 당장 뇨끼로 만들고 어떤 소스에 버무려 먹을까 고민에 빠질 것 같다. 녹인 버터에 버무려 치즈를 뿌려도 좋고, 잘게 썬 양파와 함께 토마토소스에 볶아도 좋다.
01 감자 4~5알을 푹 찐 후 껍질을 벗기고 잘 으깬다. 감자의 절반 정도의 밀가루와 달걀 한 개, 소금을 조금 넣고 섞는다. 02 엄지손가락 두께로 밀어 길죽한 반죽을 5~6개 만들고, 이걸 다시 손톱 크기 정도로 자른 후 포크로 살짝 눌렀다 뗀다. 모양이 아리송하면 인터넷에서 검색해본다. 03 물에 소금 한 수저를 넣고 뇨끼를 익힌다. 물 위로 떠오르면 건져서 찬물에 헹군다. 남은 뇨끼는 올리브 오일에 살짝 버무려 밀폐용기에 넣어둔다. 헨(만화가)
감자 그라탱 내가 만드는 이 요리를 정확히 그라탱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술 마신 다음 날이면 늘 느끼한 것이 당기는데, 그때 마침 삶아놓은 감자가 눈 앞에 보여 내 멋대로 만들기 시작한 요리다. 숙취 해소용 감자 요리랄까? 전날 밤의 카드 명세서를 옆에 두고 먹었던 기억들이 스친다.
01 삶은 감자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곱지 않게 으깬다. 02 냄비에 우유를 넣고 약한 불에 올려 우유가 데워지면 버터를 적당히 넣고 소금과 후추도 같이 녹인다. 여기에 양파나 파, 소시지, 새우, 빵 등등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넣고 으깨놓은 감자를 넣는다. 수분이 부족해 보이면 우유를 더 넣는다. 03 그라탱 용기에 모두 넣고 모짜렐라 치즈를 올린다.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넣고 돌려 적당히 익었을 법하면 꺼낸다. 김건우(DJ)
으깬 감자 일명 냉장고 싹슬이용 요리다. 싹이 올라오는 감자와, 열흘 전쯤 다져놓아 누래진 마늘과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베이컨으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요리다. 아이스크림처럼 담아서 스푼으로 떠 먹거나 빵과 함께 먹어도 좋다. 차게 식힌 샤도네이 한 잔을 곁들이면 저녁으로도 거뜬하다.
01 껍질 벗긴 감자를 깍둑썰기한 다음 끓는 물에 넣고 푹 삶는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다 익었으면 물을 따라내고 감자가 반절 정도 잠기도록 우유를 붓는다. 나무 숟가락으로 감자를 마구 으깨어둔다. 02 프라이팬에 버터 한 덩이와 다진 마늘, 다진 베이컨을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감자가 식기 전에 프라이팬에 넣고 다 같이 마구 저어준다. 03 약간의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추고 참 크래커나 얇게 썬 바게트 빵 위에 올려서 먹는다. 이정윤(<스타일닷컴> 에디터)
감자가 보이지 않는 감자 카레 나에게 감자는 그저 그런 채소의 한 종류일 뿐이다. 그 흔한 감자 튀김도 썩 좋아하지 않으니, 감자와는 영 안 맞는달까? 그럼에도 가장 좋아하는 요리인 카레에는 꼭 감자를 넣는다. 단, 거의 보이지 않게 잘게 갈아서 넣는다. 일명 감자 없는 감자 카레다. 유독 카레를 먹을 땐 맛에 집중해 많은 양을 먹는 편이라, 친구도 음악도 술도 필요 없다.
01 껍질 깎은 감자를 채를 치듯이 잘게 썰어 물에 넣고 삶는다. 다 익으면 꺼내 알갱이가 보이지 않게 믹서에 간다. 02 카레를 워낙 좋아해 평소 양파와 당근은 카레용으로 썬 뒤 볶아서 냉동실에 얼려둔다. 감자 삶은 물에 카레, 미리 손질해둔 채소, 토막 낸 쇠고기를 취향껏 넣고 은근한 불에 끓인다. 03 간 감자를 넣는다. 전분 덕에 약간 걸쭉한 느낌의 카레가 완성된다. 소면을 삶아 카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장준혁(이자카야 ‘아자쓰’ 대표)
씨겨자 알감자 샐러드알감자는 요리하기 편하고 먹기 편하고 보기에도 예쁜 식재료다. 이걸 홀그레인 머스터드에 버무려 간단히 샐러드로 만들면 집에서 만든 것 치고 썩 괜찮은 맥주 안주가 완성된다. 최근엔 마트에서도 양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내친 김에 차이브도 사서 모양을 낸다. 남은 건 다음 날 밥반찬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01 알감자 100그램 정도를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삶은 뒤 식혀둔다. 마늘 10개도 삶아서 식혀둔다. 02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알감자와 마늘을 넣어 색이 노릇해지도록 구워준다. 03 믹싱볼에 구운 알감자와 마늘을 넣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100그램을 더해 버무려준다. 올리브 오일을 적당히 두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쪽파보다 더 얇은 허브인 차이브를 짧게 썰어 고명으로 흩뿌려준다. 남호복 (셰프)
통감자 오븐구이 룸메이트이자 술친구인 남편이 유독 감자를 좋아해 이맘때는 통감자 오븐 구이를 안주로 자주 만든다. 작년엔 김제 감자를 주문했고, 올해는 보성 회천 감자 한 박스를 주문했다.
01 감자 가운데에 길게 칼집을 내 찐다. 전자레인지는 10분 정도, 찜기는 15분 정도 조리한다. 02 감자 속에 넣을 재료를 준비한다. 샬롯, 그라노 파다노 치즈, 살라미나 초리조 등을 잘게 썬다. 베이컨이나 스팸을 써도 괜찮다. 알갱이가 굵으면 감자보다 속 재료 맛이 두드러질 수 있고 너무 작으면 식감을 느낄 수 없어 심심하다. 03 감자 속에 실온에서 녹인 버터를 발라준다. 에쉬레나 이즈니 버터를 아끼지 않고 쓴다. 풍미가 다르다. 프랑스 요리책에는 요리하다 망쳤을 때 버터를 더 넣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칼집 사이에 준비한 속 재료를 적당히 얹고 오븐에 20분 정도 굽는다. 접시에 올린 뒤 감자 위에 사워크림을 듬뿍 뿌리고 파슬리를 툭툭 치면 끝. 이영지(<럭셔리> 에디터)
동그란 감자 튀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여고 앞에서 문방구를 했다. 그때 하교 시간에 맞춰 감자 튀김을 만들어 팔았는데, 문방구 문짝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어머니를 도와 큰 대야 두 개에 날마다 20킬로그램 정도 되는 감자를 갈았던 기억이 난다. 대충 35년 전 일이니까, 지금 말하는 감자 튀김과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공 모양, 아니 달걀 모양, 아니 초란 모양 감자 튀김이었다.
01 감자 두 알을 강판에 간다. 믹서보단 강판에 갈아야 물기가 적어 튀기기 좋다 02 양파 반쪽은 볶음밥용처럼 작은 사각 모양으로 썰고, 당근은 조금 더 잘게 썰어 감자와 섞는다. 당근은 색 내기용이다. 아주 조금만 넣는다. 03 감자를 떠서 기름에 튀긴다. 숟가락 반 정도 양으로 반죽을 뜨고, 다른 숟가락으로 이걸 굴리듯이 떨어뜨린다. 김경희(주부)
11 포테이토 무스 재료가 몇 가지 필요하긴 하지만, 굽고 지지는 요리 못하는 남자들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 동그랗게 떠서 접시에 올리면 셔벗이나 무스처럼 보여 근사한 기분까지 즐길 수 있다. 감자도 섹시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리다. 아름다운 여자와 프로세코 와인이 눈 앞에 있다면 누구든 도전해야 할 기본적인 요리이기도 하다.
01 껍질 깐 감자를 소금을 살짝 넣은 물에 삶는다. 부드럽게 푹 익었을 때 건져 으깬다. 02 믹서에 으깬 감자를 넣고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치즈를 취향껏 더한 다음 곱게 간다. 03 흰 후추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로 간을 한 다음 한 번 더 갈아준다. 완성된 감자 무스는 동그랗게 떠서 그릇에 올린 뒤 블랙 트러플 가루를 솔솔 끼얹는다. 광택을 더 내고 싶을 땐 올리브 오일을 한 번 더 뿌려준다. 파올로 콜라비니(레스토랑 ‘비트윈’ 셰프)
문어 감자 샐러드 여행을 가면 닥치는 대로 요리책을 사서 마음에 드는 몇 장을 뜯어 냉장고에 붙여둔다. 그중 하나가 제이미 올리버보다 더 대충 요리해도 그럴싸한 모양이 나오는 감자 문어 샐러드다. 자숙 문어만 사오면 집에 있는 재료로 뚝딱 만들 수 있다. 배고플 때나, 뭘 해 먹을지 떠오르지 않을 때 냉장고에 붙여둔 이 레시피를 보고 이마를 친다.
01 껍질을 벗겨 삶은 감자를 포크에 두세 덩어리가 올라갈 크기로 잘게 썬다. 02 문어를 데친 뒤 빨판 모양이 활짝 핀 꽃처럼 보이도록 썬다. 주로 마트에서 자숙 문어를 조금 사오는 것으로 이 과정을 대신한다. 비싼 식재료이기 때문에 먹을 만큼 조금만 산다. 03 감자와 문어를 큰 볼에 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바질도 손으로 찢어 넣는다. 레몬을 한번 짜고 올리브 오일을 흩뿌린다. 손기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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