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브로디는 향수 대신 데오도란트를 쓰고, SNS는 하지 않으며, 핏불과 닥스훈트와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영화광이자 독서광인 데다 서핑과 스케이트의 달인이며,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도넛과 컵케이크 혹은 쿠키를 매일 먹지만 많이 먹진 않는다.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맥주나 얼음 넣은 위스키 한 잔으로 기분을 낸다.
영화 <러브레이스>나 <방황하는 소녀들>로 아담 브로디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를 제대로 알린 건 미국 드라마 의 흥행 덕이다. 하지만 아담은 사실 파파라치 컷에서 누구의 연인이거나 특출나게 길쭉한 바지 실루엣과 반스 어센틱 스니커즈를 다시 유행시킨 걸로 훨씬 유명해졌다. 몇 개월 전 배우 레이톤 미스터와의 비밀 결혼 역시 큰 이슈가 됐다. 아내의 영화 촬영으로 몇 개월 동안 뉴욕에 머물고 있는 아담 브로디를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는 소매가 뜯긴 티셔츠에 반바지, 플립플롭 차림으로 고요하게 등장했다. 다갈색 눈이 반짝이며 깜박이는 걸 보면서도 이 사람이 진짜 아담 브로디인가 멈칫할 정도로, 그는 평범했다. 아담 브로디는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모든 촬영 중 가장 부드럽게 진행된 이번 화보 촬영에 감탄했다. 특히 분홍색 배경이 제일 마음에 들어서 촬영 중간에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전송 실패 메시지가 떴다고 말하면서 소년처럼 웃었다. 눈썹을 움직이며 말하는 아담 특유의 눈짓이나 다정하고 편안한 말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대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난기는 덜했고, 영화나 책 이야기를 꺼낼 땐 꽤 진지했다. 아담은 뉴욕에 오기 전 파리에서 윗 스틸만 감독과 촬영한 파일럿 <더 코스모폴리탄>이 곧 아마존에서 방영할 예정이고, FX 채널의 <더 리그>의 에피소드 한 편의 촬영도 마쳤다고 얘기했다.
뭔가 피곤해 보이는데, 어젯밤엔 뭘 했나? 한 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초췌해 보이나? 다크서클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더 배우처럼 보이지는 않고?
예민한 성격은 아닌가 보다. 사진 촬영은 편하다. 사진 촬영의 결과는 대개 사진가가 결정하니까. 모델이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결국 어떤 걸 포착하느냐는 사진가한테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기할 땐 좀 다르다. 내 연기 때문에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람들은 당신의 바지 실루엣이 특히 끝내준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많은 블로그에서 당신이 입은 바지의 핏에 관해 분석하고,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운동화를 신었는지 이야기한다는 걸 알고 있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실루엣이 끝내준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난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서핑을 하며 컸다. 전형적인 남부 캘리포니아 스케이터, 서퍼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팔다리가 길어졌을까. 실제로 팔이 지나치게 길고, 팔꿈치는 뾰족하다. 쇼핑할 때, 셔츠와 재킷을 고르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어떤 옷이든 팔꿈치 부분에 구멍이 자주 난다. 난 옷을 좋아하지만 유행을 따르진 않는다. 늘 고만고만한 옷들, 비슷한 종류의 옷만 사는 것 같다.
그런 옷은 주로 어디서 사나? RRL이나 프리맨스 클럽에 자주 가고, 유니스도 좋아한다. 며칠 전에 거기서 바지를 하나…아니 두 벌 샀다. 스티븐 알란도 종종 가는데, 거기 옷들이 내 몸에 잘 맞는 거 같다. 듀안 리드 슈퍼마켓에서 헤인즈 티셔츠를 사기도 하고. 암튼 뭘 하나 사면, 최소 5년 이상 입는다.
잡지나 컬렉션을 보며 쇼핑하는 건? 뭐 별로. 주변에 <지큐>나 <디테일>이 눈에 띄면 들춰보는 정도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다루는 잡지가 좋다. <서퍼스 저널>를 보며 자라서 그런지 서핑 잡지를 특히 좋아한다. <서퍼스 저널>은 서핑계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퍼스 저널>이나 <서퍼>는 자주 본다. 어릴 땐 비싸서 잘 못 사봤지만.
샌디에이고에서 서핑하며 자란다는 게 어떤 건지 쉽게 상상이 안 된다. 난 안정적이고 안전한 가정에서 자랐다. 집안에서 언어로라도 폭력적인 걸 목격하거나 부모와의 심한 갈등, 이기적인 어떤 행동 같은 걸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어릴 때 아버지와 갈등이 좀 있었지만, 보통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수준이었다. 유대교 집안이긴 한데, 하누카보다 크리스마스를 지낼 정도로 철저하게 유대교 전통을 지키는 편도 아니었다. 샌디에이고 교외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란성쌍둥이 남동생들과 서핑하러 해변에 자주 놀러 다녔다.
동생이 쌍둥이? 이란성 남자 쌍둥이다. 남자 셋인 집안 치고 크게 말썽을 부리거나 엄청나게 시끄럽지 않았다. 이란성이라 둘이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그 둘은 지금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로버트스포트에서 서핑 리조트 퀘푼하Kwepunha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2주 동안 부모님과 아내하고 함께 다녀왔는데, 서핑하기엔 진짜 최적의 장소다. 정말 아름다운 파도가 있는 곳이다.
서핑 외의 시간은 주로 뭘 하며 지냈나? 언젠가 <나 홀로 집에>를 봤는데, 그 후로 맥컬리 컬킨이 되길 간절히 원했다. 그때부터 어린 마음에 막연히 맥컬리 컬킨처럼 연기해보고 싶다는 꿈도 꿨던 것 같다. 리버 피닉스도 엄청 좋아했다. 열 살쯤인가 리버 피닉스처럼 보이고 싶어서 머리도 따라 해봤다. 어릴 때부터 영화와 책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좀 더 빨리 읽고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빠르게 많이 읽는 건 참 어렵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뭔가?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의 책을 다 읽어야 속이 시원하다. 최근 아버지와 함께 북클럽에 가입했는데, 거기서 읽은 게 토머스 제퍼슨 책이다. 그리고 노먼 메일러의 <고대의 저녁>도 재미있었다. 800페이지 분량인데, 한 이틀 정도 고대 이집트에서 산 기분을 느꼈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돈 드릴로 소설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난 최근에야 접하게 됐다. 그의 책 <화이트 노이즈>에 완전히 빠졌다. 그런데 <화이트 노이즈> 외에 돈 드릴로의 다른 책은 읽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자서전도 샀구나. 원자폭탄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지금도 읽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세상의 모든 작가는 꼭 죽음을 다룬다. 난 그걸 다루는 각각의 방식에 흥미를 느낀다.
죽음이라고? 죽음에 집착하는 편이다. 병적으로. 죽음만 생각하며 암울한 기분으로 산다는 말이 아니라 죽음에 관한 유머나 나이가 드는 것에 관한 두려움이 있는 정도랄까. 솔직히 난 지금 내 나이가 좋다. 나이마다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일흔둘이 되는 게 기대되진 않는다.
배우로서는 나이가 드는 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창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액션물은 별로 없다. 지금 내 나이는 로버트 드 니로가 <택시 드라이버>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많다. 나는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하지도 않았고, 어떤 큰 성공 없이 중간쯤의 인지도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몇천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는 영화배우가 될 거 같진 않다. 그렇지만 그게 부끄럽지도 않다. 난 그저 영화의 팬이고, 또 영화 제작자들의 팬이며 그들을 모두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나 역시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링컨을, 메릴 스트립이 마거릿 대처를 연기한 걸 보면서 과연 내가 그들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카멜레온처럼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난 실용적인 접근을 좋아한다. 1700년대 사극에서 영국식 억양으로 연기를 할 순 있지만, 완벽하게 영국인이 되는 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호아킨 피닉스. 그가 영화를 선택하는 방식이나 연기의 톤, 모두가 맘에 든다.
최근에 본 영화는 무엇인가? 로맨틱 코미디 <오브비어스 차일드>와 코엔 형제풍의 스릴러 영화 <블루 루인>이 볼 만했다. <설국열차>도 진짜 재미있었고. 1950년대 후반 영화 <콰이강의 다리>, <하바나의 사나이>도 아주 최근에 봤다.
차에서 주로 듣는 음악은? NPR 라디오.
좋아하는 양말 색은? 검정색. 최근에 빨간색 양말을 몇 켤레 샀다. 좀 얇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건 드레스 슈즈에만 어울리니까. 색깔이 예쁘면서 더 두꺼운 스포츠 양말은 왜 잘 없을까.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없다. 게임 안 한다.
한 켤레의 운동화만 신을 수 있다면 뭘 신겠나? 반스도 좋고 아디다스도 좋지만, 지금은 나이키 프리런을 즐겨 신는다. 내 휴대전화보다도 가벼워서.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운동화만 신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난 구두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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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나나,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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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장현@BRYDGES MACKIN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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