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집은 점점 좁아지고, 가구는 점점 작아진다. 하지만 욕망은 쉽게 줄어드는 법이 없다. 줄일 수 없다면 정리해야 한다.
잡동사니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섞지 않는다. 메모리카드와 휴대용 USB는 섞을 수 있다. 어디에든 집어넣어 보기 좋게 치우는 건 ‘정돈’이다. ‘정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품목보다 계열이 중요한 건 주로 크기가 작은 물건들이다. 가위와 칼은 품목은 달라도 계열이 같고, 함께 두는 게 효과적이다. 부피가 비슷한 물건끼리 모여 있으면 때 찾기 쉬운 것도 당연하다. USB 케이블은 오디오 케이블, HDMI 케이블과 함께 두는 게 낫다. 작은 물건을 수납하기에 무지의 PP폴리프로필렌 서랍만큼 좋은 것도 없다. 투명한 소재여서 속이 잘 보이고, 작은 서랍부터 큰 서랍까지 조합해서 적층하는 구조라 용도에 맞게 쓸 수 있다. 어떤 서랍은 칸막이가 나뉘어 있는데, 작은 물건을 찾을 때의 수고도 덜어주고, 계열화할 만큼 수량이 많지 않은 품목을 보관하기에도 적당하다.
대안 ‘사무용’보다는 ‘공업용’ 제품이 더욱 저렴하고 일상에서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12~20칸 공업용 부품 서랍을 최저가 1만~1만3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투명한 플라스틱에 칸마다 이름표만 달려 있는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디자인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외려 선호할 것이다. 아예 외장 케이스조차 없는 서랍은 더욱 저렴하다. 적•황•청•회색 네 종류 중에서 선택 가능한 깊이 16센티미터의 서랍 10개가 최저가 6천원대다.
GQ POINT 잘 버려야 한다. 뭘 잘 못 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럴 수 있다. 다만 뭔가를 덜어내려는 노력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정리는 자기 정당화가 아닌 자기비판적인 질문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구축하는 것이다.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으로 정리 신드롬을 일으킨 곤도 마리에가 제시하는 기준은 ‘이 물건이 나를 설레이게 하는가’다. 고장난 불펜이어도 설레게 한다면 버리지 않는다. 다만 “설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반드시 직접 만지는 것이 포인트다. 두 손으로 하나하나 대화하듯이 만져야 한다”는 주장은 그녀의 책을 만져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
- 에디터
- 정우영
- 일러스트
- 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