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샤이니의 이름으로 – 종현

2016.09.26유지성

수트와 셔츠와 타이는 모두 바톤 권오수.

“이건 자신해요. 제 음악은 제 음악이에요. 누가 들어도. 누구와 비슷한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걸 아예 못 만들어요.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대중적인 초점을 잡아내는 능력 자체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정답이고, 그래야 가장 예술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2015년 12월호 ‘GQ AWARDS’에 종현을 ‘올해의 가수’로 뽑았어요. 봤어요. 감사합니다. 첫 솔로작이라 불안했는데, 좋은 피드백이 많아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어요. 자존감이란 게 개인적 감정이잖아요. 그런데도 외부 요소가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예술하는 사람 입장에서.

종현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365일 언제나 자신감에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은 아니고요. 누군가에 대한 열등감으로 더 에너제틱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걸로 극복해내려 하는 편이죠.

가장 자존감이 높은 시기라면요? 잘하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이 솟아요. 그리고 거기서 온 영감으로 뭔가 만들어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죠. 물론 항상 최고의 작품이 나오면 좋겠지만, 시스템 상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내 기준점 이상의 어떤 작품이 나왔을 때.

종현의 재킷과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바톤 권오수. 온유의 재킷과 셔츠는 모두 발렌시아가.

그 기준점은 몇 점인가요? 70점. 저한테 굉장히 짠 편이라, 개인적 점수라도 높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해요. 나태해진 건가?, 싶어서. 제 음반이 1백점 짜리란 생각이 든 적은 없어요. 대신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나 트랙 리스트 같은 부분에 여러 계산이 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지게 하려고 노력하죠.

지금까지 세 장의 음반을 냈어요. 충분히 토의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거기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어요. 대중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토의가 되는 작품이 훨씬 예술적이라고 생각해요. 듣는 사람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지는 게 결국 예술적인 작품이라 보거든요. 그런 걸 만들려고 항상 노력하고.

재킷과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바톤 권오수.

‘GQ AWARDS’를 쓸 때는, 그 음반이 한 번 더 토의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맘에 가까웠어요. 아이돌이라는 배경은 함량과 별개로 내용을 덮어버리곤 하니까. 대한민국에서 아이돌이라는 플랫폼 안에 있다는 건 상당히 여러 의미가 있죠. 일단 첫 째로는 운이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걸 캐치한 사람들? 준비된 사람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의 눈엔 그저 시기를 잘 탄 애들일 뿐일 수 있죠. 반감은 없어요. 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올해 나온 정규 1집 < 좋아 >는 < BASE >의 확장판 같이 들렸어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음반도 좋지만, 책 넘기듯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가사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분위기나 여타 부분에서 계속 접점이 있는. 그게 최우선이었죠. 그리고 거기에 콘셉트를 하나 더했어요. 바로 < BASE >의 확장판. < BASE >처럼 내 음악 색을 많이 보여주면서, 한 명의 남자를 연기하자. < 좋아 >에 이별 노래가 없는 게 그 콘셉트 때문이에요. 사랑에 빠지고, 극적으로 연애하다 결실을 맺는 내용을 담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트랙 리스트를 굉장히 많이 고민했죠.

러닝 톱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숍.

특히 구성이 비슷하죠. ‘팝’적인 노래로 시작한 뒤 두 음반 모두 디즈의 곡(‘NEON’과 ‘AURORA’)을 절정에 배치했어요. 그리고 < BASE >에선 그 유명한 언더독스, < 좋아 >에선 브라이언 마이클 콕스의 참여작이 후반부를 열죠. 다소 전형적이지만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노래. 기승전결에 대한 계획을 되게 많이 해요. 빡빡하게. 그런데 저, 일할 때만 그래요. 그 외적인 부분은 되게 헐렁하죠. 일할 때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착하는 편이에요. 예술가들은 다 편집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것 같고.

집중하다 헐렁하게 빠져나올 때의 기분이라면요? 이질감은 없어요. 전 평생 이렇게 살았으니까.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제가 항상 너무 날카로워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드는 캐릭터?

러닝톱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숍.

그렇게 공동 작업에선 주로 어떤 부분을 맡나요? 초기에 낸 노래들은 트랙까지 제가 다 만든 곡이 많아요. 요즘은 멜로디 라인을 쓰거나 전체 프로듀싱을 더 많이 해요. 짧게 스케치한 뉘앙스를 공유한 다음, 이 곡 을 빌드 업 시켜볼까요?, 같은 식이죠. 프로듀싱 욕심이 커요. 이 곡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기준은 제가 잡고 있어야 해요. 사실 저는 다 기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무대도, 사람을 만날 때도, 누구와 같이 음악을 만들 때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작업하다 보면 시너지가 나고 에너지가 폭발하게 되는 거죠.

인터뷰도 기 싸움인가요? 네. 근데 꼭 이기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이만큼 에너지를 뿜었을 때, 상대도 긴장하고 멋진 걸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믿어요. 예쁜 기를 뿜는 거죠.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엄청 집중해요. 단어 선택도 정확하고. 평소엔 이렇게 사전적 단어를 많이 쓰진 않아요.

키의 셔츠는 구찌. 종현의 러닝톱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숍.

자주 쓰는 공식적 표현이 있나요? 물리적인. 물리적 여건이 가능한 선에서, 같은 말을 많이 해요. 여러 의미가 있잖아요. 단순히 마음과 동떨어진 뭔가일 수도 있고, 시간과 관련된 얘기일 수도 있고. 예를 들어 “샤이니는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면 항상 함께 있을 겁니다”라고 답해요. 갑자기 한 명이 이민을 간다든가 하면 그 순간엔 어쨌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거니까요.

물리적 방해만 없으면 자신 있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자신을 확실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는 게. 아까 말했듯 사람들은 제가 자존감이 높을 거라 짐작하지만 전 열등감도 커요. 심지어 연습생 때 크리스 브라운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너무 멀지 않나요? 멀죠. 하지만 자존감이 있으니까 열등감도 느낄 수 있어요. 크리스 브라운은 내 나이에 데뷔해서 이미 대단한 걸 했는데 난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연습했어요.

온유의 금색 블루종은 캘빈 클라인 컬렉션. 종현의 톱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숍.

가장 큰 열등감을 선물한 사람은 누구예요? 가족요. 저희 어머니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중학교 때 대학교를 다니셨어요. 내가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정신 차려야 된다는 자극을 계속 주셨어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저한테 화를 낸 적도 없어요. 제가 검정고시를 봤거든요. 고등학교 자퇴할 때 어머니를 설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저를 믿었대요. 나에 대한 큰 믿음을 가진 첫 번째 순간.

어떻게 설득했어요? 그냥 학교 다니기 싫어, 음악할 거야, 가 아니라 자퇴를 하는 이유와 이후에 뭘 할지를 정말 다 적어갔어요. 그때가 고 1이었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다 종현이 말리라고 하는데, 엄마는 날 믿어줬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저한테 가르쳐준 것들,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방법 같은 것들을 제가 그대로 실행해서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요.

톱은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숍.

열일곱 살의 종현도 이미 계획적인 사람이었나요? 미래에 대한 거라면요. 몇 살에 결혼하고, 몇 살에 졸업하고. 전 제가 스물두 살에 결혼할 줄 알았어요.

정규 음반 < 좋아 >로 한 챕터가 마무리됐다는 인상이에요. 거기엔 미래에 대한 굉장히 많은 단서가 있고요. 지금 제일 관심 있는 건 뭔가요? 공연이요. 무대에서 주고받는 에너지. 요즘은 제가 공연에서 차지할 만한 포지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오프닝 음악이든 영상이든 내 아이디어를 이용해 공연에서 파생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샤이니 하면 곧장 무대가 생각나지만 종현은 무대보단 음반이 먼저 떠올라요. 맞아요. 그래서 < 좋아 >에 댄서블한 노래가 많아요. ‘이 곡은 어떤 무대장치가 가능하겠다’ 같은 계산을 하면서 곡을 썼죠. 그전에 소품집 < 이야기 Op.1 >으로도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감정도 좋아해요. 앞으로도 소품집은 정규 음반과 별개로 계속 나올 거예요. 제 음악의 큰 줄기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는 시기. 많이 해야죠. 일하는 거 아직은 안 지겨워서.

레오퍼드 재킷은 김서룡.

지겨워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때 가봐야 알겠죠.

하기 싫은 일도 잘하는 사람일 것 같은데요? 맞아요. 하기 싫어도 다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일해요.

6년 전 < GQ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제 욕심은 2000년 이전의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지금 음악은 음악도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 말은 아직 유효한가요? 물론이죠. 사실 그때는 어려서 꼭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말의 요지는, 지금 나온 음악도 충분히 훌륭한데 악기와 플랫폼이 변했다고 음악이 아니라 표현하는 건 안타깝다는 거예요. 당시엔 인정받고 싶다고 얘기 했지만, 지금은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인드네요. 이것도 아름답다는….

더 커졌네요. 종현 씨. 거만해진 것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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