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홍종현의 모험

2018.09.01GQ

홍종현은 하고 싶은 걸 좇는다. 그 마음을 늦추지 않는다.

블랙 셔츠, 벨벳 수트,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블랙 로브, 라펠라. 팬츠, 김서룡 옴므. 민소매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브라운 실크 셔츠, 비욘드클로젯. 블랙 팬츠, 디올 옴므. 반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블랙 로브, 라펠라. 팬츠, 김서룡 옴므. 민소매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보기 좋게 탔네요. 태닝도 했는데, 얼마 전 계곡에 놀러 갔다 와서 더 탄 것 같아요. 반려견 진이랑 실컷 물놀이했어요. 덕택에 더운 것도 좀 잊고.

어떤 날씨 좋아해요?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딱 그 시기. 그땐 뭘 해도 좋아요.

보통 그때쯤 멜랑콜리해지지 않나요? 많이들 그런다던데, 전 계절 안 타요.

감정 기복이 적나요? 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요.

출연한 프로그램들을 보면,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표정에 큰 동요가 없고,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말을 하기보단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친구들 사이에도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항상 후자예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전 제 얘길 잘 안 해요.

왜 본인 이야기를 안 해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곧잘 하는데 고민은 얘기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혼자 고민해서 결정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엔 물어보고 남들의 의견을 따라본 적도 있었는데, 이젠 제가 절 알아요. 어쨌든, 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걸요.

이를테면 어떤 걸요? 작품 선택 같은 문제부터 이 디자이너 신발을 살까, 저 신발을 살까 하는 문제까지. 결국엔 내 선택이고 내 인생이니까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찾아야 후회가 없잖아요. 반대의 경우도요.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절대 오지랖 부리지 않아요. 또래보다 일을 일찍 시작해서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물어보는 친구가 많거든요.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가 많다는 건 그만큼 믿음직한 친구라는 거죠. 하하. 저 입 진짜 무거워요. 남 얘기를 안 하고, 내가 아는 비밀을 누가 말하면 모른 척해요.

친구가 많죠. ‘홍종현’ 하면 생각나는 연예인 친구도 여럿이고요. 어릴 때 친구들도 많아요. 제가 소개시켜줘서 교집합도 있죠. 친구들과 있는 걸 좋아해서, 혼자 여행도 가본 적 없을 정도예요.

어떤 성향과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한테 끌려요? 일이든 취향이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원하는 게 확고한 사람을 좋아해요. “이거랑 저거 중에 뭐가 나아?” 했을 때, “둘 다 비슷해”가 아니라 “이게 더 나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요. 제 친구들은 그런 사람이 많아요. 고집도 부리고, 원하는 걸 놓지 않아야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보단 자기 스스로 하는 생각들. 그런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홍종현도 호불호가 뚜렷해 보여요. 맞아요. 저도 ‘모 아니면 도’거든요.

제일 싫어하는 건 어떤 거예요?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사람. 예전에 한 친구가 서버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굉장히 실망한 적이 있어요.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상대를 대하는 걸 보면, 어떤 사람인지 보여요. 동물한테도요.

동물을 좋아하죠? 어떤 점이 좋아요? 살아 있다는 걸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거. 말이 안 통하는 대신 표현해요. 몸으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주인의 상태를 정말 잘 알아채요. 울고 있으면 진이가 곁에 꼭 붙어요. 그런 게 좋아요.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생명과,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거. 식물도 많이 키우는데, 식물은 제가 돌보지만 동물은 달라요. 제가 걔네 집에 사는 기분이죠.

진이한테 이런저런 얘기도 해요? 그럼요. 바보같이 혼자 떠들죠. 아까 남한테 고민을 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진이는 제 비밀을 제일 많이 아는 친구예요.

항상 많은 친구에 둘러싸여 있는데 정작 본인 속은 모르겠는, 그런 사람 같아요. 저 그런 말 되게 많이 들어요. “알다가도 모르겠다”나 “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같은 말. 어렸을 땐 조용하고 없는 것 같은 아이였는데, 사람은 잘 안 변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장점으로 겁이 없는 걸 꼽았어요. 여전히 그런가요? 지금도요. 겁이 진짜 없어요.

겁이 없는 홍종현이 제일 겁내는 건 뭐예요? 음…. 저는 정이 많아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차나 오토바이한테도 정이 들거든요. 그래서 가장 무서운 상황은 소중한 무언가와 이별하는 거예요.

사랑이 꼭 필요한 사람이네요. 네, 사랑은 계속해야 해요. 가족, 친구, 연인, 반려동물, 대상이 누구든. 전 받기보다는 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거든요. ‘이걸 주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만으로 기뻐져요.

또 어떤 게 중요해요?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뭔가를 보면 일단 해봐요. RC카, 필름 카메라, 요즘엔 보컬 수업 받아요. 차랑 오토바이는 오래된 취미인데, 차를 좋아한다고 하면 속도광인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데 전 무작정 달리는 건 싫어요. 전 그냥, 조종하면서 코스 타는 걸 즐기는 거예요. 기계를 내 수족처럼 조작하는 쾌감은 엄청나요.

집 물건이 고장 나도 혼자 뜯어 고칠 것 같네요. 일단 뜯어봐요. 어젠 세면대 구멍으로 귀고리가 빠져서 혼자 배관을 뜯어서 꺼냈어요. 그 김에 청소도 하고. 초등학생 때부터 공구통 가져다 네발자전거를 두발자전거로 만들었죠. 레고, RC카 조립 같은 것도 좋아해요. 아무 생각 없이 오직 그거에만 몰입할 수 있으니까. ‘아, 스트레스 받는다’ 싶은 순간이 오면, 밤새 조립해요. 이런 혼자 있는 시간도 좀 필요해요. 친구들 여행 가는 거 보면 또 다 같이 놀고 싶지만.

한 방송에서 규슈에 갔을 때 “여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좋겠다”더니 실제로 다녀왔죠?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요. 친구들과 부산항에서 오토바이 싣고 시모노세키항으로 갔어요. “오늘은 산길을 달리자!” 하면 산을 타고, “카레 먹자!” 하면 카레 먹고, 피곤해지면 근처 에어비엔비 잡아서 자고.

지금 가고 싶은 여행지는요? 아프리카. 편한 여행보다 좀 고생스럽고 힘든 여행을 좋아해요. 알프스도 등반하고 싶고, 북극도 가고 싶네요.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네요. 중학생 때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나는 나중에 커서 월급쟁이는 안 할 거야. 힘들어도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장래희망도 그거였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다 하면서 살기’. 직업이 됐든, 여행이 됐든, 사는 게 됐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다 하면서 사는 게 아직도 제 꿈이에요.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나요? 아직 성에 안 차긴 하는데, 그런 셈이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불쑥 가고, RC카 조립하면서. 하하. 그리고 전 연기가 너무 좋은 게, 수많은 캐릭터가 되어서 저라면 못 할 이런 저런 말도 해보고, 화냈다가 웃었다가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잖아요. 꿈의 직업인 거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도 벌고, 사랑도 받고. 늘 감사히 생각해요.

배우를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요? 한 가지만 하진 않았을 거예요. 가게를 차렸으려나. 수의사나 사육사도 재미있게 했겠네요. 아무튼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은 안 했을 거예요.

모델 경력까지 하면 어느덧 데뷔 11년 차예요. 예전엔 조급한 마음이 든다는 말도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슬럼프가 있던 시기는 지났고, 요즘은 모든 게 좋아요.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졌어요.

최근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의 순정적인 왕린과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의 악랄한 왕요는 양극단에 있는 캐릭터였죠. 배우 홍종현의 전환점이 됐을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엄청난 욕심이 읽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할들에선 이전과는 다른, 날선 야심이 보였어요. 왕요는, 여태 그렇게 나쁜 캐릭터를 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안쓰러운 면이 있어서 진폭을 크게 가져갈 수 있어 풍성하게 보였던 것 같아요.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남에게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이라 노력해야 했지만 재미있었죠. 왕린은 같은 왕족이지만 성향이 정반대라 흥미로웠어요. “같은 사람이었어요?”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정말 좋았죠. 확실히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아요. 내년에 군대를 갈 계획인데, 다녀와서는 더 욕심을 내보려고요. 기대중이에요.

30대가 어떤 면에서 기대돼요? 맡을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것도 더 많아질 것 같아요. 폭이 넓어진달까. 새롭고 재미난 일이 많을 것 같단 생각?

‘재미’가 제일이네요. 그렇죠. 재미있고 즐거워야 열정적으로 하니까. 뭘 하든 좋아하는 것만 못 하니까. 지금 찍는 드라마 <절대 그이>에서 맡은 ‘마왕준’도 되게 재미있어요. 연예인 역할인데 톡톡 튀는 캐릭터라 별명이 ‘마왕나니’예요.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스타일. 여태까지 맡아본 적 없는 부류죠. 주로 담백한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마구 발산하는 역할을 맡으니까 신나요. 다양한 스타일 시도도 하고 있죠.

홍종현이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캐릭터를 맡는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박해서, 별거 아닌 거에도 활짝 웃는 시골 청년. 여태까지 했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나름대로 어울리지 않나요?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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