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유행과 패션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 10.
1 Kiko Kostadinov @kikokostadinov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가장 동시대적인 디자이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열여섯 살에 가족과 함께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다니며 에롤슨 휴 Errolson Hugh와 에이터 스룹 Aitor Throup 밑에서 인턴십을 마쳤다. 키코의 성공은 이미 그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졸업도 하기 전에 스투시와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고, 영국패션협회의 뉴젠 수상자로 선정됐으니까. 2016년에는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했다. 그의 장기는 독특한 커팅과 구조적인 재단으로 완성한 워크웨어. 아식스와 협업한 젤 버즈 스니커즈와 그가 디렉팅하는 매킨토시 컬렉션도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왼쪽부터|Takeoff @yrntakeoff, Offset @offsetyrn, Quavo @quavohuncho
2 Migos @migos
화려한 래퍼 패션의 현재형이 궁금하다면 미고스를 보면 된다. 구찌나 생 로랑부터 아미리, 팜앤젤스 같은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이들의 스타일에는 경계가 없다. 미고스는 쿠에보와 테이크오프, 오프셋이 2009년 결성한 3인조 힙합 그룹. 2013년 첫 번째 커머셜 데뷔 싱글 ‘Versace’가 큰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을 조합해 세련된 ‘머니 스웨그’를 보여준다. 올해 멧 갈라에 베르사체를 맞춰 입고 등장한 것이야말로 필연적이고.
3 Alexandre Arnault @alexandrearnault
리모와는 2016년 LVMH 그룹에 인수되고 나서 눈에 띄게 젊어졌다. 그 뒤에는 LVMH 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새로운 CEO 알렉산드르 아르노가 있다. 우리 나이로 스물일곱밖에 안 된 젊은 청년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CEO가 된 걸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브랜드의 전략과 방향성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펜디와 협업한 트렁크를 선보이며 리모와에 트렌디한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리고 올해 4월엔 슈프림과의 협업을 터뜨렸다. 이 가방은 온라인에서 16초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2019 S/S 컬렉션에는 오프화이트, 루이 비통과 새로운 협업 제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선보인 모든 프로젝트가 혁신적이었다. 알렉산드르 아르노는 자신이 재벌가의 꽃같은 도련님이 아님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4 Matthew Henson @henson
에이셉 라키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그룹 AWGE의 패션 디렉터. 에이셉 라키가 지금과 같은 패셔니스타로 군림하게 된 데는 매튜 헨슨의 공이 컸다. 매거진 <콤플렉스>의 에디터였던 그는 2012년 촬영장에서 에이셉 라키를 처음 만났다. 라키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던 그는 창고가 가득 찰 만큼 방대한 양의 옷을 준비했고, 그때부터 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매튜 헨슨은 2016년 매거진에서 독립해 지금 가장 잘나가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 되었다.
5 Ricky Saiz @rickysaiz
리키 사이즈는 패션과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천후 인물이다. 슈프림의 헤드 디자이너, 비욘세 뮤직비디오 <Yonce>의 디렉터, PSWL 캠페인의 포토그래퍼…. 얼마 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해 화제가 된 비욘세와 제이지 듀오의 <Apes-t> 뮤직비디오를 디렉팅한 것도 바로 그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리키 사이즈가 디자인이나 촬영에 관련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 그는 천부적인 감각과 창의력으로 이 모든 걸 이뤄냈다.
6 Charles Jeffre @_charlesjeffrey
찰스 제프리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시절부터 게이 클럽 보그 패브릭스 Vogue Fabrics의 단골이었다. 그곳에서 호스트로 열던 파티 이름이 바로 러버보이. 그러니까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는 그 파티의 연장선인 셈이다. 그는 컬트 클럽의 요란한 룩과 넘치는 에너지를 런웨이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아방가르드와 쿠튀르, 펑크와 퀴어가 뒤섞인 세계는 찰스 제프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남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디자인 덕분에 그는 2018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후보에 올랐고, 지금 런던 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7 Yoshizumi Sasaki @_____226_____
2003년생, 우리 나이로 열여섯 살인 일본의 패션 키드. 미니카 경주 대회에 출전했을 때 릭 오웬스와 요지 야마모토를 즐겨 입던 같은 팀 동료를 보고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오프화이트 도쿄 오프닝 파티에서 우연히 버질 아블로의 눈에 띄며 세상에 알려졌다. 벨트를 목걸이처럼 목에 두른 스타일링에 흥미를 느낀 버질이 그와 함께 사진을 찍어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 이 포스팅을 본 셰인 올리버가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고, 요시즈미 사사키는 뉴욕으로 날아가 헬무트 랭의 2017 F/W 캠페인을 찍었다.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는 꼼 데 가르송 옴므 플러스와 요지 야마모토. 하이 패션과 펑크, 스트리트웨어와 스쿨보이 룩을 교묘하게 레이어링하고, 밴드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 체인 등 빈티지한 아이템을 활용하는 스타일링을 추구한다.
8 Robert Spangle @thousandyardstyle
잘생긴 얼굴과 수려한 스타일 덕분에 포토그래퍼에게 찍히는 포토그래퍼. ThousandYardStyle이라는 스타일 블로그를 운영하며, 영국 <GQ>’와 <에스콰이어>에도 종종 사진을 싣는다. 2011년부터 패션과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13년 런던 새빌 로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며 남성복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어 취미 삼아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l;tGQ>의 컨트리뷰팅 에디터 닉 카벨이 이를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9 Jonas Glöer @jonasgloeer
라프 시몬스와 윌리 반더페르의 뮤즈라고 불릴 만큼 사랑받는 독일계 모델. 2014 S/S 라프 시몬스 쇼에 처음 선 이후,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그의 쇼에 등장했다. 윌리와는 <더스트>, <맨 어바웃 타운> 커버와 질 샌더의 광고 캠페인을 찍었다. 라프 시몬스가 캘빈클라인으로 자리를 옮긴 후엔 자연스레 캘빈클라인의 얼굴이 되었다. 요나스는 진과 언더웨어, 향수, 워치 &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캘빈클라인 라인의 캠페인에 자신의 연인이자 모델인 키키 윌렘스 Kiki Willems와 함께 등장했다.
10 Ludovic de Saint Sernin @ludovicdesaintsernin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탱과 함께 일한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2017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레이블을 론칭했다. 매 시즌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남자 모델을 등장시키지만, 그의 옷에는 정해진 성별이 없다. 그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옷을 만든다.
어렸을 땐 어떤 아이였나? 별로 말수가 없는 아이였다. 대신 호기심이 많고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창의적인 뭔가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억도 있다.
2013년 ESAA를 졸업하면서 만든 작품을 기억하나? 물론이다. 다프네 Daphne라는 컬렉션이었는데,소녀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나무로 변했다는 신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성복이었고, 어떤 면에선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땐 개인적인 얘기보단 판타지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층위에서 자신과 연관 지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을 얘기할 땐 앤드로지너스나 젠더 플루이드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런 개념을 포용하고 대변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다. 나는 처음부터 남자가 입으면 남성복이 되고, 여자가 입으면 여성복이 되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종종 구분되지만 옷은 그저 옷일 뿐이고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유니섹스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지난 컬렉션 얘기를 좀 해보자.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지난 컬렉션은 내가 십 대 때 느꼈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바닷가에서 사랑에 빠졌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했다. 굉장히 사적이고 관능적인 컬렉션이다.
요즘 패션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뭔가? 시스템에 너무 빨리 휩쓸린다는 점. 찰나에 유행이 등장하고, 또 사라진다. 지속적이고 정직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평소엔 어떻게 옷을 입나? 흰색 선스펠 티셔츠에 이세이 미야케 플리츠 플리즈 팬츠 그리고 여기에 버켄스탁 샌들을 신는다. 이세이 미야케 팬츠는 색깔별로 갖고 있다. 주머니에 뭘 넣는 걸 싫어해서 휴대 전화나 지갑 같은 걸 넣을 수 있는 작은 클러치도 종종 든다.
런던을 자주 오가는데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 드 보부아르 De Beauvoir 타운에 토패스 Towpath라는 작은 카페가 있다. 거기서 프로세코를 마시면서 볕을 쬐는 걸 좋아한다. 저녁이라면 당연히 구자라티 라소이 Gujarati Rasoi를 추천한다. 런던에서 제일 맛있는 인도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주말에는 런던 필즈나 브로드웨이 마켓을 거닐기도 한다.
일을 하지 않을 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독서. 요즘엔 친구가 추천해준 고어 바이덜 Gore Vidal의 <도시와 기둥>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 꽤 재밌다.
옷 만드는 것 말고 내세울 만한 다른 장기가 있나? 노래를 정말 잘하는데 사람들 앞에서 불러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웬만해선 없을 것 같고.
당신을 정의하는 단어 세 가지. 흥분되는, 열정적인, 충실한.
- 에디터
- 윤웅희, 신혜지, 이지훈
- 사진
- Gettyimageskorea, Indigital, Courtesy of Kiko Kostadinov, Rimowa, Gettyimageskorea, Indigital, Courtesy of Yoshizumi Sasaki, Joe Harper for Robert Span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