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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자동차의 옵션들

2019.02.04GQ

차린 게 많은 만큼, 덜어내고 싶은 것도 많은 요즘 차의 군더더기 기능들.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문제의 기능을 처음 접한 건 약 7년 전 미국산 자동차의 출시 행사였다. 차 하단에 발을 슬쩍 넣었다 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며 출시 전부터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새로운 기능의 등장에 기대를 갖고 뒷범퍼 아래로 여유 있게 발을 넣었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승선을 앞둔 쇼트트랙 선수처럼 수차례 발을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미국산 SUV의 센서가 인식하기엔 다리가 너무 짧은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유럽, 일본, 심지어 국산 SUV까지 ‘핸즈프리’의 유용함을 증명한 차는 없었다. 양팔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도 편리하게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다지만, 결국 짐을 내려놓고 손으로 여는 게 예정된 수순이다. 작동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제작 단가만 높일 뿐이다. 안효문(<오토타임즈> 기자)

 

스탑앤고
잠깐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스탑앤고’ 기능이 거의 모든 차에 달리기 시작했다. 연비를 개선한다는 기능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 차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탑앤고 기능을 끄는 것이 되었다. 정체 구간이나 신호를 기다릴 때 엔진이 계속 잠드는 탓에 다시 출발할 때마다 시동 걸리는 소리와 진동을 참아야 한다. 아주 짧은 시간이어도 엔진을 꺼둔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다. 내구성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시동이 엔진과 셀프스타트 모터 등에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탑앤고 기능이 연비 향상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연비 주행’을 하고 있다는 자기 최면에 가까운 만족감 외엔 사실상 필요 없는 기능이다. 이재현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옷장에 ‘언젠간 입겠지’라며 기약 없이 남겨둔 불편한 옷이 있다면, 차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다. 뿌듯하게 자주 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위치’가 문제다. 본래 수납함으로 쓰던 공간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얹어 다른 소지품과 섞이기 십상이고, 정차 중 잠깐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좁은 공간에 손가락을 구겨 넣어 스마트폰을 겨우 꺼내야 한다. 사소한 움직임 같지만 운전 중엔 꽤나 신경 쓰인다. 충전 속도도 느린 편이어서 고속 충전 USB 단자로 충전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시동을 거는 동시에 스마트폰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손에 닿기 쉬운 아무 곳에나 툭 던져놓으면 될 일이다. 무선 충전 시스템의 용도가 기약 없는 이유다. 김송은(<모터리언> 기자)

 

제스처 컨트롤
BMW가 CES에서 콘셉트카를 통해 선보였던 것을 7시리즈를 출시하며 상용화한 기술이다. 제스처 컨트롤은 굳이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지 않아도 센서 앞에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거나 책장을 넘기듯 손을 휘휘 움직이는 동작으로 원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실제로 해보면 “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신기하다. 하지만 이 기능이 실린 7시리즈나 5시리즈를 주행해보면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기능이기도 하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아날로그 버튼만으로도 원하는 기능을 충분히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애써 오른손을 허공에 휘날리며 운전할 필요가 없다. 센서가 손짓을 인식하는지 신경 쓰기엔 주행 중 살펴야 할 게 아직 너무 많다. 자율주행 시대라면 또 모를까. 안효진(<모터매거진> 기자)

 

안마 시트
고급차 중에서도 상위 선택 사양에 속하는 기능이지만, 여태껏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자동차 시트의 안마 기능은 성에 찰 만큼 시원하지 않아 누군가 등에 대고 소심한 노크를 하는 기분이 든다. 자동차라는 제한된 환경은 안마 기능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완전히 누울 수도 없고, 안마 의자처럼 온몸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마사지기로 감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몸이 뻐근하다면 마사지 기능을 뺀 비용으로 제대로 된 마사지 숍에 가는 게 나을 테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졌다고 해도 무미건조한 ‘두드림’이 사람 손만 하지는 않겠지.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하는 기계다. 쉬는 공간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억지스러운 기능이 붙기 시작했다. 안마 시트는 사족처럼 붙은 선택 사양 중 하나다. 이광환(<카랩> 기자)

 

터치스크린 기능 제어 시스템
화두는 아이폰 따라잡기다. 자동차 제조사는 버튼을 없애고 터치식 디스플레이 크기와 용도를 늘리느라 바쁘다. 문제는 차와 아이폰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커다란 몸집으로 바람보다 빠르게 공간을 달린다. 최첨단 터치스크린이라 해도 반응은 여전히 느리고 접촉에 따른 피드백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상의 버튼을 찾아 누르고, 조작에 성공했는지 확인하는 동안 시선은 지문 자국 가득한 스크린에 꼼짝없이 붙잡힌다. 앞 유리에 김이 서려 공조기 바람 방향을 바꿔야 해도, 보행자가 뒤엉킨 골목길을 지나는 중이라도, 다른 차가 줄지어 따라와 잠시 세우기도 곤란해도 위험을 감수하고 시선을 터치스크린으로 옮겨야 한다. 디자인 트렌드를 좇은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김성래(<탑기어 코리아> 기자)

 

자동 전개식 도어 핸들
자동차의 도어 핸들은 ‘예쁜’ 모양보단 오롯이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지금껏 발전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손잡이를 위로 젖혀 여는 방식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손가락을 넣어 도어 핸들이 바깥쪽으로 당겨지며 여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차체 패널 속에 들어간 독특한 도어 손잡이가 등장했다. 이른바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이다. 현대 넥소와 테슬라 모델 S, 레인지 로버 벨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평소 손잡이가 패널 속에 있다가 운전자가 키를 갖고 다가가면 손잡이가 나오는 방식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철 패널이 얼어 손잡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위험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강준기(<로드테스트> 기자)

 

디지털 도어록
일반적으로 ‘잠금 장치’란 문을 걸어두면서도 귀찮은 과정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보했다. 열쇠가 필요 없는 디지털 도어락이 좋은 예다. 그런데 딱 하나, 자동차엔 예외다. 차 키의 버튼 한 번 누르는 게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보다 훨씬 쉽고 빠른데 이걸 쓰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디지털 도어록이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고집하고 있는 차가 있다. 차 가까이 다가서면 자동으로 문을 열고, 멀어지면 알아서 잠그는 스마트키가 있는데도. 자동차 제조사에서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에게 현황을 물어봤다.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지문 인식형 도어록을 개발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도난을 염두에 뒀겠지만, 얼마나 실용적일지는 모르겠다. 곧 자동차에 쓸데없는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될 예정이다. 박소현(<매경닷컴> 기자)

 

스포츠 모드
최신 자동차의 스포츠 모드는 운전자를 상상 속의 레이서로 만든다. 스포츠 모드는 일반 모드보다 ‘역동적인 척’만 한다. 예를 들어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운전대가 묵직해진다. 괜히 팔만 아픈 ‘보여주기식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설계 단계부터 스티어링을 더 섬세하게 조율하는 게 옳다. 가속페달과 스로틀 보디 간의 반응이 민감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섬세한 페달 조작을 방해할 뿐이다. 차 안에 울리는 가상 엔진음은 ‘쇼’의 정점이다. 결정적으로, 실제로 측정해보면 일반 모드와 스포츠 모드 간의 랩 타임 차이가 없다. 심지어 일반 모드가 더 빠를 때도 있다. 스포츠 모드는 손과 발끝에 전해지는 과장된 반응과 귀를 울리는 인공적인 소리로 운전자를 ‘위약 효과’에 빠뜨리는 교모한 속임수다. 정상현(<엔카매거진> 기자)

 

오토 홀드
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오토 홀드 기능을 사용한 기억이 거의 없다. 적응된다면 편리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출발할 때 브레이크에서 가속페달로 발을 옮기는 것과 쉬던 발을 가속페달로 옮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귀찮은 일도 아닌데.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이나 차를 앞뒤 좌우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주차 시에는 기능의 의미마저 무색하다. 오토 홀드에 익숙해진 운전자가 기능이 없는 차를 타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운전의 시작과 끝은 발과 페달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다. 이를 가로막는다면 어떤 장점이 있다 해도 기능의 목적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구기성(<오토타임즈>) 기자)

    에디터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