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은 본질적으로 과도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와 정신의 붕괴 현상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이 불이 번지듯 늘어난다. ‘워라벨’은 번아웃과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아직 이르지만 2019년을 번아웃의 해로 선포하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다. ‘번아웃에 대한 불평불만의 해’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일 때문에 수면 시간마저 헌납해야 한다. 일과 삶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말도 못하게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에, 그냥 눈앞에 닥친 삶을 선택하고, 그런 삶을 계속해서 사는 방식을 택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선할 의지와 여유가 없어서다. 우리는 아마 오늘도 아침에 출근해 하품을 하고 있는 입에다 커피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따분한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무시간 외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불법인 프랑스로 이민을 가야하는 걸까? 제시 이스라엘(Jesse Israel)에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거대 명상 그룹 ‘더 빅 콰이어트(the Big Quite)’의 창립자인 제시는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음악을 듣고, 소통하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명상을 한다. 그도 심한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는 대학 시절에 자신의 레코드 레이블을 설립하여 밴드와 계약을 했고, 덕분에 그의 20대 초반은 늘 지쳐있는 상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로운 커리어도 번아웃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았다.
마치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산출량의 기준이란 벽이 세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GQ : 예전에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말했었다. 그 경험에 대해 말해달라.
제시 이스라엘 : 뉴욕대학교(NYU) 2학년이 되던 해에 나는 레코드 레이블을 설립했다. 그리고 우리는 엠지엠티와 계약을 했다. 그들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고, 졸업할 무렵쯤에 나는 완벽하게 녹초가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그게 번아웃 증상인지 몰랐었다. 그냥 에너지 레벨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조차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었다. 더 이상 내 삶에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미루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논다는 생각만으로도 피로감을 느꼈다. 나 자신을 붕괴의 단계로 밀어놓았으며, 정체성이나 커리어,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황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스트레스와 사회의 요구 사항에 대한 어떤 스펙트럼이 있다. 그 스펙트럼의 출발 지점은 우리가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정도의 건강한 긴장감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건강한 긴장감은 더욱 더 우리를 압박해 결국 레드존에 진입하게 만든다. 결국 레드존에서 우리는 녹초 단계로 떨어지게 된다. 녹초 단계에서 몸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GQ : 일과 삶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 우리는 일하지 않을 때 죄책감을 느낀다.
제시 이스라엘 : 우리는 늘 일을 해야 하고, 늘 연락체계를 열어둬야 하며, 온라인상으로 우리의 삶을 공유해야 한다. 마치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산출량의 기준이란 벽이 세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메일 때문에, 문서 때문에, 메신저 때문에 이제는 정말 벽이 사라졌다. 기분 나쁜 이메일을 받거나 택시가 눈앞에서 빵빵거릴 때, 또는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패배했을 때, 우리의 몸은 호랑이로부터 공격받을 때와 동일한 생리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호랑이로부터 공격받을 때 그런 반응은 당연하고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그렇지 못하다. 하루 평균 25번씩 그런 상태라면 말이다.
GQ : 인스타그램 코멘트의 경우도 같은 상황일까?
제시 이스라엘 :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 몸은 생존 모드에 들어갈 때, 소화 시스템을 멈추고 생식 기관을 차단한다.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호랑이로부터 도망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다. 또 생체 속 혈액은 산성화되어 호랑이가 우리를 문다고 하더라도 맛이 썩 좋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동맥은 더 단단해진다. 실제로는 수축되기 때문에 물린다고 하더라도 피가 덜 나오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이 아주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근육은 긴장되고 어떤 극한의 힘에 모든 주의를 기울인다.
번아웃은 본질적으로 과도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와 정신의 붕괴 현상이다.
GQ : 그렇다면 번아웃 증상을 피하기 위해 삶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할까?
제시 이스라엘 : 자아인식, 바로 자각이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삶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레드존에 근접한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를 스스로 진단하여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내가 명상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명상은 자각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GQ : 명상이 정말 도움이 될까?
제시 이스라엘 : 명상은 투쟁-도피 반응으로부터 벗어나 ‘이완조절(relaxed contro)’ 역할을 담당하는 부교감 신경을 작동시킨다. “부교감 신경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작동시키면, 우리의 몸은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온다. 즉, 피하고 싶은 이메일이 도착해도 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택시가 빵빵거려도 그것을 대처하는 우리의 마음은 훨씬 고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생리학적 관점에서의 몸 또한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GQ : 좋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 시스템은 스스로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재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이메일에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야 하고, 일에는 높은 열정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쟁-도피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제시 이스라엘 : 꾸준한 명상이 그 기준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명상으로 완벽하게 치유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는 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작가이자 학자인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은 상처와 취약성에 대한 좋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대기업이나 큰 커뮤니티에서 일하는 자신의 독자들로부터 발견한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일에 아주 명확한 경계를 세워놓는다는 것이다. 즉, 근무 시간 외에 이메일은 꺼놓고, 회의 중에 필요할 때는 ‘아니오’라고 대답하며, 불필요할 때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경계를 세우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우리의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용기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사에게 이렇게 얘기해보자. “지금부터 2주 동안은 저녁 7시 이후에 이메일은 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메일은 근무 시간에만 쓰려고 해요. 그게 훨씬 더 나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근무 시간 외에는 일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훨씬 더 효율적이게 됩니다.” 상사에게 이와 같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여 알라지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들이 더 나은 리더가 되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근무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세 번째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는 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주변 사람들의 성공 그리고 그들과의 비교에 허비했다.
우리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야 한다.
GQ : 우리에게는 일 외에 그 어떤 것이 되든지 간에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그 공간을 확보해두면, 뇌의 활동 전원을 잠시 꺼두고 재충전할 수 있다.
제시 이스라엘 : 번아웃은 본질적으로 과도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육체와 정신의 붕괴 현상이다. 번아웃 증상에 가장 좋은 약은 휴식이다. 즉, 잠시 물러서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물러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어하고 일과 씨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즉 번아웃에 더 쉽게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번아웃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이전보다 더 적은 돈을 벌 수도 있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일거리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을 스스로 수락하는 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GQ : 번아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쉬운 지름길도 있을까?
제시 이스라엘 :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4일에서 8일 정도 여행을 떠난다. 오두막이나 작은 집을 하나 빌리고, 핸드폰과 컴퓨터, 기타 전자기기는 가져가지 않는다. 그 누구도 만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완벽하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해 뜰 때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을 만들어 먹고, 산책을 한다. 특정 주제 없이 글을 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다시 점심을 직접 차려 먹고, 다시 산책을 한다. 돌아와서 다시 글을 쓰고, 목욕을 한 후에, 저녁을 차려 먹고, 불을 피워서, 책을 읽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에도 같은 일과를 반복한다.
GQ : 그러다 외로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하나?
제시 이스라엘 : 외로움을 그대로 수용한다. 정말 힘든 순간과 대면할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러한 날이 있다. 주로 여행의 둘째 날에 외로움을 느낀다. 과거의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정말 처지는 그런 날 말이다. 나도 이러한 감정적인 부조화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자연 속에 있을 때는 특별한 해결 방법이 없다. 그저 외로움과 마주한 채, 그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냥 사라진다. 외로움의 반대편에는 늘 깊은 통찰력과 창조적 비전이 함께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개인적으로 번아웃을 벗어날 수 있는 쉬운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 에디터
- 글/ 벤지 핸슨-번디(Benjy Hansen-Bun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