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후에 술을 한 잔 해야 관계의 진전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꼭 그 코스를 따라야 되는 건 아니다.
나는 그 데이트가 커피숍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케이트(Kate)와 대학시절에 서로 알던 사이였지만, 그 후에 몇 년 동안 서로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식료품점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번호를 서로 주고받았고,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단순히 예의상 번호를 준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작은 사이즈의 탁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는 물 흐르듯이 잘 이루어졌다. 그녀가 나의 손을 잡기 전까지 나는 그런 로맨틱한 분위기였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긴장됐지만, 약간은 의무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커피숍이 닫을 시간이 되어 케이트는 술 한잔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난 술을 마시지 않아.” 그녀에게 말했다. 케이트는 처음에는 당황했고, 그 후에 실망스러워 보였다. 술을 완전히 끊기 전까지,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술을 조금씩 줄이고 있었다. 병원 진단 결과도 한몫했다. 그리고 나는 술을 많이 마시면 자기 파괴적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돈키호테처럼 신호등이랑 싸운다던가 전 여자친구에게 이상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는 더욱 어려웠다. 나는 케이트와 술집 말고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카페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갑자기 꼭 참석해야 하는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데이트 문화와 음주 문화는 서로 얽혀다. 하지만 최근에 술 없는 데이트 문화가 점점 일반적으로 자리 잡히고 있다. 사람들이 술을 줄이거나 아예 금주를 하는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논 알코올 술집이나 논 알코올 칵테일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웰빙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건강과 개인적인 이유로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는 술 없는 데이트가 당연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계 전문가이자 섹스 칼럼니스트인 시몬 파젯이 말한다. 파젯은 그녀가 데이트를 많이 할 때면 술을 더 많이 마신다고 언급했다. 그 시절 그녀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술 없이는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여전히 가끔씩은 칵테일을 즐기기도 하지만, 술 없는 데이트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더 빠르게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 데이트의 세계에서 술 없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술을 통해서 쑥스러움을 해소했던 사람이라면 술 없는 데이트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모았다. 술을 마시지 않고 데이트하는 방법을.
먼저 데이트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한다.
술을 끊은 첫해부터 큰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말자. 이 무렵에는 오로지 금주에 초점을 맞춘다. 술이 당기는 시점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외근을 나간다거나, 이직을 한다거나, 아니면 연애를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이제 금주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데이트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코미디언 크리시 하워드가 말한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관계에 상처만을 남기는 사람들을 주의하려고 노력했다. 당신으로부터 늘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자신을 늘 기분 좋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사람들은 피해야 한다.”
데이트 상대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금주 사실을 알려야 한다.
몇 주 전에 몇몇 사람들에게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나에게 즐거운 삶을 거부하는지 되물었다. 금주 중인데도 때때로 사람들은 나에게 술자리를 제안한다. 그리고 마치 내가 그들의 즐거운 시간을 모욕한다고 여기며, 나를 위해 술을 주문해주기도 한다. 1:1로 누군가와 앉아있을 때, 특히 상대방과 아직 가깝지 않은 상태일 때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극복해야 할 장벽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쨌든 상대방이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완벽하게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능한 빨리 금주 중임을 알린다면, 소개팅 상대를 가려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단 몇 분만에 사람들은 나의 금주를 알아차린다.” 배우 브라이스 호지슨이 말한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커피를 마시자며 데이트 신청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술 마시지 않는 20대 후반의 남성에게 다행히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솔직함에 말이다. 만약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건 우리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차인다는 사실은 어떤 형태이든 가슴 아프다. 하지만 그 이유가 술이라면 더욱 가슴이 아린다. 처음에는 금주가 나에게 짐처럼 느껴졌다. 즐기며 사는 사회로부터 혼자 소외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술에 취했던 과거 기억을 통해 마음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예전의 내가 술을 마시던 모습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과는 사귈 수 없다.” 뮤지션 드류 탐슨이 말한다. “과거의 내가 싫다. 당시의 나같은 사람과는 데이트할 수 없다.”
술집의 분위기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술집 데이트는 거절한다.
수없이 생겨나는 데이트 어플 덕분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데이트를 많이 한다. 즉, 데이트를 많이 자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무드등과 발음하기도 어려운 와인은 분위기를 한껏 달아올려줄 수 있다. 처음부터 뭔가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란 영 어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데이트부터 경치 좋은 곳에서 산책을 한다거나 아니면 현대 미술관에서의 데이트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데이트를 통해 데이트 상대의 직장 생활이나 [더 오피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물어보면서 더 나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언가 합의할 때는 두 번 생각한다.
데이트 상대와 술이 맞지 않는다면 관계에서의 최상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초반이라면 더욱 그렇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의 데이트는 거절하는 편이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디에고 로페즈가 말한다. “거절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지 않고, 어떠한 비판도 없는 공손한 거절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특히 다음에 또 볼 사이라면 더 어렵다. 금주를 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솔직하고 거짓 없이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의견에 합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F.R.I.E.S 모델을 적용시킨다. 자연스럽게 건네고(Freely given), 되돌릴 수 있고(Reversible), 알리고(Informed), 열정적이고, 명확하게(Specific).” 파젯이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섹스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술을 마시고 있고, 당신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지 확신이 없다면, 거기서 끝내야 한다. 확실하게 동의할 확신이 없다면, 그건 ‘아니오’를 의미한다.”
관계가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면, 음주에 대한 경계를 세우고 준비 태세를 취한다.
결단력이 없다면 결국에 술을 마시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 상황에 처한다면, 음주에 대한 벽을 세우고 명확하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연인과 함께 어떤 모임에 참석하긴 했지만, 고주망태가 된 사람들과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에 있는 게 싫다면, 그 모임에서 빠지면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좋은 연인이 되고 싶다면, 모든 모임을 거절하는 것도 무리다. 예전에 불편한 상황에서 잠시 밖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내가 괜찮은지 물으러 나온 적도 있었고, 이 시간이 재미없는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모임을 정확하게 거절한다. 이것이 자연스러우려면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진솔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리고 더 많은 계획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 지금 나에겐 금주 데이트가 일반적인 데이트가 되었다.
- 에디터
- 글 / 그레이엄 이사도어(Graham Isador)
- 일러스트
- 앨리샤 태턴(Alicia Ta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