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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냐의 새로운 캠페인 <What Makes A Man> with 마허샬라 알리

2019.09.18GQ

“할머니께서 단추를 채우는 걸 좋아하실 것 같아서…” 2년 전 마허샬라 알리가 베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을 당시, 턱시도의 단추를 잠그며 시작한 소감의 첫 마디이다. 그는 인상깊은 첫 마디 이후 평온하고 침착하게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그날 밤, 그의 수상을 지켜본 전 세계 수 백만 명의 대중에게 보여진 것은 그의 자아와 겸손함 만이 아니었다.

그가 사랑하는 할머니의 바램대로 턱시도의 단추를 채울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사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신선한 사고방식과 주체적인 판단력을 가진 현대의 남성상을 나타냈던 것.

그렇다면 이 시대의 남성상은 무엇일까? 이탈리안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제냐는 배우 마허샬라 알리와 함께 전개하는 이번 가을/겨울 캠페인의 주제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제냐는 이번 캠페인을 발표하면서, 남성상이란 고정된 관념이나 규정, 혹은 어느 한 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우리 각자가 가진 가치관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나약하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의미있는 변화를 감행할 정도로 대담한, 요즘 남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냐가 생각하는 남성상은 꽤 유동적이다. 그리고 불명확하거나 미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일상에서 인생의 교훈을 이어갈 줄 아는 인물이다. 이번 캠페인은 현대 남성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들을 여러가지 버전의 영상들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다양함의 바탕에는 세상을 기회로 삼기 보다는 ‘인생의 학교’로 여기며 그 안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려는 자세가 공통적으로 담겨있다.

제냐는 백 년 넘게 남성복 한 분야에만 집중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기존의 획일적인 방식의 제작보단, 고객 개개인을 위한 영감을 찾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정통성을 쌓아 온 브랜드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캠페인에서 보여지는 제냐의 남성상은 사려깊고 책임감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열정적이고 신사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머뭇거리기보단 넓은 시안과 개방적인 마인드를 지닌 남성상을 그리고 있다.

제냐는 이번 캠페인의 리더로 배우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를 선정했다. (*알리는 캘리포니아 헤이워드 출신으로 할렘 댄스 씨어터의 단원이자 브로드웨이 대역 배우인 아버지와 독실한 침례교 목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기독교인으로 자라났고, 2000년 무슬림으로 개종하며 길모어 라는 원래의 성을 알리로 개명했다.)

그는 어머니의 성실함과 아버지의 예술적인 재능을 물려 받았지만, 대학 시절까지는 프로 농구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농구를 향한 자신의 부족한 의지와 구단이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 길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당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학 스포츠팀이 선수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을 상품으로 여겼거든요.”

마침 비슷한 시기에 연기에 흥미를 가지게 그는 진로를 바꿔 캘리포니아의 세인트 메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셰익스피어 씨어터에서 연습 기간을 거친 , 뉴욕 대학교의 연기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헝거 게임> 같은 작품들을 통해 영화계와 대중의 주목 받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로비스트 레미 덴튼 역할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그린 >에서 조용하면서도 고차원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모두를 감동시켰다.

알리의 연기는 진실성과 리얼리티가 나날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걸맞게, 우리가 티비 전원을 끄거나 영화를 관람하고 돌아 후에도 여운이 남게 하는 진정성을 갖춘 배우이다. 제냐의 이번 캠페인 <What Makes A Man>에서도 알리는 내면을 겉으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외적인 것들을 내면으로 담아내며 그의 일과 생활에서 비춰지는 모습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물론 남성상을 표현할 있는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자기 자신에 비추어 숙고해보는 것이 가벼운 일은 아닐테지만, 기존의 방식을 바꾸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고, 지금이 바로 제냐와 알리가 앞장 때인 듯하다. 제냐가 끊임없는 고찰과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근본적인 질문 하나로 정리된다: 시대의 새로운 남성상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하고, 의미있다. 재킷의 버튼을 채우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