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에르메스의 세계

2019.12.21GQ

잠시 시간을 멈추고 에르메스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에르메스 맨즈 유니버스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행사 장소가 궁금했다. 그러나 초대장 어디에도 정확한 위치는 없었다. 단지 종로구 정동이라는 것뿐. 궁금증을 안은 채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이윽고 안내를 받은 곳은 덕수궁 돌담길 끝에 자리한 서울 시립 미술관. 예술을 사랑하는 에르메스다운 선택이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목의 네온 장식과 유리창으로 비치는 푸른 불빛은 미래적이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모델들은 3층부터 2층으로 이어지는 미술관 복도를 가로지르며 2019 가을 겨울 컬렉션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옷은 기능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인디고 블루와 옐로, 버건디 등 아름다운 색의 가죽 팬츠와 블루종을 비롯해 그래픽 패턴 니트와 부드럽게 흐르는 코트와 무스탕까지 클래식하고 독창적인 에르메스 남성의 모습이었다. 맨즈 유니버스 쇼엔 줄곧 개성 있는 일반인 모델이 등장해왔는데 이번엔 배우 유지태, 가수 장기하와 헨리, 수영 선수 박태환, 셰프 샘킴, 사진가 홍장현 등 직업도 생김새도 나이도 제각각인 인물들이 각자의 에르메스를 보여줬다. 반가운 얼굴의 등장에 곳곳에서 환호성도 들렸다. 쇼가 끝난 후 브라스 밴드의 행렬이 이어지고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즐기며 에르메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1층 공간으로 향했다. 조각 조각 나뉜 패턴을 찾아 완성하는 맞춤 수트와 셔츠 퍼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등장하는 슈즈 컬렉션, 가상현실 VR로 서울부터 파리 생토노레 24번가로 향하는 여행 등 모두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상상의 놀이터를 마음껏 즐겼다. 에르메스의 극적인 하룻밤은 그렇게 꿈처럼 지나갔다.

    에디터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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