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흥분 대신 책임과 의무로 섹스를 하고 있다면, 이번 겨울엔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줄 최적의 여행지를 찾아야 할 때.
온천 여행지에서 야릇하게
얼굴은 춥고, 몸은 따뜻. 겨울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낭만은 바로 온천 여행이 아닐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커플에겐 특효약이 될 수도 있다. 이왕이면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온천이 좋겠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한적하게 몸을 녹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달아오르게 될 거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처럼 옷을 입지 않은 채로 보내는 둘만의 시간이라면 권태기 탈출이 무조건 가능하다. 하지만 온천 수질 관리 차원에서 물 속에선 전희만 하고 후다닥 달려나와 침대로 직행하길 당부한다.
동남아 휴양지에서 끈적하게
혹시 너무 춥다는 이유로 쇼핑몰 데이트만 고집하진 않았나? 극장에서 영화 보고, 대충 뜨끈한 국물에 반주를 곁들이며 떼우는 루틴으로는 새로운 흥분을 찾기가 어렵다. 음식 냄새 밴 패딩을 벗는 것도 귀찮아 섹스마저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면, 한국을 벗어나 끈적하고 습도 높은 동남아로 향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내 친구들 다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나와 내 연인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야시장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된다. 관광을 마치고 에어컨 빵빵한 숙소로 들어와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새롭다. 티셔츠만 훌렁 벗으면 끝나니까 아주 간편한 섹스도 가능하다.
고된 액티비티로 노곤하게
겨울에는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따뜻한 집에서 넷플릭스 보다가 대충 해버리는 섹스가 지겹다면, 해변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겠다. 하루 종일 다이빙이나 서핑을 하며 물놀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노곤해지며 ‘릴렉스’ 상태가 된다. 몸을 마구 움직이다 보니 활력이 차오른다. 또, 햇빛에 그을린 연인의 얼굴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 색다른 바이브를 이어서 맥주를 곁들이다 보면 어느새 질펀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식욕의 즐거움을 성욕으로
익히 알려진 인간의 3대 욕구, 바로 수면욕과 식욕과 성욕이다. 잠이야 일요일에 많이 잘 테니까, 추위에 잃어버린 식욕을 성욕과 함께 찾는 여행을 떠나본다. 한국인의 밥상 단골 지역인 전라도, 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인 제주도 등에서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른 뒤 아침부터 저녁까지 철저하게 식단을 짠다. 바다와 같은 자연 풍경을 보면서 배를 불리다 보면 술도 술술 들어가고, ‘홍상수 영화’ 같은 바이브를 연출할 수 있다. 거나하게 취해서 비틀대며 숙소까지만 가면 성욕에 불이 붙는 건 한 순간.
혹한 캠핑장에서 서로 의지하며
캠핑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겨울의 혹한 캠핑. 연인과의 관계가 너무 편안하다 못해 소원해지기까지 했다면, 비싼 장비를 이고 지고 겨울철 캠핑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물론 춥고, 힘들기 때문에 텐트 폴대를 꽂기도 전에 큰 싸움이 날 수 있지만 어쨌든 의지할 데라곤 서로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보는 거다. 장비가 암만 빵빵해도 춥다보니까 서로 끌어 안으며 체온을 나누게 되고, 어라? 그러고보니 나름 야외네? 하면서 뜨겁게 불타 오르게 되는 것이다. 다음날 하산을 할 때 쯤이면 부쩍 가까워진 서로의 거리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사랑은 열차를 타고
요즘 가장 핫한 여행을 꼽으라면 단연코 시베리아 횡단 열차 트립. 열차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먹고, 자야 하는 이 여행에서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정차역과 그 인근에서만 휴대폰 신호가 터지기 때문에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떼울 수도, 인스타그램 댓글로 친구들과 소통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틀어 박혀 각자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냈겠지만, 이 열차에서는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눠야 겨우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내가 왜 이 사람과 사귀게 됐는지 새삼 깨닫다 보면 사그라져가던 섹스의 불꽃도 다시 타오른다. 활활.
- 에디터
- 글 / 도날드 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