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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없이 고른 옷과 물건

2020.04.06GQ

긴 고민 없이 이렇게만 쓰고, 입어보고 싶다.

예술은 세상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뮤럴 캔버스 II가 이를 보란 듯이 증명한다. 3만 점 이상의 미술, 사진 작품을 원하는 대로 불러내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액자로 원화의 붓터치 질감과 색상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빛 반사를 최소화한다. 딴말 필요 없이 그림 같다. 무미하던 일상에 스며든 미술 작품을 보고 있자니 어느덧 나도 그림이 되는 듯한 황홀에 빠져든다. 예술이 일상 언어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1백35만원, 넷기어. 그레이 수트, 르메르. 옵티컬 패턴 셔츠, 산드로 옴므. 가죽 부츠, 구찌.

몽블랑의 진심은 헤드폰 에서도 온전하다. 로고가 까맣게 반짝이는 몽블랑 무선 스마트 헤드폰 MB01은 기품과 정갈함이 자르르 흐른다. 헤드 밴드와 이어 쿠션을 감싼 가죽은 구름처럼 푹신하고 둘을 잇는 알루미늄 보디는 사방에서 윤기가 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근사해야 마음이 놓이는 탐미주의자의 눈높이와 당당히 맞설 거라고 예상한다. 물론 리스너의 기대도 외면하지 않는다. 주변 소음을 최소화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40밀리미터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해 섬세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보장한다. 기품과 기능에 걸쳐 균형을 이뤘으니 룩도 그에 상응해야 할 따름이다. 80만원, 몽블랑. 레터링 새틴 블루종, 벨루티.

라이카 M10 모노크롬은 흑백 사진이란 명제에 집요하게 집중한다. 자랑거리라면 새롭게 개발한 4천만 화소의 센서. M10 모노크롬의 손을 탄 풍경은 왜곡 없는 명징한 디테일과 빼어난 해상도의 흑백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이를 한참 바라보다 보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채록하는 데 흑백 말고 다른 선택은 불가능하다고 자꾸 되뇌게 된다. 셔터음은 M 시리즈 사상 가장 정숙하다. 진지한 사색 같은 찰나의 순간과 조응하기 위해 이렇게 입어본다. 보디 1천1백70만원, 라이카. 견장 장식 블루종, 배기 팬츠, 실크 셔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카메라 백, 르메르.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하는 요즘이다. 바짝 정신을 차리려 해도 눈에 걸리지 않는 초미세 먼지, 유해 세균, 바이러스의 공습에 허둥댈 수밖에 없다. 갑옷을 두르듯 몸을 겹겹이 감싸도 마음이 요동친다. 다이슨 퓨어 휴미디파이 쿨 크립토믹™ 가습 공기청정기가 마지막 희망처럼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위생적인 가습, 공기 정화, 쿨링 기능을 다 갖춰 청풍의 기운을 세상과 나누는 존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긴 한숨 대신 휘파람이 나온다. 1백30만원, 다이슨. 지퍼 장식 아우터, 배기 팬츠, 버클 벨트, 후드 캡, 모두 디올 맨. 선글라스, 빅터 앤 롤프 at 시원 아이웨어. 하이톱 스니커즈, 루이 비통.

“Doo, Doo, Doo”. 데이비드 보위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귀를 타고 내려와 어깨를 툭 친다. 이를 신호로 내 안에 고여 있던 것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감춰진 몸짓도 점점 드러난다. 데이비드 보위와 나는 초소형 스피커가 내장된 선글라스 보스 프레임을 매개로 같은 우주에 서 있다. 전류처럼 짜릿하게 흐르는 곡은 ‘Sound and Vision’. 본능처럼 그의 스타일대로 입고 움직인다. 날렵하고 가볍게. 24만9천원, 보스. 스팽글 장식 수트, 줄무늬 셔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손바닥만 한 갤럭시 Z 플립을 위아래로 펼쳐서 한참 들여다본다. 영화관 스크린 비율과 흡사한 6.7형의 선명한 화면, 이를 원하는 각도로 펼쳐서 세울 수 있는 하이드어웨이 힌지, 특정 각도에서 구현되는 자동 화면 분할. 보고 싶은 세계가 이렇게 펼쳐지고 완벽한 기술은 찬란 속에 번진다. 미래를 쥐고 있는 사람만이 미래를 볼 수 있다니. 무엇보다 또렷한 깨달음이 프리즘의 이미지로 응결된다. 1백65만원, 삼성전자. 오간자 트러커 재킷, 파스텔 톤 쇼츠, 모두 루이 비통. 뱅글, 하이톱 스니커즈, 모두 디올 맨.

    피쳐 에디터
    김영재
    포토그래퍼
    곽기곤
    스타일리스트
    안주현
    헤어 & 메이크업
    이소연
    모델
    김진곤 at Est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