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절대 완성하지 못할 거라던 영화 <듄>에 대해 알면 좋은 것들.
방대한 내용의 원작 소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은 1965년 출간된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6부작에 달하는 방대한 서사를 요약하자면, 몇 천 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상에 유일하게 남은 귀중한 혼합 물질 ‘멜란지’를 쟁취하기 위해 여러 세력들이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멜란지를 섭취해 엄청난 예지력을 얻게 된 폴 아트레이드가 배신 당한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원작 소설은 미국의 SF 판타지 협회가 주최하는 네뷸러상과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 등을 수상하며 비평가들과 대중의 찬사를 받은 동시에, 지금까지 2천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이기도 하다. 상상을 넘어 상식을 초월할 정도의 스케일로 훗날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SF 장르 작품들의 미술적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거듭된 영화화 실패
<듄>의 영화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작에 대한 영화 제작이 처음으로 나오게 된 건 1974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으로부터다. 그는 <듄>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러닝 타임 16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손 웰스, 살바도르 달리, H.R 기거, 뫼비우스, 핑크 플로이드 등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자 했으나, 당시 제작사의 반대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이후 1984년에는 데이빗 린치 감독이 연출을 맡아 리메이크를 시도했지만(국내 개봉명 <사구>), 영화화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제작사로부터 파이널 컷에 대한 권리도 받지 못했다. 편집 과정에서 4시간 분량의 영화를 제작자가 마음대로 2시간 남짓으로 줄이면서 원작 소설에서의 중요한 장면들을 날려버리는 사건사고를 치르며 흥행과 비평에도 참패했다.
2부작 혹은 속편 예고
그러나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한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초기 제작에 들어선 지난해 3월, 빌뇌브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듄>을 제작하는 데에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2부작 혹은 그 이상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방대한 내용과 세계관을 담고 있기 때문에 계약 당시에도 2부작이 아니라면 연출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고 한다. 또한 이전에 나왔던 영화들보다 원작 소설에 더 가깝게 각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본은 드니 빌뇌브 감독을 비롯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에릭 로스와 <프로메테우스>를 집필한 존 스파이츠가 함께 썼다.
초호화 캐스팅
기대가 큰 만큼 출연진도 어마어마하다. 먼저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를 시작으로 그의 연인 차니 역의 젠데이아 콜먼, 폴의 부모인 레이디 제시카와 레토 아트레이드 공작 역에는 각각 레베카 퍼거슨과 오스카 아이삭이 캐스팅됐다. 이외 던칸 아이다호에는 제이슨 모모아, 거니 할렉에 조슈 브롤린, 스틸거 역 하비에르 바르뎀에 더해 폴의 반대편에 서서 충돌하는 안타고니스트 블라디미르 하코넨, 그의 잔인한 조카 클로수 라반 역에 각각 스텔란 스카스가드와 데이브 바티스타가 출연하는 등 할리우드의 이름난 배우들이 한데 모여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등의 수많은 테마곡을 담당하며 영화음악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한스 짐머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그는 오로지 <듄>에 집중하기 위해 오랜 기간 파트너 관계로 지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스케일
공개된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막 장면은 CG가 아니라 올로케이션이다. 빌뇌브 감독은 <듄>의 주 무대인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표현하기 위해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의 사막 등 총 11곳의 로케이션을 찾았고, 실제로 공간의 무한성을 느끼기 위해 배우들이 사막에 머물러야 했었다고 한다. 배우 티모시 샬라메 역시 <듄>의 촬영은 주로 사막에서 진행됐고, 그린 스크린은 단 두 번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원작 속 아라키스 행성의 궁전을 구현해내기 위해 대칭적인 고딕 건축 양식의 세트장을 제작했으며, 영화 속 필수적인 요소이자 땅속 바위와 모래를 분쇄하기 위해 다량의 이빨을 가진 원시 생명체 ‘샌드웜’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이 밖에 사막 언덕 위를 비행하는 오니솝터, 등장인물들이 착용한 스틸 슈트, 장대하게 늘어선 군사들 등 원작에 등장한 요소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으로 <듄>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거대한 우주 대서사시가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에디터
- 글 / 주현욱(프리랜서 에디터)
- 사진
- 워너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