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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클럽하우스 8

2022.04.17전희란

뭔가 있는 곳들.

360도 멋진 차경, 멋진 하루 @360countryclub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골프장 360도. 그린을 계단식으로 조성한 브라이언 코스텔로의 코스도 충분히 특색 있지만, 숨은 백미는 승효상 건축가가 시도한 클럽하우스의 개념 전환이다. 건축가는 클럽하우스의 의미를 도시에서 자연으로 가는 관문이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래서 두 공간의 전이가 발생하는 변신의 장소로 클럽하우스 건축에 착수했다. 골프장이 특정인을 위해 닫힌 장소가 아니고 모르는 많은 이가 같은 시간에 함께하는 장소라는 발상. 거기서 클럽하우스는 하나의 빌딩이 아닌 마을이 된다.
여러 채의 집이 모여 있는 듯한 클럽하우스에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을 하거나 식사하고 모임을 가지는 여러 목적의 공간이 자연스레 화합한다. 라커룸이나 레스토랑 공간 사이에 자연 환기와 채광을 특별히 공을 들인 까닭이다. 2층 규모의 클럽하우스에 맞배지붕을 두어 집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며, 경사지붕이 이루는 집합적인 조형들이 마치 작은 마을이나 산사 같은 풍경을 이룬다. 진입하는 차량은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마을에 들어서듯 변신을 준비한다.
필드에서 마지막 홀에 서면 이 마을의 티타늄 지붕이 빛을 내며 골퍼를 맞는다. 욕탕에서 바라보게 되는 방금 지나온 필드들은 기억의 풍경이며, 식당에서 혹은 연회장에서, 더러는 야외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도 자연에 속한 느낌을 준다. 로비에서는 코스를 향한 큰 창을 통해 라운드하는 공간을 시선으로 담을 수 있다. 멋진 차경이다. 라운딩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흙, 물, 꽃, 바람이 이룬 기억의 마을로 남을 곳. 그래서 다시 일상을 시작할 힘을 부여하는 곳.

사우스케이프오너스 여기라면 신들도 골프를 쳤을까 @southcape_owners_club
가히 신전의 풍모라 칭해도 될 곳.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에 들어서면 상아빛 클럽하우스가 눈에 확 띈다. 골프장에 도착해 백을 내리고 맞이하게 되는 중정에 서면, 어느덧 다른 세상의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뻥 뚫린 천장 위로는 파란 하늘이고, 정면을 응시하면 수평선이다. 밑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눈에 최대한 담으라는 듯 확 열린 공간에 동공이 커진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 남쪽 수리온곶에 조성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기리는 신전이 연상된다.
입구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한 번에 조망된다. 아이보리 톤의 트래버틴 대리석 기둥, 곡선으로 말린 캐노피가 신전의 느낌을 더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전체적으로는 십자형 건물인데 가운데 중정이 네모나게 뚫렸다. 리셉션 공간은 건물 한쪽 공간으로 숨으면서 광장이나 극장의 효과가 나는 점도 신전을 연상시킨다.
골프장의 가장 높은 부지에서 앞바다를 조망하는 풍광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건축가는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 건축가로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곳에 방문하는 것 자체로 건축 여행이 되는 이유다.
사우스케이프의 15번 홀 그린 뒤에 조성된 그늘집 ‘선라이즈’는 마치 거대한 배의 뱃머리 형태로 방위상 정동으로 뱃머리가 향한다. 지붕 위에 깔린 경사로를 따라 뱃머리로 가서 절벽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면 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선라이즈를 봤다면 그다음은? 정반대 위치의 5번 홀 그린 뒤에 있는 그늘집 ‘선셋’이다. 해 질 녘의 노을 앞에서 눈동자마저 붉게 물든다.

제이드팰리스 내 정원이 아니면 어때 @hanwharesort_story
진입로에서 클럽하우스까지 1.8킬로미터 길에 끝없는 수목이 우거진 곳. 골프장이 포함된 총면적은 56만 평(185만m²). 보통 18홀 골프장이 조성되는 면적인 30만 평(99만m²)인 걸 고려한다면 이곳은 평균의 두 배 가까운 부지다. 코스 주변에 민가나 송전탑 등 인공 건축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아 자연 속에 파묻혀 골프에 빠질 수 있는 곳. 한화의 대표, 춘천 제이드팰리스다.
제이드팰리스는 지난 10년 전쯤, 코스 옆 16만 제곱미터 부지에 약 10만 제곱미터 규모의 수목원 제이드가든을 만들었다. 라운딩이 그 자체로 정원 나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제주, 설악, 용인 등 전국적인 골프장 체인을 가진 한화골프는 골프장의 관리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화초와 수목을 키우는 정원을 만들어냈다.
‘숲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하는 제이드가든은 이름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만병초, 단풍나무, 비비추, 목련 등 보유 식물만 총 4천여 종에 달하니까. 또한 정원마다 특색을 부여해 잎의정원, 화이트가든, 이끼원, 만병초를 주로 한 로도덴도론가든, 블루베리원 등 총 24개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숲속 바람길만 해도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60분, 단풍나무길과 나무내음길은 각각 50분, 40분이다.
단지 자연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흐른다. 자연 교육장에 해당하는 고산 식물원, 재배 온실을 조성했으니 단지 보고 경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물 공부도 할 수 있다. 골프장 와서 정원 관람만 하고 돌아갈 순 없겠지? 타이거 우즈 방한 시 레슨 행사를 한 제이드팰리스에 들러 ‘타이거 우즈 홀’로 명명된 9번 홀에 들러 보는 것도 잊지 말기를.

해슬리나인브릿지 건축대상은 아무나 받는 거 아니다 @ninebridges_official
올해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더 CJ 컵이 열릴 예정인 곳, 해슬리나인브릿지. 코스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클럽하우스는 그 자체로 방문해볼 만한 작품이다. 건축가 윤경식과 시게루 반이 공동 설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탈리아에서 주최한 2010 국제지속가능건축상에서 비유럽 국가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을 수상했다. 월드건축커뮤니티의 최우수상, 시카고건축미술박물관의 국제건축대상 수상 등 상을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이질적이면서도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든다. 우리 전통의 ‘죽부인’이 모티프가 된 공간이다. 한여름 무더위의 열대야에서 죽부인이 가지는 시원함과 탄탄한 육각 구조를 살렸다. 헥사곤 그리드 셸 패턴, 모든 방향으로부터의 통풍과 내구성을 얻은 친환경적 설계가 처음부터 반영되었고, 인테리어 디자인과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주요 디자인 모티프로 작용했다. 나무 구조와 함께 건축물의 주요 부분인 석재 기단부, 벽 역시 다양한 색상, 질감, 두께와 크기의 돌 바위를 전통의 잡석 쌓기 방식의 랜덤 패턴을 디자인 요소로 적용해 나무 구조와 밸런스를 이뤘다. 거기다 스위스의 경험 많은 40명의 목조 기술자 등을 초 빙해 공사한 끝에 7년 만에 완공했다.
루프톱에 파티 공간을 갖출 수 있었던 건 CJ그룹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다.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가 단층의 클럽하우스인 탓에 다양한 행사를 열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한 회장은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사교 공간이 필요한 만큼 크고 다용도를 갖춘 클럽하우스로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여름날 이곳의 클럽하우스 루프톱에서 마신 맥주가 못내 잊히지 않는 건 그 까닭일까?

남촌 미술관 옆 클럽하우스 #남촌CC
경기도 광주 곤지암의 남촌컨트리클럽은 고아하다. 클럽하우스 지하의 갤러리 남촌은 골프장 개장과 함께 문을 열었다. 90평 규모의 전시 공간에는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까지 아우르는 조선시대 ‘삼원삼재’ 작품을 비롯해 고려청자, 이조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기류도 많다. 국보급에 해당하는 진귀한 고미술, 도자기류가 전시되는 작품만 170여 점에 이른다.
골프장을 거니는 것만으로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분명 축복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라운드를 마친 골퍼나 일찍 온 내장객은 클럽하우스 갤러리를 둘러보는 짧은 시간의 예술 체험을 즐긴다.
설립자 남승현 마주코통상 회장은 1960년대부터 40년간 취미로 하나씩 사 모으며 수집한 400여 점의 고미술품을 골프장을 열면서 풀어놨다. 컬렉터의 욕망이란 새로운 수집품을 모으는 수집욕과 함께 자신의 수집품을 함께 나누고 자랑하기 위함 아니던가. 미술관은 단지 상설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대외 행사도 진행해왔다. 2007년에는 서울 소격동 안단태갤러리와 손잡고 고암 정병례, 고진한, 박방영, 배성환 등 중견작가 8명의 작품을 모아 <한국현대미술전>을 개최했다. 소장품을 활용해 청자참외형화병과 백자진사화접문죽절형병 등의 도자를 중심으로 기획한 <즐겁지 아니한가>, 고려청자의 전성기인 12~13세기의 고려청자 주전자, 탁잔 등을 선별해 연 <고려청자 주자와 조선후기 산수화, 화조동물화> 등 짜임새 있는 기획전도 선보였다. 전남 담양에 동명의 남촌 미술관이 있으니 엉뚱한 행선지에 당도해 당황하지 말 것.

휘슬링락 그늘집 순례 @whistlingrockcc
자연을 캔버스 삼아 그린 골프장.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슬로건으로 둔 휘슬링락은 그 기치에 걸맞게 코스 안에 9개의 색깔 구슬을 설치 예술 작품처럼 배치했다. 게다가 클럽하우스와 그늘집 등 건축물을 비롯 폭포, 계류, 나무다리와 돌다리, 심지어 법사면의 벙커까지도 심미안을 고려해 조성했다.
코스에는 계절에 따라 새로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봄에는 야생화가 뿜어내는 화려한 꽃의 색을, 여름에는 2.5킬로미터의 계류와 암반 위로 떨어지는 7개의 폭포가 연출하는 시원한 물을 음미할 수 있다. 가을은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의 풍요로움만으로 배가 부르고, 겨울에는 9개의 색깔 구슬이 설원과 뚜렷한 색 대비를 이룬다.
휘슬링락의 코스가 자연이란 공간에 인공적인 조탁이 이뤄진 결과라면, 클럽하우스는 반대로 인공 건축물이란 공간에 자연미를 끌어들였다. 전면을 유리로 설계해 탁 트인 자연 전망을 끌어온 클럽하우스의 레스토랑에는 가든을 만들고, 라커룸 안에 대나무 공간을 두어 안팎의 경계를 허물었다. 클럽하우스 지하에는 희소하거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전용 공간 카브와 굉장한 규모의 와인 셀러를 조성했다. 테마에 따른 8개의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색색으로 꾸며 기능성과 컬러 감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뿐인가. 코쿤, 템플, 클라우드라는 그늘집은 더 독특하다. 3개 코스는 각각 그늘집의 이름을 따왔는데, 누에고치 모양의 코쿤은 들어서면 누에 뱃속에 들어간 듯한 신비한 체험을 허락하고, 클라우드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간감, 템플은 천장에 뚫린 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정힐스 ‘국뽕’이 차오른다 #우정힐스cc
한국 골프의 진수를 알고 싶다면,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컨트리클럽이다. 국내 골프장 중 유일하게 골프 대회 자체를 기념하는 코오롱한국오픈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기념관은 후반 라운드를 시작하는 10번 홀 앞에 건립했다. 원래는 스타트 하우스 용도였으나 골프장은 2003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대회인 한국오픈을 우정힐스가 매년 개최해온 역사를 살리고 기념하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1958년부터 시작해 한국 대표 메이저가 된 한국오픈의 오랜 역사에 해당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전시된다. 트로피는 물론 우승 재킷과 선수들의 사인 물품, 한국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메이저 디오픈 출전권을 딴 선수들의 디오픈 깃발을 관람할 수 있다. 62년의 대회 역사와 함께 사진 자료와 영상을 통해 한국오픈의 역대 명장면도 다시 볼 수 있다.
한국오픈은 지금까지 10여 곳의 골프장을 순회하며 개최했으나 우정힐스에 자리 잡은 뒤로는 한 곳에서 20년째를 맞이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선수가 이곳에서 우승의 감동 스토리를 썼다. 2010년 한국오픈 마지막날 선두 노승열에 10타 뒤졌던 양용은이 역전 우승한 무대이기도 하다. 로리 맥길로이가 유일하게 세 번 출전했는데 번번이 우승을 놓쳤다. 리키 파울러가 여기서 첫 승을 올리고 미국에서 승승장구했다. 한때 세계 1위 비제이 싱이 한국오픈 50주년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래서 우정힐스를 찾는 골퍼들은 마치 오픈 챔피언들이 우승하던 당시와 비교하면서 라운드하는 다소 엉뚱하지만 멋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6월 중순에 열리는 올해 한국오픈 때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아난티코드 피정하러 그늘집 @ananti_life
경기도 가평의 골프장 아난티코드에 가면 숲속 그늘집 ‘맥퀸스 카페’는 필수 코스다. 이름 그대로 1963년의 할리우드 영화 <대탈주>에서 오토바이로 탈출을 감행한 연합군 포로 스티브 맥퀸을 테마로 한 그늘집이다. 테라스 데크에는 생전 그가 영화에서 몰고 국경 초원을 내달리던 것 같은 모델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에머슨은 27홀 골프장 리츠칼튼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뒤 2005년 9월 아난티클럽서울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클럽’ 문화를 만들기 위해 클럽하우스 앞에는 풀장을 조성하고 이웃한 라이브러리 라운지를 만들어 회원들의 모임 장소로 조성했다. 또한 부대시설로 테니스장을 조성하는 등 회원들이 골프 외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했다. 역시 백미는, 맥퀸스 카페. 보통 그늘집은 라운드하는 골퍼들이 들러 간식을 먹는 공간이지만 최근에는 그늘집이 제 구실을 못하는 곳도 많다. 어떤 골프장은 무인 점포로 운영하기도 하고, 화장실로만 남겨둔 곳도 있다. 하지만 맥퀸스 카페는 라운드하는 골퍼들만의 공간이 아닌 복합적인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두었다. 골퍼들이 자주 찾는 이유가 다 있다.
골프장은 몇 년 전 골프장 옆으로 76채 규모의 주거 시설인 아난티펜트하우스를 추가로 조성했다. 올림픽대로에서 20분 거리여서 서울에 직장을 둔 이들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맥퀸스 카페는 아난티 거주자들을 위한 유명산 산책길에 조성된 숲속 카페 기능도 했다. 골프장은 2019년 8월 골프장과 주거 시설을 통합하고 아난티 코드로 이름을 변경했다. 골프와 일상이 풍성해지는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플랫폼을 지향한 것이다.

    피처 에디터
    전희란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