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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삭스 (TOM SACHS)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겁니다"

2022.06.23김은희

톰 삭스가 쏘아 올리는 불꽃.

톰 삭스 TOM SACHS, photographer MARIO SORRENTI /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 · Paris · Salzburg · Seoul.

GQ 지금 뉴욕은 아침 10시죠? 아침마다 행하는 모닝 루틴이 있나요?
TS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보기 전에 필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찰흙을 만져요. 이메일, 문자,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틱톡, 뉴스, 왓츠앱, 이베이, 아마존 프라임에서 정보를 얻기 전에 아웃풋을 하는 게 중요하죠. 스스로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진 잠재의식과 더 잘 연결되도록 아웃풋을 먼저 하는 거예요.
GQ 마치 해독 과정처럼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오늘은 아웃풋이란 행위로 무엇을 내보내고 싶었나요?
TS 오늘은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아주 짧은 시간밖에 없었어요. 몇 가지 생각을 적은 게 다예요. 아웃풋에는 며칠도, 몇 시간도, 몇 분도 걸리지 않을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인풋 전에 아웃풋을 하는 ‘의식 Ritual’이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능한 힘에 맞서 제 자신을 증폭시키기 위해서예요. 지금 여기 있는 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마치 바다와 같습니다. 너무 강해서요. 아주 많은 속임수를 가지고 있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보다 현명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규율을 가질 수 있는 건 당신 자신이에요.
GQ 저는 그 규율을 가지는 데 매번 지고 말아요. 눈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거든요.
TS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기 어려운 일과 똑같은 것이겠죠. 그 행위(아웃풋)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하나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해요. 미국 남부에서의 일을 예로 들어볼까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사람들은 매우 아름다운 찬송(가스펠)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음악 장르죠. 어떻게 보면 미국 가요의 뿌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환상적이에요.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즐기기 위해 교회에 나갔을 정도니까요. 물론 가스펠을 즐기기 위해 꼭 신을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 가지 트릭을 알려드릴게요. 다이어리를 마련하세요. 당신이 정말 좋아할 법한 것으로요. 까르띠에든 뭐든, 정말 좋은 다이어리를 마련해보세요. 아, 작은 것으로요. 그리고 펜을 준비하세요. 펜도 당신이 좋아하는 것으로요. 여기 이게 (몸통이 투명한 4색 펜을 보여주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펜입니다. 오, 당신도 펜이 있군요. 좋습니다. 그럼 그 펜과 다이어리를 침대맡에 두세요.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바로 쓰는 겁니다. 오늘은 뭘 하겠다, 뭘 하고 싶다, 아니면 오늘 이런 꿈을 꿨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등등 무엇이든요. (다이어리에 ‘X’자를 치며) 이렇게 ‘X’자라도 그리세요. 혹시 이유가 필요하다면 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합리화하셔도 좋아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점점 늘려가는 거예요. 일단 하세요.

에르메스 컬러와 로고로 만든 햄버거 세트. Hermes Value Meal, 1998 Cardboard, paper, ink, thermal adhesive, 15.35 H × 7.87 W × 7.87 D inches. S/N: 1998 47

GQ ‘X’자라도 괜찮다니, 이까짓 거 한번 해볼까 싶어지네요.
TS 맞아요. 전 특별하지 않아요. 당신과 나는 모두 같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문제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냥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보면 돼요. 쉽지 않을 거예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합리화하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인풋보다 아웃풋을 하는 것이 ‘11번째 불릿 Bullets’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매일 지킬 수는 없어요. 하지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도라도 한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정도는 점점 잡아갈 수 있죠. 앞을 향해서요. 직진.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겁니다.
GQ 벌금 2달러를 낼 일은 없겠어요. 펜과 다이어리를 바로 곁에 지닌 걸 보니. 톰삭스 스튜디오에는 펜과 다이어리를 늘 지니고 있을 것, 모든 물건을 비슷한 특성의 그룹으로 묶어 평행이나 직각으로 배열 Knolling 할 것 등 10가지 규칙 ‘텐 불릿 Ten Bullets’이 있죠. 방금 이야기한 11번째 규칙이 될 만한 것 외 실제로 스튜디오에 새로이 업데이트된 사항이 있다면요?
TS 계속 진행 중인데요, 유튜브 규칙이란 게 있습니다. ‘코멘트(댓글)를 보지 말 것’. 그렇지만 누구나 다 이 규칙을 지키진 않죠. 댓글란에는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 차별적, 혐오적인 발언이 가득한데 그 수천 개의 댓글을 다 보고 나서 제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름’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결론을요. 나와 다르거나 또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데서 나오는 두려움이랄까요. 어떻게 나와 다를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죠. 상대방이 나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그리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이 없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은 불확실성과 의심을 동반하게 되고요. 불확실성은 가장 무서운 것이에요.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죽음 이후에 우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른다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패러독스 불릿 Paradox Bullets’을 만들었습니다. 불확실성을 포용하기 위해서요. 그 안의 모든 항목과 그 반대 지점의 것들이 똑같이 유효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죽음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닌 관객 Viewer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GQ 제가 놓친 게 있군요. ‘패러독스 불릿’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어요. 그 영상도 보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TS 전혀요.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스튜디오 매니저에게 묻는다. “우리 ‘패러독스 불릿’에 한국어 자막이 있던가요? 꼭 있어야 해요. 중요합니다.”) 꼭 자막을 만들게요. 왜냐하면 ‘패러독스 불릿’은 ‘텐 불릿’이 많은 사람에게 불러일으키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2010년에 공개한 단편 ‘텐 불릿’은 스튜디오 방문객이나 모든 직원이 봐야할 영상으로 제작한 일종의 톰 삭스 스튜디오 가이드라인이다. 2019년에 공개한 ‘패러독스 불릿’에는 ‘텐 불릿’에서 말하던 바와 비슷한 “인내는 미덕이다 Patience Is A Virtue”란 내용이 등장하다 그에 상반되는 “인내는 저주다 Patience Is A Curse”란 내용이 흐르는 등 모순과 복잡성을 담고 있다.)
GQ 저의 궁금증은 이것이었어요. 이것 역시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술이란 굉장히 창의적이고 유연한 존재, 때로는 무규칙의 세계로 느껴지곤 하죠. 반면 톰 삭스의 스튜디오는 “체계를 바탕으로 일한다 Work To Code”, “철두철미함은 중요하다 Thoroughness Counts” 등 엄격하고 확실한 규칙 위에 선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TS 아티스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창의적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창의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건 그냥 직업 설명에 불과하죠. 규칙은 어떤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집중할 수 있도록요.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인도해주는 겁니다. 모든 규칙을 항상 지킬 수는 없죠. 그렇지만 가이드라인은 되어줄 수 있는 겁니다.

삭스가 30개의 브랜드로 디자인한 로켓의 뿔, 몸체, 꼬리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NFT로 구매할 수 있는 프로젝트 ‘로켓 팩토리’. Tom Sachs, Admiral Achbar, 2022, Synthetic polymer and Krink on canvas, 182.88 × 152.4 cm

GQ 이번에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의 주제이기도 한 프로젝트 ‘로켓 팩토리’의 참가 규칙은 온라인 플랫폼 tomsachsrocketfactory.com에서 당신이 30개의 브랜드를 입혀 디자인한 로켓의 뿔, 몸체, 꼬리 부품을 NFT로 구매해 완전한 로켓으로 만드는 것이죠. 30개의 브랜드를 꼽은 기준은 무엇인가요? 나이키, 땅콩버터 스키피, 에르메스 등등요.
TS 2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세계적으로 인식 가능한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코카콜라나 애플, 헬로 키티, 샤넬, 버드와이저처럼요. 그리고 이 브랜드들은 제 삶이죠. 이 30개의 브랜드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제 자화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몇 개는 당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죠.
GQ 그 자화상이 궁금해요. 톰 삭스가 조합한 로켓은 어떻게 생겼나요?
TS 역설적이게도 저는 3개만 뽑기에는 힘들 것 같아요. 제 인생은 그것보다 복잡하거든요.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에요. 당신이 당신을 대변하는 브랜드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GQ 맥도날드는 꼭 선택하겠어요. 과음 후 먹는 치즈버거를 좋아하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작가님은 심슨 캐릭터를 꼭 넣지 않을까 싶은데요? 밤마다 <심슨 가족 The Simpsons>을 봤잖아요.
TS 그중에서도 리사는 제게 정말 중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녀야말로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타락하지 않은 아티스트요. 반면 <패밀리 가이 Family Guy>의 강아지 브라이언은 굉장히 젠체하고 허세 가득한 지능적인 아티스트죠. 그 또한 제 모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교화를 뜻하는 단어 ‘Indoctrination’에 대해 톰 삭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스튜디오는 당신에게 하나의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Indoctrination Desk, 2020, Mixed Media, 67 H × 48 W × 31 D inches. S/N: 2020.263. Photography by Joshua White

GQ NFT로 구매하게 만든 점도 궁금합니다. 늘 새로운 방식을 즐기는 톰 삭스다운 선택 같지만요.
TS 우리가 우주선을 짓거나 성당에 가는 것은 모두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예요. 저희 또한 같은 맥락에서 작품을 만듭니다. 돈은 환상이에요. 우리가 1달러를 1달러라고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무역이나 교환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합의된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가 합의하에 지내는 현실 이외에도 다른 차원의 현실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죠. 꿈처럼요. 그리고 우리는 예술을 통해 우리만의 차원의 현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NFT 또한 합의된 현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NFT에 대해 우리 모두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이라는 동의를 전제합니다. 이더리움처럼요.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은 믿음과 신뢰로부터 출발하는 거죠. 동의하면 참여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 것이죠. 돈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NFT에 동의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동의하고 참여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그 포맷, 플랫폼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이고 그것은 대체될 수 없어요. 거래 불가능한 것이에요. 그것을 스마트 계약이라고 칭하는 것이고요. 그 스마트 계약 내에서 모든 종류의 실제 유용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결국 모든 것은 믿음으로 귀결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당신에게 잘 적용되는 방식을 찾는 것이에요. (톰 삭스)스튜디오는 당신에게 하나의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러분 주변의 모든 경험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도움되는 것은 취하고 아닌 것은 버리는 것입니다.
GQ 누군가는 브랜드를 소재로 삼는 당신의 작업을 두고 물질만능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한다고 하죠. 그보다 저는 브랜드를 일종의 놀이 도구로 삼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제가 당신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요?
TS 만약 제가 특정한 정치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작업한다면 저는 광고인이나 선전가 Propagandist라고 할 수 있겠죠. 예술가라기보다는요. 저희 가족의 종교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소비지상주의 Consumerism예요. 부엌 식탁에 둘러앉아 아버지의 새 차나 어머니의 새 드레스에 대해 의논하곤 했죠. 또는 제가 잔디깎이 심부름을 몇 번 하면 나이키 운동화를 살 수 있는지도요. 주위를 둘러보면 이것은 우리의 대중적 경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종교적 배경이나 각자의 배경을 차치하고, 진정한 의식적 경험은 소비주의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어떤 것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따로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죠. 광고 Advertising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컨트롤은 그에 대한 당신의 관점이죠. 눈을 떠 상황을 인지하면 어떠한 조치든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대리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인독트리네이션 센터 2 Indoctrination Center 2 (Materials Library Addition), 2016 Steel hardware, plywood, epoxy resin, mixed media, 94 H × 44 W × 21 D inches. S/N: 2016.218

GQ 톰 삭스로서 거의 늘 선택하는 브랜드이자 당신의 주요 작품 소재 중 하나로 나사 NASA도 빼놓을 수 없어요. 우주 혹은 우주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인가요?
TS 우리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욕구는 우리가 이미 존재하는 세상을 망쳐놨기 때문이거나 지구를 떠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도리어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지구를 다시 돌아볼 수 있고, 우주에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진귀한지 느낄 수 있죠. 화성에서 가장 안락하다고 여겨지는 곳도 지구상의 최악의 장소보다도 훨씬 더 적대적입니다. 저는 다른 세상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있는 이곳을 더욱 탐험하고 감사히 여기고 싶어요.
GQ 일전에 ‘스페이스 프로그램 Space Programs’의 일환으로 두 우주비행사를 화성으로 보내는 퍼포먼스처럼, 가령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통해서라든지 실제로 우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대도요?
TS 물론 아티스트들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은 훌륭한 스토리텔러니까요. 그들이 다녀온다면 화성에서의 경험과 더불어 지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미 스페이스X에 고사했습니다.
GQ 그저 상상에 빗댄 예였는데 실제로 제안이 왔군요?
TS 그보다 저는 지구에서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내고 싶고, 또 여기에서의 제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누고 싶어요.
GQ 음···, 이건 우스갯소리이기도 하지만 자꾸 가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말이죠, 혹시 당신의 사랑스런 아들의 이름이 ‘(가이) 루이 암스트롱 삭스’인 이유가 사람들이 간혹 인류 최초로 달에 간 ‘닐 암스트롱’과 ‘루이 암스트롱’을 헷갈려 하는 데서 착안한 톰 삭스식 위트인 건가요?
TS 그건 아니지만(웃음) 닐 암스트롱과 루이 암스트롱은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달에 간 일은 인류 역사상 굉장한 성과죠. 그렇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결과예요. 반면 루이 암스트롱은 정말 최고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단연 돋보이는 최고의 아티스트요. 그가 만들어낸 업적은 정말 대단하죠. 너무나 독보적이어서 거의 다른 종족,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 같아 보일 정도예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평화와 사랑의 대사 Ambassador가 된 것, 그보다 더 멋진 일은 없죠. 그의 업적에 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루이 암스트롱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었어요. 제가 한 일 중 가장 훌륭한 업적으로 말이죠. 너무나 훌륭해서 그 앞에선 심지어 예술 작업이 소소한 일들로 비춰질 만큼, 제 아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생명체는 제가 이룬 다양한 일 중에서도 단연 훌륭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몰입형 우주 프로젝트 ‘스페이스 프로그램 Space Programs’의 일환. Photography by Genevieve Hanson

GQ 톰 삭스라는 인물은 늘 스스로를 소개할 때 ‘조각가 Sculptor’라고 하죠. 아티스트라는 보다 광범위한 단어보다는 조각가라는 정체성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의식적인 선택인가요?
TS 저에게는 모든 것이 조각이에요. 운동화든 건축물이든 상관없어요. 조각이라는 쟁점은 저에게 우선순위에 있죠. 특히나 조각이라는 형태, 이것이 어떻게 땅에 닿아 있는지요. 조각은 현실과 닿아 있고, 우리가 만지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각은 처음 저를 예술로 인도했고, 저의 시작이었어요. 저는 조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었어요. 때문에 조각이라는 시선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건축물을 만들고, 신발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까지 만들지만 말이죠. (직접 만든 ‘NASA’라 적힌 찻잔을 들며) 여기 있는 차완은 조각이기도 하고, 단순한 그릇이기도 하죠. 영화도 조각이라 할 수 있어요. 시작, 중간, 끝이라는 구성이 있죠. 프랭크 게리도 훌륭한 조각가예요. 그가 다루는 매체는 점토나 브론즈가 아니라 건축물이지만요. 오늘 이 대화도 인쇄해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물질적인 것이 되니 조각이라고 할 수 있죠. 냄새를 맡아보고, 맛보고, (조각을) 우리의 곁에 두고 우리의 안에 둬 보세요. 예술은 모든 것에 있고, 모든 것이 예술이죠.
GQ 나의 예술을 한데 모은 개인전을 치를 때마다 작가는 한 번씩 자신의 아트 라이프를 돌아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톰 삭스는 현재 몇 장 몇 막쯤에 서 있는 것 같은가요? 톰 삭스의 다음 챕터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요?
TS 이 일은 연속체라고 볼 수 있어요. 멈추지 않죠. 제가 한 모든 작업, 제 작품 세계의 전반 역시 제 삶보다 먼저 일한 사람들의 연속체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제 삶 이후에도, 제가 없어져도 이 일을 계속할 사람들과 그 시간들을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 어느 것도 사실 완전히 끝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각이나 회화, 퍼포먼스, 시연 Demonstration, 영화 등 모든 것은 하나의 여정 중간중간의 지점 Stopping Point들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잘 지켜봐주세요. 이번 전시를 관람하시고 그 이후에 다음 전시를 보면, 그 둘을 잇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아니면 과거의 전시를 통해 현재의 전시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도 있겠죠.

톰 삭스의 국내 첫 개인전 <로켓 팩토리 페인팅 Rocket Factory Paintings>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6월 25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다.

    Feature Editor
    KIM EUN HEE
    Photographer
    MARIO SORRE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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